한국제지, 세하 인수 완료…거래 멀티플 8.5배 전후 적용
주당 2600원 수준으로 거래
한국제지…제지업 수평적 통합 완성
공개 2020-03-20 18:42:55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한국제지(002300)세하(027970)를 최종 인수했다. 한국제지는 이로써 복사용지, 백판지, 골판지 등 주요 용지를 모두 생산, 수평적 통합(Horizontal Integration)을 이뤘다. 거래 멀티플은 8.5배 전후 수준이었다.  
 
 
세하 요약. 제작/IB토마토
  
한국제지-해성산업 컨소시엄은 연합자산관리(이하 유암코)로부터 세하의 보통주식 2118만47주를 550억원에 양수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인수비율은 한국제지가 80%, 해성산업이 20%다. 현금 취득 방식으로 주식 취득 예정일자는 5월19일이다. 앞서 있었던 세하 매각에 관한 본입찰에는 한국제지, 파빌리온PE-범창페이퍼월드 컨소시엄, 신대양제지(016590), 한창제지(009460) 등 다수 원매자가 참여했다.
 
한 주당 약 2600원, 거래 멀티플(Transaction Multiple)은 8.5배에 거래가 이뤄졌다. 세하의 차입금 982억원과 주식 양수 대가 550억원을 유암코의 지분인 71.6%로 나눈 금액을 지난해 세하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추산되는 205억원으로 나눌 경우, 거래멀티플은 8.5배 전후로 파악된다.
 
한국제지는 세하 인수로 부진한 현재 실적을 턴어라운드 할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제지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7159억원, 영업이익은 3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은 203억원을 냈다. 복사용지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45%를 달성하며 1위를 차지했지만,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인쇄용지의 수요가 줄었고, 펄프 가격 상승으로 채산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세하는 지난해 매출액이 1776억원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2억원과 98억원으로 한국제지보다 높다.
 
이번 M&A로 한국제지는 인쇄용지, 골판지, 백판지 등 제지업 내 수평적 통합도 완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회사를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숨에 업계 '2위'를 넘볼 수 있게 됐다. 기존 매출규모 7000억원에 더해 세하(1800억원)와 원창포장공업(1200억원)을 합치면 매출액 기준 1조원 수준으로 뛰기 때문이다. 이는 제지업계 2위인 무림페이퍼(009200)(지난해 매출액 1조1240억원)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또한 향후 전망되는 시장 통합(Consolidation)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제지업계는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시멘트 산업처럼 산업 위험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에 따르면 제지산업의 산업위험은 높은 수준[IR-BB+]이다. 산업위험이란 산업 자체의 펀더멘털, 경쟁 강도 등을 고려한 장기적 관점의 위험도를 의미한다. 이는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IR-BBB-]보다 위험하다는 의미다.
 
과거 시멘트산업 역시 제지업과 유사한 이유로 다수의 인수합병이 진행됐고, 현재는 한일시멘트(300720)와 대형 사모펀드(PEF)인 한앤코가 보유한 쌍용양회(003410)공업의 양강 체제로 재편됐다.  
 
유암코 역시 한국제지에게 경영권을 바통 터치함으로써 가격과 명분을 모두 챙겼다. 세하를 정상화시켰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높은 가격에 팔았기 때문이다. 한편, 본입찰에 참여했던 범창페이퍼월드-파빌리온PE 컨소시엄의 범창페이퍼월드는 형사소송으로 대응 중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