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효성티앤씨의 2대 주주인 KB자산운용이 칼을 뽑았다. 주주총회의 핵심의안인 재무제표 승인 반대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씨 배당금이 현 수준 대비 6배 이상 증가해도 차입금 상환 등 재무건전성 제고 계획에 무리가 없으므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성향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3일 KB자산운용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효성티앤씨(298020)에게 수탁자 책임이행(스튜어드십코드)을 위한 2차 주주서한을 보냈다.
금번 서한은 효성티앤씨 배당 규모가 주주잉여현금흐름(FCFE) 30% 수준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KB자산운용이 3월19일 개최될 효성티앤씨 주주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주창할 의견이기도 하다.
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씨의 2대 주주로 지분 15.57%를 보유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2018년 말 효성티앤씨에게 배당 확대를 제언했고, 이후 효성티앤씨 최고재무경영자(CFO)로부터 ‘이익 개선 후 합리적 수준의 배당을 지급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씨의 2019년 지배주주 순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4.4배나 증가한 931억원을 기록했지만, 배당성향은 오히려 20%에서 9%로 낮아졌다”라며 “경영진의 말을 믿고 기다린 주주로서 이 같은 의사결정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효성티앤씨의 배당성향은 약 9%다. 2019년 연결기준 지배주주 순이익 931억원에 대해 배당금 86억원을 책정했다. KB자산운용은 9% 배당성향을 FCFE로 환산하면 5%가 산출되는데, 이는 현금창출능력에 비해 너무 적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즉, 효성티앤씨 배당여력이 현 수준 대비 6배 이상 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효성그룹 본사 앞 그룹 로고. 사진/뉴시스
FCFE는 간단히 말해 채권자 몫인 이자비용을 차감하고 회계적 손실인 감가상각을 더한 영업이익에서 운전자본과 유·무형자산 투자비용 개념인 자본적지출(CAPEX) 등을 제한 다음에 남는 현금을 의미한다. 즉, 영업활동 제반에 필요한 비용을 제하고 남은 현금으로, 주주 몫의 가늠자가 되기 때문에 ‘주주잉여현금흐름’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FCFE는 배당과 차입금 축소 전략의 근거가 된다. 결국 주식회사는 한정된 자원을 '성장동력 확보-주주가치 제고-재무구조 개선'에 고루 배분하며 지속되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씨 배당성향이 제언한 수준까지 높아져도 투자와 차입금 축소 스케줄에 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씨의 연평균 FCFE가 1800억원 수준에 이르며, 이 같은 현금창출력이 10년가량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FCFE의 근간이 되는 영업현금흐름(OCF)을 약 4210억원으로 계산했는데, 여기에 호황과 불황의 실적이 모두 포함된 10년 평균(2010~2019년) 영업이익을 대입했기 때문에 사이클 변동이 상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영업이익을 10년 평균 수준으로 고정시켰으므로, 매출액 증가도 고려되지 않아 운전자본 증감도 산식에서 제외됐다.
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씨 영업이익률 변수로는 수급에 따른 판가 변화와 유가에 따른 원가 변화를 집을 수 있는데, 판가에 비해 원가의 변동성이 높다”라면서 “유가 수준이 내려가면서 이익률 회복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KB자산운용은 “올해 효성티앤씨 섬유부문 추정이익이 2800억원에 이르므로, 공격적인 수치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KB자산운용은 이 같은 수치를 토대로 효성티앤씨의 차입금 상환-주주가치 제고 스케줄을 시뮬레이션했다. 결과를 참조하면, 효성티앤씨가 현 배당성향처럼 FCFE의 5%를 배당으로 책정하고, 남은 95%를 차입금 상환에 투입할 경우 전액 상환 시점까지는 9년이 걸리며, 반대로 KB자산운용 제언대로 배당과 차입금을 3:7로 배분하면 12년이 요구된다.
효성티앤씨의 순차입금은 2019년 3분기 연결 기준 1조7917억원이다. 향후 차입금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배당성향을 FCFE 5%로 유지했을 때 올해부터 연간 1700억원 이상의 부채를 상환하게 되고, 30%로 유지하면 1300억원 이상을 갚게 된다는 설명이다.
즉, KB자산운용은 상환 스케줄의 큰 변동이 없을 경우, 이 같은 차이가 주주 몫으로 환원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씨의 현 경영진은 차입금 상환이 최우선이라 이야기하지만 30%를 주주환원에 활용해도 차입금 전액 상환까지 걸리는 기간은 3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라며 “5%만 주주환원하려는 경영진 결정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씨가 생각하는 주주정책, CAPEX 계획, 부채 상환 스케줄을 밝히고 배당금 산출 근거를 설명해달라”라면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상장사 배당 정책 수립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받은 바 없다”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