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회사의 재무제표는 누가 작성해야 하는가? 당연히 회사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이사’다. 그러나 과거에는 외부감사인이 회사의 재무제표, 특히 현금흐름표와 주석 등을 대신 작성해 주는 사례가 있었다. 이는 대학에서 시험문제를 낸 교수가 스스로 답을 작성하고 채점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감사인에 의한 재무제표 대리작성은 ‘자기검토위협’을 초래하여 외부감사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감사인의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이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감사인에 의한 재무제표 대리작성 금지와 관련하여 도입된 제도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14년 7월1일 개정된 구(舊) 외부감사법에 외부감사를 담당하는 감사인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이사는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이 있다.”라는 조항을 도입하였다. 이 조항이 도입될 당시에 일부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을 왜 법에 반영하냐며 반대하기도 했다. 문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법을 통해 강제화한 것이다.
둘째, 구 외부감사법에 “회사의 감사인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이사를 대신하여 작성하거나 재무제표 작성과 관련된 회계처리에 대한 자문에 응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을 도입하여 감사인에 의한 재무제표 대리작성 금지를 법에 명확히 규정하였다. 구 외부감사법에서는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대리작성해서는 안 된다는 감사인의 책임만을 도입하였으나, 2018년 11월1일부터 시행된 신(新) 외부감사법에서는 회사가 감사인에게 재무제표 대리작성이나 자문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추가하여 회사의 책임도 도입하였다.
셋째, 2014년 7월1일 개정된 구 외부감사법에 주권상장법인과 직전사업연도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비상장법인은 감사인에게 제출한 감사 전 재무제표를 증권선물위원회에도 동시에 제출(상장법인은 한국거래소, 비상장법인은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회사가 작성한 감사 전(前) 재무제표의 사전 제출 의무를 규정하였다. 회사가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정기주총 6주 전에 감사인에게 제출해야 하는 의무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따라서 외부감사법 개정을 통해 감사 전 재무제표를 금융위원회에도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기존 법 조항이 실효성을 갖도록 한 것이다. 신 외부감사법에서는 회사가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한 경우 그 사유를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해야 하고, 증권선물위원회는 해당 사유를 공시하도록 강화하였다.
재무제표의 대리작성 금지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회사는 회계 전문가의 충원을 통해 회사 자체의 회계 능력을 높여 경영진 책임하에 재무제표를 직접 작성하고 법정기한 내 제출해야 한다. 만약 재무제표를 스스로 작성할 수 없는 기업이라면 감사인이 아닌 회계 전문가에게 재무제표 작성을 의뢰해야 한다. 둘째, 금지되는 자문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감사인은 재무제표 작성과 관련된 회계 처리에 대한 자문에 응해서는 안 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디까지가 금지되는 자문 범위에 해당하는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재무제표의 대리작성은 감사인의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이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기업이 재무제표를 제때 작성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경우에 재무제표 지연 제출의 경우에 행정제재를 면제하거나 재무제표 제출일을 법으로 연기하는 등의 조치는 필요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다고 해서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해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재무제표의 대리작성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니 다행이다. 재무제표의 대리작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