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태세 전환 시도…"한진그룹 전문경영인 필수적"
강성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신용을 잃었다" 평가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과 전문경영인 체제 필요성 강조
공개 2020-02-20 17:57:19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강성부 KCGI 대표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 한진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아-반도건설-KCGI 주주연합이 여론전에서 밀리자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강 대표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로 주주연합의 비전과 향후 경영방향을 소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조목조목 답변했다. 
 
강성부 KCGI 대표(오른쪽)과 김신배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가 20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준영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 강 대표와 김신배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자가 '미래형 항공사'로서 한진칼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강 대표는 “항공업에 대한 본질을 재정의해야 한다”라며 “플랫폼 비즈니스로 나아가지 않으면 설비투자만 계속해야 하고, 차입금만 늘어나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003490)의 부채비율은 2019년 3분기 말 기준 861.9%로 국내 다른 항공사들과 비교해 수백 % 이상 차이가 난다. 현재 자본으로 인식되지만 부채의 성격을 지닌 신종자본증권을 포함하면 부채비율은 무려 1618%로 증가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행기 안에서 와이파이 환경을 제공하고 면세점 안내책자를 태블릿PC로 변경하는 등 일종의 ‘플랫폼’으로 항공사업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 대표는 말했다. 지난해 국내 최대 IT(정보통신)회사 카카오(035720)와 손잡고 SK텔레콤(017670) 등 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 후보를 추천한 점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현재 한진칼(180640)의 악화된 재무구조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현재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 회장이 지난해 KCGI의 공개제안 이후 송현동 부지 매각, 부채비율 감소 등을 포함한 ‘한진그룹 비전2023’을 내놨지만 그 이후에 실질적으로 경영상태가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비전 2023 발표 이후) 오히려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훨씬 늘었다”라며 “전교 꼴등하던 사람이 갑자기 내일부터 열심히 해서 전교 1등 한다고 하면 어느 부모가 믿어줄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새 주주연합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큰 비전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꼽았다. 
 
기존 오너의 경영능력이나 평판,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 한진그룹의 다양한 지분구성 등을 종합했을 때 전문경영인 체제가 한진그룹에 더욱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처음 주주연합을 제안했을 때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나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등이 (주주는) 절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주주의 역할만 하는 것에 동의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문경영인 후보의 자질을 두고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는 정면으로 돌파했다. 
 
강 대표는 발표 자료를 통해 “김 후보는 SK(034730)그룹 부회장, SK텔레콤(017670)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고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을 수익성과 성장성을 갖춘 우량 기업으로 이끌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 후보와 같은 전문가를 조 회장과 어떻게 감히 비교할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발표를 맡은 김 후보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협업 방식으로 한진칼을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후보는 “SK그룹의 전문경영인으로 일하면서 오너 경영방식의 장점을 많이 봤다”라며 “전문경영인과 주주가 협업하는 경영방식을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 경영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에 있어서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후보는 “현장에서 일하는 임직원이야말로 전문가라고 생각한다”라며 “그 전문가들이 제대로 일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나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 역시 일본항공의 사례를 들며 김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일본항공이 부채에 허덕일 때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은 인물은 오히려 일본의 통신장비회사인 교세라 출신의 경영인이었다"라며 "항공 전문가가 항공 회사를 크게 성장시킨 사례가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