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감자하는 '만성적자' KR모터스…2017년과 묘한 오버랩
무상감자·유상증자로 재무구조 개선
일회성 효과 피하려면 수익성 개선 필수
공개 2020-02-07 09:1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KR모터스(000040)가 감자와 증자를 통해 재무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만성적인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일회성 효과에 그쳤던 2017년 감자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이유에서다.
 
KR모터스는 5일 보통주 4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무상병합하는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보통주식 1억8944만4075주가 4736만1018주로 줄어들게 된다.
 
감자 사유는 결손의 보존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및 자본금 규모의 적정화다. 거듭된 적자로 인해 KR모터스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이익결손금은 6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3% 늘어났으며 자본잠식률은 39.2%로 40%에 육박했다.
 
KR모터스 자본잠식률 추이.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회사가 잘 운영되면 영업에 따른 이익잉여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자본총계)이 자본금보다 커진다. 하지만 회사가 계속 적자를 내서 이익결손금이 발생하고 이를 잉여금으로 상쇄하지 못하게 되면 결손금이 자본금을 깎아먹으며 자본잠식이 일어난다.
 
KR모터스는 계속에서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2016년 81억원, 2017년 260억원, 2018년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91억원이다.
 
결국 KR모터스가 선택한 것은 무상감자다. 감자는 발행한 주식을 소각하는 방법으로 자본금을 줄인다. 무상감자의 경우 별도의 회사 자금 유출이 없기 때문에 자본총계의 변동이 없다. 이번 감자를 통해 KR모터스의 자본금은 947억원에서 237억원으로 줄어들게 되며 자본총계 576억원(지난해 9월말 기준)보다 자본금이 작아지며 자본잠식을 피하게 된다.
 
감자 후 보통 뒤따르는 것이 증자다. 무상감자는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준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되고 감자 후 주가 가치가 상승한 상태에서 유상증자로 자금을 끌어오면 재무구조 개선이 한층 더 힘을 받는다.
 
KR모터스도 감자 결정 이후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보통주식 4430만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증자하며 예정발행가는 1130원으로 총 500억5900만원 규모다. KR모터스 주식 액면가는 500원이고 현재(3일 종가 기준) 기준 주가는 250원인데 감자 후 액면가를 훨씬 웃도는 유상증자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감자와 증자가 얼마나 효과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2017년 감자를 진행했지만 이후 자본잠식은 더 심해지며 결국 더 큰 비율의 감자를 실시하게 됐다.
 
지난 2017년 KR모터스는 주식병합 방식의 감자를 진행했다. 당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오세영 엘브이엠씨홀딩스(900140) 회장의 보통주는 2주를 1주로, 그 외 주주 주식은 1.5주를 1주로 병합했다. 이에 자본금은 941억원에서 599억원으로 감소했고 2016년 28.8%이던 자본잠식률은 2017년 25.4%로 개선됐다.
 
그럼에도 환경규제 대응 지연에 따른 판매 중단 영향으로 수익성 부진은 지속됐다. 2017년 말 유럽연합(EU)이 환경보호를 위해 적용하고 있는 배기가스 기준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기존 모델 판매가 중지, 2018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12.2% 감소한 3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63억원, 당기순손실은 244억원이었다.
 
시장 점유율 1위 대림오토바이 인수가 물 건너 간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특히 합병을 예상하고 선제적 판단으로 대림오토바이와 중복되는 기종의 단종을 추진했다가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해당 기종을 판매하지 못하는 손해와 라인업 재건을 위한 비용이 발생했다. 감자로 자본금을 줄였음에도 자본잠식은 지속됐으며 자본잠식률은 2017년 25.4%, 2018년 26.2%, 2019년 9월 말 39.2%로 더욱 커졌다.
 
이는 KR모터스의 실적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번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역시 일회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R모터스 매출 추이.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KR모터스는 국내 시장보다는 중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중국 충칭난팡이륜차와 5대5 합작으로 지난칭치대한오토바이를 설립했으며 지난해 5월부터 지난시 공장의 본격 가동으로 수출 실적이 크게 늘면서 2019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06.4% 급증한 959억원을 기록했다. 수출이 1년 전보다 909.6% 늘어난 838억원으로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그럼에도 영업손실은 91억원으로 지속되고 있다. 중국 법인과 중고차 사업 부문에서 성과가 나며 매출은 회복세지만 내수 시장 침체가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KR모터스는 국내 시장에서 대림오토바이의 점유율이 견고한 상황에서 해외브랜드 점유율 확대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 2017년 315억원을 기록한 내수 매출은 2018년 184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내수 매출은 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 감소했다.
 
김봉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오토바이의 경우 수입 브랜드에 밀리면서 국내에서는 매출이 줄어들고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등 사업을 철수하는 분위기”라며 “수익성이 급격히 좋아지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KR모터스 관계자는 “중국 법인 매출이 늘어나다 보니 그쪽으로 집중이 될 것”이라며 “내수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힘들어졌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