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원' 이스타항공 인수전, 싸다? 비싸다?
항공업·LCC 특유의 변동성…밸류에이션도 엇갈려
PMI 복병, 쉬고 있는 보잉 737맥스 2대
공개 2020-02-05 09: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이스타항공의 기업가치는 회계법인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차를 보인다. 저가 항공사(LCC)의 미래 전망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 탓이다. 제주항공(089590) 역시 보완책으로서 위험과 보상을 방식으로 거래 구조를 짜 이상직 전 KIC그룹 회장 등 이스타항공 경영진 측에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들은 난색을 표했다.  
 
지난해 12월,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경영권이 포함된 지분(구주) 51.17%(497만1000주)의 인수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스타홀딩스의 최대주주는 100% 지분을 보유한 이상직 전 회장의 자녀 원준씨와 수지씨다. 
 
매각예정금액은 약 695억원이고, 앞으로 신주를 인수할 계획이라는 단서도 달아놨다. 매각예정금액인 695억원에 대한 회계법인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A회계법인은 "구주인수금액이 시장의 예상보다 낮다"면서 "이는 추후 유상증자를 고려해 구주 인수가가 결정된 것"이라며 이스타항공이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B회계법인은 "상식적으로 695억원은 좀 높아 보인다"면서 "사드, 일본과의 무역 분쟁 이후 이스타항공의 실적이 안 좋아진 상황임에도 많이 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고 가치를 후하게 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695억원은 가장 최근 공시된 이스타항공의 실적인 2018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거래배수(Transanction Multiple)가 10배에 이른다. 한 주당 약 1만4000원이다.  지난해 다른 항공사들의 실적이 악화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 거래멀티플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이는 소위 '황금 멀티플 업종'보다 높다. 
 
투자업계(IB)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들은 높은 미래가치로 인해 소위 '황금 멀티플'값을 받고 있다"면서 "반면 전통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6~8배 정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금 업종이 아니더라도 시설투자, 수주 등이 완비돼 있어 뿌려둔 씨앗을 수확만 하면 되는 기업들은 10배를 받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거래 배수는 기업의 잠재력, 기업이 영위하는 산업 등에 따라 다르며 황금 멀티플은 주로 거래 배수가 10배 이상인 기업들에게 쓰는 일종의 업계 용어다. 
 
날뛰는 이스타항공 실적 
 
만약 이스타항공의 2~3년 실적을 평균 낸다면 거래배수는 6.2~6.4 수준이다. 전통 제조업 인수·합병(M&A)시 주로 거래되는 기준 배수 수준이다. 이렇게 가격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2017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2017년은 이스타항공이 창사 이래 가장 좋은 실적을 낸 해다. 
 
실적 변동성이 크다 보니 현금흐름할인법(DCF), 변형된 DCF방식과 같은 절대적 가치평가 방식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미래현금흐름도 결국 추정인데 추정자체가 힘든 업종이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의 한 대표는 "월가(Wall Street)의 펀드 매니저들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라이트 형제를 쏴 죽이고 싶다'라는 농담을 많이 한다"라며 "항공업 자체가 예상하기 어려운 업종이다 보니 월가의 펀드 매니저들조차도 손실을 많이 봤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거래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구주 대가는 산업은행의 특수성, 상장 여부 등을 고려할 때 유사 거래로 보기 어렵다. 
  
미래 실적을 추정하기 어렵기에 제주항공은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인수 대가로 애경 그룹의 주식을 일부 포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급하려는 주식은 에스크로(Escrow)가 걸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자산에 에스크로가 걸려있다면 약정한 기간 동안 보유 자산을 매각하지 못한다. 결국, 제주항공의 미래 실적에 따라 이 전 회장은 매각 대가가 향후 결정이 되는 구조다.
 
IB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라면서 "애경그룹의 주식을 일부 지급하려는 제주항공과 전액 현금을 원하는 이스타항공 사이에서 간극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스타항공은 지분 가치를 낮춰서라도 현금으로 받고 싶어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일본노선의 이용객이 크게 줄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항공산업 변동성↑…제주항공 PMI 불확실성↑
 
항공산업은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보니 가치 평가시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다. 환율, 유가 변동에 따라 이익의 변동폭이 크다. 또한 화물 수요는 글로벌 경기, 여객 수요는 한·일 갈등, 사드 등 이벤트 리스크(Event Risk)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올해 산업 전망도 어둡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 3사는 모두 올해 항공산업의 환경이 '불리(비우호적)'하다고 내다봤다. 일본 노선의 정상화,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 주요 국가 성장률 둔화 등이 그 이유다. 특히 저가항공사(LCC)의 경우, 경쟁 강도가 더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아시아권을 중심을 한 경쟁 강도 심화, 신규 저비용항공 3개사의 추가적인 시장 진입이 이뤄질 것이기에 경쟁 강도가 지속적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서 그는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항공운송 수요, 인구수 대비 국적항공사가 많다"라며 한국 항공사들의 경쟁 강도가 높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개선한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은 부채비율이 484.4%, 자본잠식률이 48.04%에 이르고, 변경된 리스회계 기준까지 고려한다면 부채비율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사업 다각화와 수익성 개선도 요구된다. 일본, 중국 등 일부 노선에만 의존하면 해당 국가의 의료·정치·사회 등의 문제와 실적이 크게 연동된다. 전문가들은 저가항공사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기 위해 6시간 이상 되는 중장거리 노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IB업계 관계자는 "PMI(인수 후 통합) 단계에서 이스타항공에 자금을 꽤 수혈해야 할 것"이라며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평균 티켓 판매 단가 상승, 좌석 점유율 상승, 중장거리 노선 확대, 황금 노선 확보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황금 노선 확보 여부도 불확실하고, 일본·중국 등 노선은 수익 가변성이 높다"라면서 "성공을 전제로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렵다 보니 딜레마가 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국인 출국자 수가 최근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게다가 이스타항공 만의 잠재적인 문제도 있다. 보잉737맥스 기종의 안정성 문제다. 보잉 737맥스 기종은 연료비를 20~30% 줄여준다. 연료비는 항공사 비용의 약 30%를 차지하기에 만약 맥스 기종으로 모든 항공기를 대체한다면 전체 비용이 6~12% 감소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아 운항되지 않고 묶여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는 "수익성과 안정성 사이의 딜레마가 있을 것"이라면서 "안전성만 검증된다면 맥스 기종은 상당히 괜찮은 기종이고, 이 기종의 활용 여부가 PMI 시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국내 저가항공사로는 최초로 737맥스 기종을 도입했다. 하지만 737맥스 기종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지난해 3월 우리 정부는 원인 규명이 될 때까지 737맥스의 운항 중단, 영공통과 금지 조치를 발령했다. 이후 이스타항공의 737맥스 2대는 운항을 중지하고, 인천공항에 보관돼 있다고 알려졌다. 
  
박기범 기자 5dl2la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