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 PE, 푸르덴셜 탐내는 우리금융의 '시간 공급자' 되나
IMM PE, 교보생명 케이스 방지 차원 안전판 확보
우리금융그룹, 당면 과제 집중·향후 증권사 인수 여력 확보
공개 2020-01-31 09:3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우리금융그룹이 예비입찰에는 빠졌지만 대형 사모펀드인 IMM PE와의 연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IMM PE와 우리금융그룹의 협력 관계는 양측 모두 윈윈(Win-Win)이 될 것으로 보인다. IMM은 투자금 회수의 리스크를 줄이고, 우리금융그룹은 자산등급법·지분투자비율 등 재무적 불확실성과 금감원 제재심·손태승 회장의 거취 등 비재무적 불확실성을 줄인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IMM PE가 우리금융그룹에 시간을 공급하는 모습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 관계자와 IMM PE 관계자가 푸르덴셜 딜과 관련해 만남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구체적인 투자 방식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컨소시엄 여부, 컨소시엄 주체, 인수금융, 향후 우선 매수권 부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딜 구조를 논의했다고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인수할 수 있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라며 "일단 IMM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이후 어떤 식으로든 우리금융지주(316140)와 연대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롯데카드 인수전 당시에도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고 아주캐피탈을 인수할 당시에도 웰투시인베스트먼트를 내세워서 인수를 했다"면서 "굳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연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라고 덧붙였다. 
 
우리금융그룹과 IMM PE. 출처/뉴시스, 홈페이지
 
첫째, 지주의 내부등급법 승인 여부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배경은 최근 우리금융그룹에게 놓인 불확실성 때문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내부등급법 대응, 우리은행장 인선, 금융감독원 제재심 대응 등 중요한 업무들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 이를 위해 3개 이상의 위원회를 꾸려 대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내부등급법 변경을 허가하는지는 컨소시엄 주체가 우리은행이 될 지 우리금융지주가 될지를 결정하는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푸르덴셜 인수전에서 IMM과 논의하는 주체는 우리금융지주가 아니라 우리은행"이라고 전했다. 
 
우리금융지주는 금융당국에 내부등급법 변경을 1분기 내로 승인받고자 한다. 내부등급법은 금융사가 과거 경험을 토대로 자체적으로 구축한 신용평가 내부모형이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했을 때 표준등급법보다 통상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이 더 높게 나온다. 반면 우리은행은 내부등급법 변경을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우리은행만 내부등급법을 적용 받기에 현재 인수협의 주체가 우리은행인 것이다.  
 
은행들의 BIS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우리금융지주의 BIS자본비율은 9개사중 뒤에서 2번째로 열위하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앞에서 2번째로 우수하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둘째, 증권·보험 모두 노리는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은 올해 주요 업무 추진 방향으로 비은행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을 꼽았다. 손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등 중소형 인수·합병(M&A)뿐만 아니라 증권이나 보험 등 그룹의 수익성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 확대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취임한 이후 외형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양자산운용(現 우리자산운용)·ABL글로벌자산운용(現 우리글로벌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국제자산신탁(現 우리자산신탁)과 같은 부동산신탁사 등을 잇달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또한 롯데카드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속에서 인수를 해야 하기에 매 거래마다 묘수를 찾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자산신탁, 롯데카드 그리고 아주캐피탈(033660)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유재은 국제자산신탁 전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자 지분 21.27%를 약 3년 이후 취득할 예정이다. 롯데카드는 60%를 보유한 MBK파트너스에 이어 2대주주다. MBK파트너스가 사모펀드이기에 향후 투자금 회수(Exit)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인수를 위한 포석에 가깝다. 또한 아주캐피탈은 웰투시 펀드를 통해 37%를 우리은행이 보유 중이며 나머지 37%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도 갖고 있다. 
 
세 거래의 공통점은 외형 확장 중인 우리금융그룹에 시간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도 마찬가지다. IMM PE를 전면에 내세우고, 향후 인수를 도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금융그룹은 적절한 매물만 나온다면 언제든 증권사를 인수할 의지가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는 보험사와 증권사 인수 모두를 벼르고 있다"면서 "인수 의지가 상당하다"라고 전했다. 
 
셋째, 손 회장의 거취
 
지난해 12월 금감원은 손 행장에게 징계안을 담은 사전 통지문을 통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의 징계다. 문책경고가 확정될 경우 손 회장은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기에 지주 회장 연임에 제동이 걸린다. 다만, 통상적으로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금융회사에 통보하고, 이를 통해 확정의 효력을 발생시킨다. 
 
경영 수장의 거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불리 큰 자금을 투입하는 의사결정은 우리금융그룹에 큰 부담이다. 또한 전면에 나서 인수의지를 피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IMM PE와의 연합은 우리금융그룹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중징계 여부를 떠나 DLF 사태는 손태승 회장의 발목을 두고두고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7일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에서 "우리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그동안 금융감독당국이 강조해왔고 우리금융지주 스스로도 CEO 자격요건으로 명시한 '공익성'과 '건전경영' 관점에서 손태승 회장의 연임 문제를 판단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IMM PE, 투자회수(Exit) 리스크 줄여
 
대형 사모펀드인 IMM PE는 감추고 싶은 보유 자산이 있다. 바로 교보생명이다. 2012년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에 FI로 참여했다. 향후 IPO를 통해 투자회수를 할 계획이었으나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투자금 회사의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IMM PE, 어피너티 등은 신창재 회장에서 풋옵션 행사를 요구하며 현재 중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PE가 소송을 불사하며 풋옵션 행사에 목을 매는 이유는 엑시트는 PE의 능력을 측정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이후 15~20년의 시간이 흘러 사모펀드들의 옥석가리기가 충분히 진행됐다"면서 "주요투자자(LP)들은 PE들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밸류업 등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어찌 됐든 적절한 시기에 투자금을 회수해 원금을 불려서 돌려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IMM PE입장에서는 교보생명과 같은 사례를 만들지 않으면서 동시에 본인들이 경영을 해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 본인들의 아이디어로 그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사모펀드의 존재 근거이자 사모펀드의 사회적인 순기능"이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