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 조이시티…많이 벌어도 순익 적자 이유는?
퍼블리싱 사업 구조 특성에서 비롯…투자 성격 선급금 잡히는 탓
흑자전환 방법, 블레스M 등으로 흥행 대박 터뜨려야
공개 2020-01-30 09:1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조이시티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대주주 변경 후 본격 전개한 퍼블리싱 사업에서 손상차손이 잡힌 탓이다. 현재 조이시티의 순이익이 턴어라운드를 하기 위해서는 블래스M 등 신작의 흥행 대박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조이시티(067000)의 2019년 연결 기준 잠정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15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연도 대비 손실폭을 64억원 줄였지만 적자 기조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동 기간 매출이 1000억원을 넘으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흑자전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수치다. 조이시티는 “일부 무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 인식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라고 밝혔다. 실제 조이시티는 지난해 3분기까지 약 61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한 바 있다.
 
조이시티 주요 실적 변동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손상차손은 조이시티가 영위 중인 퍼블리싱 사업의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다. 조이시티는 최대주주가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서 게임개발 및 유통업체 ‘엔드림’으로 바뀐 2015년 이후로 퍼블리싱 사업을 본격 전개했다. 현재 엔드림과 조이시티는 대표이사가 같다.
 
일반적으로 게임 퍼블리싱 업체(퍼블리셔)는 게임개발사와 판권 계약을 맺고 대신 마케팅 및 홍보를 담당한다. 개발사는 본업에 몰두하며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반대로 퍼블리싱 업체는 자금 여력과 흥행 여력 있는 게임을 구별하는 노하우만 있으면 다수 게임사와의 계약을 통해 매출을 늘리고, 이를 다시 해외 퍼블리셔 등에 판매해 로열티를 수취하는 방식 등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전략적 윈-윈(win-win)이 가능한 셈이다. 때문에 조이시티처럼 게임 개발력을 보유한 회사가 자금조달 후 퍼블리싱 사업을 본격 확장해 수직계열화를 형성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때 퍼블리셔는 판권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금 명목 등으로 선급금을 지급한다. 투자비용과도 유사한 셈이다. 선급금은 말 그대로 ‘미리 지급한 돈’이다. 즉, 퍼블리싱 업체는 선급금에 대한 대가를 받을 의무가 있으므로, 회계기준 상 이를 자산으로 계상하고, 이후 계약기간 내에 비용처리한다.
 
게임 상용화 후 선급금은 무형자산으로 대체된다. 그러나 흥행이 주춤해 기대 이하의 실적이 나올 경우, 무형자산은 회계기준에 따라 측정된 공정가치와의 차이만큼이 손상처리될 수 있다. 더불어 불가피한 사정으로 개발 자체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도 손상처리가 가능하다. 이때 손상차손은 기타영업외비용에 계상된다.
 
한 회계사는 “일반적으로 게임업계 퍼블리셔는 판권을 선급금으로 계상하고 상용화 후 무형자산으로 대체하는 회계 처리를 한다”면서 “이후 매출액이 기대수준에 못 미칠 경우 자산손상을 인식해야 할 경우가 있다”라고 밝혔다.
 
즉, 조이시티의 당기순이익 변동은 퍼블리싱 사업 성패에 달려있는 셈이다. 다만, 퍼블리싱 사업은 당기순이익의 기초가 되는 영업이익률도 비교적 낮다. 실제 손에 쥐는 이익이 적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퍼블리셔-개발사 수익배분율은 통상 60% 대 40% 수준이다. 그러나 퍼블리셔는 수익을 나누기 전에 구글스토어 등의 유통플랫폼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지급수수료는 대략 20~30% 수준이다. 게다가 퍼블리셔의 마케팅 전략 등에 따라 게임에 유명 브랜드가 붙으면 지적재산권(IP) 로열티로 10% 내외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 실제로 조이시티는 지난 2017년에 디즈니 브랜드 ‘캐리비안의 해적’ IP를 이용한 모바일 전략게임 ‘캐리비안의 해적: 전쟁의 물결’을 출시한 바 있다. 제작은 조이시티의 최대주주 엔드림이 맡았다.
 
조이시티가 2017년 출시한 '캐리비안의 해적: 전쟁의 물결'. 해당 게임에는 디즈니의 유명 브랜드 '캐리비안의 해적'이 이용됐으며, 홍보모델로는 AOA가 채용됐다. 사진/조이시티
 
단순 계산했을 때, 유명 IP를 이용한 게임 A에서 1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여기서 30억원은 플랫폼이 떼어가고, 10억원은 브랜드 로열티로 지급되며, 남은 60억원을 퍼블리셔-스토어가 6:4로 나누게 되는 셈이다. 즉, 퍼블리셔는 36억원을 손에 쥐게 되는 셈인데, 여기서 마케팅 비용 등 판관비를 지출해야 한다.
 
게임은 초기 흥행이 중요하므로, 퍼블리셔 입장에서 일정 수준의 광고비용은 사실상 필수나 마찬가지다. 즉, 퍼블리셔는 유명 연예인 활용과 같은 적극적 초반 마케팅 등을 통해 게임을 흥행시키고 매출을 불려야 이익을 볼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하면 광고비 부담 등으로 적자를 시현하게 된다.
 
실제로 조이시티의 2017년 연결 기준 매출은 퍼블리싱 사업 본격 전개 직전인 2015년 대비 60% 증가한 922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당시 조이시티는 플랫폼 등에 대한 지급수수료로 454억원을 썼는데, 이는 영업수익(매출)의 약 50% 규모에 이른다. 더불어 매출의 21%는 광고선전비로, 17%는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900억을 넘게 벌어도 적자를 본 이유다.
 
결국 조이시티가 당기순이익 흑자를 시현하려면 퍼블리싱 사업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을 내서 영업이익을 불리고, 손상차손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편, 조이시티는 현재 자회사 씽크펀에서 개발 중인 신작 ‘블레스M’ 퍼블리싱 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이시티는 지난 1월 2일에 최대주주 엔드림을 상대로 1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이시티 측은 “유상증자 목적은 블레스M등 신규게임 관련 퍼블리싱 사업비 및 운영자금 확보”라며 “증자 결정 후 6월 이내에 신규 체결된 퍼블리싱 계약 등에 따라 향후 약 5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