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 2조원 가치 될까?
금리확정형 상품 많아…저금리 타격 클 수도
공개 2020-01-02 09:3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바탕으로 알짜배기 매물로 꼽히고 있는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도 순자산보다 적은 2조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종신보험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는 푸르덴셜생명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예상 매각가는 더 낮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푸르덴셜생명 가격을 예상할 수 있는 비교군은 오렌지라이프(079440)다. 두 회사는 외국계 생명보험사로 자기자본은 올 3분기 말 기준 오렌지라이프 4조38억원, 푸르덴셜생명 3조1267억원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오렌지라이프는 최근 외국계 생명보험사 인수·합병(M&A)을 경험했다. 지난해 9월 신한지주(055550)에게 지분 59.15%를 2조2989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주가순자산비율(PER)은 1.1배가 적용됐다. 
 
시장에서는 현재 푸르덴셜생명 가격을 2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오렌지라이프에게 적용됐던 PER이 적용된다면 매각가는 3조원을 넘어서지만, 현재 예상가는 오렌지라이프 가격보다 저렴하고 푸르덴셜생명 순자산 규모보다도 낮다. 
 
푸르덴셜생명은 뛰어난 자본적정성으로 인해 인수 후 따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적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지급여력비율. 출처/푸르덴셜생명
 
금융당국은 2022년 IFRS17(신국제회계기준)과 K-ICS(신지급여력제도)를 도입하는데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평가 시점의 시장가치로 산출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보험사들의 자산이 크게 감소할 수 있어 재무건전성 확보가 어려워진다.    
 
푸르덴셜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올 9월 말 기준 515%로 업계 1위로 삼성생명(032830)(363.2%)보다 150%p 가량 높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100%를 기준으로 미만이면 경영개선명령을 통해 퇴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여기에 자기자본 3조1267억원 중 2조243억원이 이익잉여금으로 구성됐다.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은 없다. 자기자본의 100%까지 보완자본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인수 후에도 최대 주주에 도움 없이 자체적인 자본 확충이 용이하다. 
 
수익성도 나쁘지 않다. 당기순이익은 1465억원으로 업계 7위이며 ROA(총자산순이익율)는 0.98%로 업계 평균 0.43%에 2배 이상이다.  
 
푸르덴셜생명 자본 구성 현황. 출처/푸르덴셜생명
 
문제는 저금리가 푸르덴셜생명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10월에는 1.25%로 내렸다. 일부에서는 경기부양을 이유로 내년 0%대의 기준금리를 예상하는 상황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올해 9월 말 기준 자본을 살펴보면 자본금 1500억원, 이익잉여금 2조243억원, 기타포괄손익누계액 9520억원으로 구성돼있다. 이 중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보유 중인 금융자산의 평가손익이 반영되는데, 지난해 5801억원이었던 것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금리가 낮아지면서 보유하고 있는 채권가격이 상승한 부분이 매도가능채권의 평가이익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 매도가능금융자산은 7조6122억원으로 전체 금융자산의 40.7%를 차지하고 있다. 저금리 영향으로 순자산이 늘어난 만큼 시장에서는 이 부분을 고려해 매각가를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조원의 매각가도 비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가 자본확충 부담 증가와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 상반기 기준 보유계약 현황. 출처/금융통계정보시스템.
 
푸르덴셜생명은 국내에서 최초로 종신보험을 판매한 회사로 종신보험의 비중이 높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보유계약 62조4121억원 중 종신보험은 38조2447억원으로 61.3%를 차지했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까지를 보험기간으로 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한 후 유족들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매년 책임준비금이 누적되고 해약환급금이 증가하기 때문에 저축의 기능도 갖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가장 좋은 상품이다. 보험료가 다른 상품에 비해 비싸 사업비를 많이 떼며 보험계약자가 사망할 때까지 계약이 유지되기 때문에 그동안 받은 보험료를 운용할 시간이 길다.  
 
푸르덴셜생명은 종신보험 중심의 사업구조로 인해 수익성에 강점을 갖지만 과거부터 종신보험을 팔아왔기 때문에 지금보다 시장금리가 높았을 때 확정 금리를 보장해주는 상품 계약이 많다. 
 
이는 IFRS17 도입으로 인한 푸르덴셜생명의 부담 증가를 가중시킨다. 현재는 보험 부채를 계약 당시 기준으로 계산하지만 IFRS17이 도입되면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돼 과거 고금리를 보장해 주던 상품과 현재의 금리차이로 인한 부채 부담이 늘어난다.   
 
또한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에도 부정적이다.  
 
실제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2015년 4.43%였던 푸르덴셜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016년 4.11%, 2017년 4.05%, 2018년 3.93%로 떨어지고 있다. 금리확정형 보험상품 적립이율은 2015년 5.5%, 2016년 5.41%, 2017년 5.35%, 2018년 5.3%로 운용자산이익률과 적립이율은 금리차는 2015년 -1.07%, 2016·2017년 -1.3%, 2018년 -1.37%로 커졌다.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당분간 저금리가 지속된다고 볼 때 금리 차이로 인한 손해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판매했던 금리확정형 상품으로 인한 역마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여기에 고령화가 진행되고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하는 종신보험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