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늪에 빠진 OCI)②반도체용 실리콘 상용화 '산 넘어 산'
들락날락 한 수율 안정화 어려워
독일 바커 등 기존 거래처 반발 예상
설사 상용화되더라도 실적 효과 '미미'
공개 2019-12-05 09:30:10
폴리실리콘 생산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OCI의 실적은 기초 제품인 폴리실리콘 가격과 연동되는 모습이다. 태양광 산업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폴리실리콘 가격 역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이 결과 OCI는 4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문제는 OCI가 당면한 위기를 타개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OCI는 버티기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폴리실리콘 가격 전망과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용 실리콘의 실현 가능성, 그에 따른 효과를 짚어 봤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OCI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 부문이 어려워지자 국내 공장을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과 같은 고품질 폴리실리콘 생산으로 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과 실효성에 대해 시장은 근본적으로 의구심을 표현했다. 
 
지난 10월30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OCI의 김택중 사장은 "군산공장을 반도체형 공장으로 고품질화하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라며 "현재 일부는 반도체용으로 확대하고 있다"라는 '군산공장의 이원화' 목표를 밝혔다. 3분기 분기보고서에는 이 같은 사실이 더욱 구체화됐다. OCI는 "한국 사업장에서는 단결정 및 반도체 웨이퍼용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말레이시아 사업장에서는 원가 경쟁력이 높은 단결정 및 고효율 다결정 웨이퍼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OCI(010060)의 영업이익은 4분기 연속 적자다. 적자 행진은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베이직케미칼 부문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4분기 622억원의 적자를 낸 베이직케이칼 사업 부문은 ▲1분기 719억원 ▲2분기 348억원▲3분기 655억원으로 연거푸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 연속으로 베이직케미칼 사업 부문의 영업손실은 회사 전체의 영업손실보다 컸다. 
 
주요 이유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의 하락이다. 실적 전망도 어두워졌다. 지난 27일 나이스신용평가는 OCI의 등급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바꿨다. 지난 25일에는 한국기업평가가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기도 했다. 등급하락의 요지는 폴리실리콘 부문 실적 악화, 향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의 반등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이다. 
 
OCI의 투트랙전략. 출처/OCI
 
그렇기에 OCI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OCI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의 생산을 확대하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일 관계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OCI가 주로 기초소재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OCI 역시 부인하지 않았다. OCI는 컨퍼런스 콜에서 "한국과 일본의 분쟁에 따른 소재산업 이슈가 나쁜 영향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시장은 안정성이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처럼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력이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11N(11나노, 99.999999999%)급으로 6N~9N급인 태양광용 폴리실리콘보다 기술이 더 필요하다. 특히 꾸준히 안정적인 수율이 나와야 하는 것이 포인트다. 
 
석화 부문에 정통한 증권사 관계자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세계 주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제조 회사들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수율 문제 때문에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상용화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OCI의) 수율은 들락날락하다"면서 "꾸준히 안정적으로 수율이 나오는 것이 상용화의 전제"라고 덧붙였다. 
 
판매처 확보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제조업체가 OCI의 폴리실리콘을 선택한다는 의미는 기존의 거래선을 끊어버린다는 의미와 같다. 아무리 국산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이를 위해 선행돼야 할 전제가 있다. 품질이 좋다는 것이 증명되거나, 가격이 경쟁업체보다 낮아야 한다. 그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에 무게감을 두려면 진작했어야 했다"면서 "삼성, SK가 OCI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독일 바커와 같은 회사와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이 OCI 실적 부진의 대책이라 하기엔 OCI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계획대로 양산한다 할 경우, OCI는 2022년 5000톤 생산·판매하게 된다. OCI 규모로 비춰보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이 같은 배경에서 지난달 발표한 OCI의 신용평가 보고서에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양산과 관련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추정된다. 
 
신용평가 관계자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확대해도 절대 비중이 크지 않아 중요도가 낮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 관계자는 "비중도 적을뿐더러 실적과 같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내용도 없다"라고 언급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