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전망 상향된 교보증권, 중소형사 불리함은 과제
이익창출·리스크관리·자본적정성 양호
경쟁 치열…시장 지위 하락할 수도
공개 2019-11-28 09:3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교보증권(030610)이 수익성 개선과 자기자본 확대, 리스크 관리에 성공하며 장기신용등급 전망이 상승했다. 다만, 증권업계가 대형사 위주로 재편 중인 상황에서 중소형사가 불리해지는 경영 환경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최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교보증권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은 등급전망 상승 근거로 △다변화된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한 이익창출력 개선 △우발부채와 파생결합증권 부담 완화 등 리스크관리 기조 지속 △자본적정성 및 유동성 양호를 내세웠다.
 
교보증권의 수익 다각화는 자산관리와 기업금융(IB) 부문의 성장 때문이다. 펀드·신탁·랩 등의 금융상품 판매에 따른 자산관리수수료, 고객신용공여 이자수익 등 위탁수수료에 비해 거시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에서 수익기반을 확대했다.
 
교보증권 주요 재무지표. 출처/한국신용평가
 
IB의 경우, 부동산금융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파주법원2일반산업단지, 지사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 당진 송산2-2 일반산업 내 폐기물 매립장 조성사업 등의 딜(Deal)과 부천영상문화산업단지 개발사업 출자자 참여, 전남 순천시 삼산공원 조성사업 금융주선을 진행했다.
 
또한 2016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통해 수탁 수수료 시장지위가 개선됐다. CFD는 실제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전문투자자 요건을 충족하면 이용할 수 있다. 현물 주식과 달리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고 공매도 계약과 매수 계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에 교보증권의 총자산 순이익률(ROA)은 2015년 1.4%, 2016년 1.2%, 2017년 1.2%, 2018년 1.1%, 2019년 1~9월 1.3%로 증권업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올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0.97%로 양호했다.
 
이익창출력이 개선되면서 이익누적을 통한 자본 확충이 이뤄지고 있다. 교보증권의 올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9496억원이다. 현재 사업전략에 큰 변화가 없다면 자기자본은 내년 중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한 유상증자 등의 계획은 없다”라며 “이익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기자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결기준 순자본비율(NCR)은 430.4%다. 타 중소형사보다 내부 한도를 높게 설정하고 있고 당분간 자본적정성 지표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우발채무 부담도 완화됐다.
 
교보증권은 무등급 차주에 대한 한도, 시공사·시행사 등급요건 등 내부규제를 통해 우발채무를 관리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1조3057억원을 기록했던 우발채무는 올해 3분기 말 7202억원으로 줄었다. 우발채무 비중은 75.8%로 증권사 평균 75.4%와 유사한 수준이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이익 누적을 통한 자본 확충이 이뤄지면서 내년에 자기자본 1조원을 초과할 것”이라며 “당분간 양호한 자본적정성 및 유동성 지표가 유지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대형사와의 경쟁 불가피
 
교보증권의 신용등급 전망 상향의 핵심은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수익원이었던 주식중개(브로커리지) 분야가 증시침체, 과도한 수수료 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되자 부동산 관련 IB영업 확대와 신탁 및 헤지펀드 운용 등 자산관리 부문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수익 구조 다변화에 성공했다.
 
교보증권 최근 5년 우발부채 추이. 출처/한국신용평가
 
문제는 자본과 영업력을 갖춘 대형사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발행어음, 기업대출 등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게만 허용된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중소형사와 대형사의 사업구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이 가장 먼저 서비스한 CFD의 경우 정부가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의결해 지난해 기준 1950명이던 전문투자자가 향후 15만~17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 기대감이 커지자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039490), DB금융투자(016610)가 뛰어들었다. 미래에셋대우(006800),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등 대형사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부동산금융은 자본 규모를 바탕으로 한 위험인수능력 차이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다 보니, 교보증권은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자기자본투자(PI)보다는 도시재생사업 등 자본조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업을 발굴해 금융주선을 하는 등 대형사를 피해 틈새를 공략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중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증권산업 정책을 통해 자본 규모가 클수록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규 종합증권사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자본이 적은 핀테크 사업자들도 금융투자업에 쉽게 진출하도록 했다.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대형사 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자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환경이 된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교보증권은 다각화에 성공한 각 사업부분의 시장지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 “업계 전반의 경쟁 심화, 중소형사에 불리한 정부 규제 환경 등이 부정적인 사업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회사의 시장지위 변화, 수익성 추이 및 우발채무 등 전반적인 위험관리 기조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해 등급 결정에 반영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