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개선 시동거는 하이트진로…'테라 효과'는 언제?
아직은 시기상조…맥주 흑자전환 시점에 가능할 듯
공개 2019-11-27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올 1분기 말 출시된 맥주 신제품 '테라'가 기대 이상의 흥행을 펼치며 하이트진로의 신용도 방향이 바뀔 수 있을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올해 실적은 초기 판촉 비용 부담 등으로 테라 효과를 기대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다만 테라의 인기가 지속된다면 빠르면 내년부터 부진했던 맥주 부문이 흑자전환하며 현금흐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의 장기신용등급은 현재 아웃룩 스플릿(신평사간 불일치) 상태에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올해 6월 아웃룩을 A-/부정적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A-/안정적 평가를 이어갔다.
 
올해 초 출시한 하이트진로의 맥주 ‘테라’가 흥행 조짐을 보이며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이후 액션에 나서자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했지만, 한기평이 평정모델에 따른 선제적 평가에 나선 셈이다.
 
한기평은 하이트진로의 아웃룩 하향 키워드를 ‘맥주’에 뒀다. 맥주 부문 영업손실 회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현금흐름 개선이 더뎌 재무건전성의 단기간 개선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은 2014년 이후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맥주 부문 적자로 한기평이 제시한 하향 트리거를 충족한 상태다. 하이트진로홀딩스의 부채 상환 여력이 하이트진로에서 비롯되므로 하이트진로 트리거는 홀딩스 재무건전성에 좌우되는데, 올해 3분기 기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는 하향기준인 7배를 넘어선 7.3배를 기록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한기평 외의 신평사 등급 하향 트리거도 일부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 분위기는 달라지는 모양새다. 테라가 예상을 넘어선 흥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시 160일만에 2억병 판매를 돌파했는데, 이는 업계 최단기간 기록이다.
 
과점경쟁 방지로 맥주 시장점유율이 공개되지 않는 중에, 증권업계는 올해 9월 기준 테라의 맥주시장 점유율이 13% 내외에 이를 것으로 봤다. 반대로 OB맥주의 카스 국내 판매량은 최소 15%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OB맥주의 시장점유율은 60%가량 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미세먼지와 매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청정라거라는 점을 강조한 마케팅이 주효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의 테라 흥행은 기대 이상인 것도 맞다”라고 밝혔다.
 
투자업계는 테라 흥행이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주류업계는 대략 10년 주기로 트렌드가 바뀌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맥주 시장은 13년마다 새로운 제품이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HITE)가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지속 성장하며 6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유지했지만, 결국 2007년을 기점으로 카스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류 시장에서 10년 싸이클은 제품과 소비자가 노후화되고, 기업은 타성에 젖는 기간이라는 의미”라며 “기존 시장점유율이 낮던 브랜드는 영업사원들이 최전선에서 뛰며 납품처 등과 자주 접촉하기 때문에 관계가 좋으며 이는 신제품 흥행 가속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맥주 시장의 점유율 역전은 주력 제품의 교체 및 단일 브랜드 집중 마케팅 전략에 기인하며 과거 OB맥주도 OB 대신 카스에 집중해 점유율 반등에 성공했다"라며 "하이트진로는 주력 제품을 하이트에서 테라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출시한 맥주 테라가 홍천공장에서 출고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다만, 하이트진로의 아웃룩 스플릿 해소 논의는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용평가의 핵심은 부채 상환 여력에 있고 이는 현금흐름과 직결되는데, 제반 측면에서 적어도 올해는 테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올해 3분기 맥주 부문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314억원 증가한 414억원을 기록했다. 출시 첫해이므로 광고선전비를 높게 집행해 판관비가 늘어난 탓이다. 실제 하이트진로의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광고선전비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1418억원을 기록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테라 판매 추이가 좋은 건 맞지만 이는 매출에 긍정적인 요인일 뿐”이라며 “결국 크레딧은 판매 호조가 현금창출력으로 연결되느냐의 문제이므로 현시점에서 아웃룩 해소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DCM업계 관계자도 “신용등급은 채권과 연결되는데 결국 채권은 만기 상환 시점에 현금을 얼마나 넉넉히 준비해놓느냐의 문제이므로 테라 판매 호조가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면 주가에는 상당히 유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스플릿 해소는 테라 판매 호조가 지속돼 맥주 부문 손익이 흑자전환될 때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빠르면 내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사업은 고정비가 높으므로 테라 매출 증가로 인한 영업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 맥주사업은 내년부터 큰 폭의 흑자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테라 반응이 양호해 추가 비용 투입 없이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도 “내년 맥주 부문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올해 7월 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았음에도 1600억원이 넘는 수요를 모은 바 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