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면세사업에서 손을 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027390)의 성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점포가 대전에 있는 백화점 하나뿐이라 한계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 4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갤러리아면세점63점의 폐점을 결정했다. 9월30일까지 영업한 뒤 문을 닫았다. 지난 2017년 7월 갤리리아면세점 제주국제공항점 영업종료 후 마지막으로 남은 시내면세점 운영을 포기하며 면세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지난 2015년 12월 문을 연 갤러리아면세점63. 출처/뉴시스
면세점 철수로 4분기 실적 턴어라운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면세사업 철수를 결정한 이유는 지속적인 적자로 인한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2015년 12월 문을 연 갤리리아면세점63은 사드(THAAD) 사태 후 촉발된 중국의 한한령과 서울시내 면세점 간의 경쟁 심화로 인해 출범 후 3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점포망이 작아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없었고, 관광객 선호도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여의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주요 브랜드를 유치하지 못한 점도 한몫했다.
올해 실적을 살펴보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22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줄었고, 영업손실은 110억원으로 적자폭이 90억원 이상 늘어났다. 백화점이 영업이익 190억원을 냈지만 같은 기간 면세점에서 3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적자를 극복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면세사업 철수를 수익성 개선의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 사업의 영업이익을 면세점이 깎아먹은 만큼 4분기부터 면세사업 적자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영업이익이 정상화된다는 논리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사업 철수는 수익성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며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빠르게 개선돼 2020년부터는 면세점 사업을 하기 전인 2014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매출과 영업이익.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재무구조 개선도 예상된다. 면세사업에 진출한 이후 면세사업 부진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된 만큼, 4분기부터는 양호한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백화점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사용권자산 및 리스부채 대부분이 면세점과 관련된 부분도 사업 철수 후 부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황용주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면세점 철수에 따른 일회성 비용 부담이 존재하나 면세사업이 지속적으로 적자였던 점을 감안하면 철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면세점 재고자산 정리 등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경감 등을 감안할 때 2020년부터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쪼그라든 몸집…성장 가능할까?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사업장이 대전에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 하나뿐이라는 점은 앞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를 키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1979년 설립돼 2000년 한화갤러리아로 피인수 됐다. 대전 선화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동백점과 둔산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타임월드 2개의 점포를 운영하다가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2013년 갤러리아 동백점을 매각하며 현재 갤러리아 타임월드점만을 운영 중이다.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매출 기준으로 대전·충남지역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급 백화점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모회사인 한화갤러리아와의 경영관리계약을 통해 대전·충청권의 고급 백화점 이미지를 구축, 구매력 높은 주요 상권을 선점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달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 매장을 신규 오픈했으며 작년 말부터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버버리 등의 매장을 리뉴얼했다. 실제 대전·충청권에서 가장 많은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사업부문별 매출.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다만, 성장세 하락은 피할 수 없다. 당장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하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3분기 누적 매출을 보면 백화점은 1007억원, 면세점은 1211억원으로 면세점이 더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2020년 연간 매출액이 1400억원 내외 규모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백화점 사업 역시 유통환경 변화와 경쟁 심화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익창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백화점 역시 온라인 강세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양극화 영향을 맞고 있다. 그동안 명품을 내세우며 실적 방어를 해왔지만 그 이외의 상품은 부진한 상황이다. 명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 마진율이 낮기 때문에 명품 의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여기에 갤러리아타임월드의 경우는 지역 내 경쟁심화도 예상된다. 내년 5월
현대백화점(069960)의 대전프리미엄아울렛이 문을 열고, 2021년에는
신세계(004170)가 백화점과 호텔 등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대전 신세계 사이언스 콤플렉스를 오픈한다.
신세계 사이언스 콤플렉스의 경우 갤러리아 타임월드와 직선거리로 4㎞가량 떨어져 있어 갤러리아 타임월드에게는 부담이다. 신세계백화점이 대형화·고급화·차별화 전략을 바탕으로 3분기 6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강세를 띄고 있다.
갤러리아타임월드가 대전·충청지역 1위 백화점 지위를 뺏기지 않기 위해 진행하는 리뉴얼 공사, 마케팅 등이 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입장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갤러리아타임월드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고객 유치를 위한 비용 증가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아울렛 개장과 신세계의 대전 사이언스 콤플렉스 개점에 대응한 백화점 리뉴얼로 투자 규모가 확대, 단기 재무구조는 추가 저하될 전망”이라며 “경쟁 심화로 인해 예년 대비 저하된 수익성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