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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율리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
유동화 자산의 글로벌화…우량한 자산 있으면 지역 가리지 않아
우발채무 우려, '진술 및 보장'조항으로 대부분 해결
공개 2019-10-18 09:00:00
강율리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출처/법무법인 지평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법을 다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목적과 실질로 파생상품 계약이 아닌 대출로 봐야 한다고 하면 거래 안정성과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너무 떨어진다. 그 경우 금융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강율리 변호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최태원 SK회장과의 TRS 계약이 정당하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복잡한 금융계약을 법에 저촉되지 않게 자문하는 변호사 다운 의견이다. 
 
강율리 변호사는 법무법인 지평의 자문그룹에서 주로 자산유동화, 구조화 금융 부동산 PF 등의 자문을 담당한다. 강 변호사는 1998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법무법인 세종을 거쳐 2004년 초에 지평으로 왔다. 현재 회사 내에서 PF사업 정상화센터의 위원을 맡고 있다. PF사업 정상화센터는 PF사업과 관련해 All-in One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문과 소송, 건설과 금융 등 업무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강 변호사는 SPC, 펀드 등 도관을 이용한 자산유동화와 구조화금융에 능하다.
 
그는 SPC는 독립된 법인이므로, SPC에 자산을 양도하는 거래는 양도 요건을 갖추는 한 매각 거래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대출이 아닌 매각 거래로 보는 것은 법적으로도, 회계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기업이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SPC에 자기 자산을 담보로 맡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면, 그 기업이 회생 절차에 들어갈 경우 담보로 맡긴 자산까지 모두 법원 관리 하의 회생 재단으로 넘어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각 거래로 보게 되면 매각 후부터는 SPC의 자산이 되므로, 양도 기업의 부도 상태로부터 절연된다"라고 하면서 "기업에 부도가 발생하더라도 이미 SPC에 양도된 자산으로부터 안전하게 채권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자산유동화를 선호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IFRS 도입 이후 양도 거래와 차입 거래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지며 SPC의 악용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강변호사는 “IFRS를 도입한 이후 SPC를 상대로 한 양도(매각) 거래에 대한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의 내용은 강율리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최태원 SK회장의 TRS계약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SPC는 기본적으로 법인이고, 그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 개인이 마음대로 모든 것을 통제하거나 사유물처럼 만들지 않았다면, SPC는 간단한 구조의 회사다. SPC가 체결하는 파생상품 계약, 대출, 사채발행 등 법률행위 형식에 따라 법은 각기 다른 법률효과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내심의 목적이나 실질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물론 금융기관은 법률행위를 할 때 지켜야 할 법적 요건이나 주의의무는 다해야 한다.  파생상품 거래에 관한 법을 다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의 목적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실질은 (파생상품이 아닌) 대출이다'라고 하면 거래 안전성,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너무 떨어진다. 법적인 형식과 내용, 효과를 다 맞추더라도 감독기관이 달리 볼지 모른다는 걱정을 해야 한다. 금융업계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 부분에 있어서(감독기관의 다른 해석)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유동화'의 대상은 다양하다. 정수기, 보험금부터 항공기, 선박, 토지, 건물까지 자산은 무궁무진하다. 자산 별로 자문 방식이 다를 것 같다. 
 
△유동화 대상 자산은 다양하지만, 다양한 만큼 거래구조가 다양하지는 않다. 유동화는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을 돈이 조달되게 만드는 것이다. 유동화는 양도(매각) 거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항공기, 자동차, 선박 등 자산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거래 구조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자산 유동화 시장의 상황을 진단해달라.
 
△증권사들이 국내 자산뿐만 아니라 해외자산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소비자 금융 채권을 기초로 국내에서 유동화를 한다. 인도네시아의 우량 회사채를 기반으로 유동화를 한다. 자산 소재지가 글로벌화됐다. 우량한 자산만 있으면, 자산이 어디 있든 상관없다. 과거에는 국내의 매출채권, 부실채권 등을 중심으로 유동화했다. 
 
-SPC의 악용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은 있나?
 
△그래서 사실 저희들이 법률구조도 검토하고 법률의견도 드린다. 또한 회계법인은 자산보유자에게서 SPC로 자산이 넘어가면, 자산보유자의 자산이 아니라는 부외계정(Off-balancing)에 대한 의견을 준다. IFRS를 도입한 이후 양도에 관한 요건을 실질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 의견을 주게 되어 있다. 예컨대, 자산을 넘긴 이후에도 수익의 일부를 기존 자산보유자가 챙겨 간다거나 자산의 처분권을 갖게 되면 양도거래 자체를 부인한다. SPC를 이용하더라도 양도거래냐 차입거래냐의 판단을 엄격하게 함으로써 악용의 소지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신용카드 대출채권 유동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소 서민층의 부실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신용카드 대출채권이 생기는 과정은 이렇다. 카드회사들이 신용카드 이용대금을 가맹점에게 먼저 갚은 후 카드 소지자들이 신용카드회사에 카드대금을 납부한다. 이 사이 기간이 있고 카드회사는 계속적인 영업을 위해 유동성이 필요하다. 최근 신용카드 시장이 워낙 커져서 카드회사에 필요한 유동성 규모도 늘어났다. 그렇기에 신용카드대금 채권 유동화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같다.
 
-PF부문의 이름이 'PF사업 정상화센터'다. 정상화센터라고 이름을 지은 배경과 취지를 알고 싶다. 
 
△약 10년 전부터 시공사들은 공사 수주 실적을 늘리려고 시행사가 PF 대출을 받을 때 무분별하게 보증을 섰다.  시행사들의 신용도가 시공사보다 워낙 낮기에 대출금융기관들은 신용등급이 높은 시공사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문제는 금융기관들이 PF 대출을 할 때, 사업 수지 분석, 사업타당성 분석을 정확하게 하는 대신, 시공사의 신용등급만 믿고 대출을 했다는 점이다. 사업 내용보다 시공사가 어디인지가 더 중요했다. 무분별한 대출은 분양 실패로 부실 사업장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더 큰 문제로 불거졌다. 부실 사업장에서 돈이 들어오지 않으니까 시공사들은 연대 보증인으로서 채무를 이행해야 했다. 연대보증을 이행해야 할 금액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자, 시공사들도 많이 도산했다. 로펌 입장에서는 망가진 PF사업장들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자문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지평은 PF사업 정상화센터를 통해 All-in-One 서비스를 제공하여 왔다. PF사업에 관한 한, 자문과 소송, 건설, 부동산과 금융 등 각 분야에서 실력 있는 변호사들이 팀을 이뤄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업장 자체를 건실한 사업자에게 넘기는 것(영업양도), 시공사를 변경하는 것, 부실화된 채권을 매각하는 것, 담보권을 실행하는 것, 사업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 등 PF사업 정상화에 요구되는 모든 문제가 유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PF자문시, 가장 많이 묻는 질문과 가장 주의하는 부분이 무엇인가?
 
△우리의 고객은 금융기관이 많다. 대출을 하고, 대출금을 제대로 상환 받을 수 있는 구조인지 많이 묻는다. 담보권이 적법하게 설정됐는지, 담보권의 실행이 문제가 없는지를 가장 궁금해한다. 
 
-PF 관련 분쟁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는가?
 
△딱히 꼽을 만한 사례는 없다. 다만, 사업이 꼬여서 시행사가 '그 대상'을 매각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우발채무 문제가 떠오른다. 사업을 통째로 팔면 사업장의 채권과 채무가 모두 넘어간다. 여기에는 우발채무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발채무를 사전에 다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당사자들이 모두 '정직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우발채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하다.  
 
-정직하게 사실을 밝히는 클라이언트는 없을 것 같다. 
 
△사실은 계약서를 통해 해결되는 부분이다. '진술 및 보장'이란 조항이 있다. 매각자(파는 자), 차주(빌리는 자)쪽에서 대상 사업 등과 관련해 진술을 한다. 이 진술 중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 모든 것을 공개했고 그리고 그 내용은 정확하다'라는 내용이 있다. 넘어간 자산 등에 별문제가 없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계약 체결 후에 그 사실을 위반했을 때에는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일정 금액을 예치(에스크로) 해 놓기도 한다. 
 
-'사람 중심, 진정성, 진취성, 윤리성'은 지평이 추구하는 가치다. 변호사님께서는 이 가치를 업무를 통해 어떻게 실현시키고 있는지 알려 달라. 지평의 가치를 조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회사의 가치에 공감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멋지다'라고 생각한다. '사람 중심'은 별거 아니고, 고객과의 관계나 동료와 일할 때 '역지사지'를 생각한다. 입장을 바꿔본다. 내 고객이라면 무엇이 가장 염려하고, 무엇을 가장 해결하고 싶은지 먼저 생각을 한다. 그러다 보면 너무 추상적인, 내지는 별로 현실적이지 않은 답변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자체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동료나 후배와 일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은 특히 나보다 경험이 적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 이런 걸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이야기를 하면 훨씬 효율적이다. '역지사지'라는 말 자체를 좋아한다. 그걸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배 변호사로서 후배 변호사들이 많이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후배들이 강 변호사를 따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2년째 근무, 길어 보이지만 사실 지나고 나면 매우 금방이다. 사실 후배들 만날 때 10년이든 5년 아래 후배든 나는 매우 가깝게 느끼는데 후배 입장에서는 까마득한 선배라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항상 쉽진 않지만 가급적 다들 바쁘고 힘든 여건 하에서 웃는 얼굴로 대하려고 노력하고, 좀 전에 언급한 '역지사지'도 생각하려고 하고. 그러면서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
 
-삶의 철학이 있다면?
 
△사실, 장기적 계획을 세워서 간다기보다는 하루하루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지금 현재의 순간, 지금 이 일에 최대한 집중하고, 그 자체에 집중한다.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사실 잡념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좀 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게 때로는 쓸데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걱정해봤자 지난 것은 어떻게 할 수 없고 미래도 그렇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마음을 거기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율리 변호사: △서울대 사회과학대 졸업 △37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7기 수료 △(前)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前)금융투자협회 법률고문 △(前)(사)세계한인법률가회(IAKL) 재무이사 △(現)(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 △(現)법무법인(유) 지평 파트너변호사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