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피플
은성욱 법무법인 율촌 M&A 부문장
"M&A 자문, 승자의 저주 특히 경계해야"
"돌발 리스크 신속한 해결 중요…협업 반드시 필요해"
"내년 M&A시장 전망 밝지 않아…글로벌 PE 확보와 대체투자 주력 중"
공개 2019-10-04 00:0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인수합병(M&A)을 전투에 비유한다면, 로펌의 변호사는 참모로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적합한 인수구조부터 발생 가능한 각종 법적 리스크까지 제반 사항을 막후에서 파악해 클라이언트에게 일러주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이다.
 
25일 IB토마토가 만난 율촌의 은성욱 파트너 변호사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율촌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0년 율촌 입사와 동시에 법조인 커리어를 시작했고, 현재 코퍼레이트 파이낸스(Corperate Finance) 2부문장을 맡아 M&A부터 금융, PE 등 다양한 업무를 지휘하고 있다.
 
은성욱 법무법인 율촌 코퍼레이트 파이낸스(Corperate Finance) 2부문장. 사진/율촌
 
은 변호사가 참여한 국내 주요 M&A 프로젝트는 2007년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2008년 웅진(016880)홀딩스의 극동건설 인수, 코오롱(002020)그룹(2009) 및 애경그룹(2012) 지주회사 전환 자문, 한화(000880)그룹의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인수(2015), 신세계(004170)의 까사미아 인수(2018) 등이 있다.
 
올해 상반기 참여 프로젝트로는 한솔홀딩스의 한솔개발 매각과 한화첨단소재의 한화큐셀코리아 합병 거래가 있다.
 
“입사와 함께 M&A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율촌 M&A 공채 1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에는 그룹 사업재편이나 계열사 간 구조조정 관련 법무 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은 변호사는 가장 인상 깊었던 M&A 프로젝트 중 하나로 2018년 초에 있었던 KTB투자증권(030210) 경영권 인수 자문을 꼽는다.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으로부터 발행주 18.76%를 662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이전 받은 거래다.
 
“M&A 계약에 우선매수청구권 조항이 들어가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경영권 확보를 위해 실제로 행사되는 일은 드뭅니다. 30일 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단순 행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이행도 할 수 있어야 하므로 자금조달을 위해 투자자를 찾아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다방면으로 고생을 했습니다.(웃음)”
 
은 변호사는 M&A 자문 시에 ‘승자의 저주’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승자의 저주란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르다가, 결국 부도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승자의 저주’를 피하려면 밸류에이션과 기업의 향후 운영전망 등을 폭넓게 조망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무역분쟁 등의 다양한 외생변수가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반대로, M&A 법률자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아무리 정확하고 훌륭한 자문이라도 때를 놓치면 결국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M&A를 하다 보면 인지하지 못했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소송의 불씨가 될 수 있고, 행정기관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게 됩니다. 제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데, 때를 놓치면 결국 해결할 수 없게 됩니다. 발생한 이슈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여러 사람들과 협업해 아이디어를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면 솔루션은 나오게 됩니다.”
 
협업을 하다 보면 종종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서로의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횡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M&A 프로젝트에서 불필요한 잡음은 곧 절차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협업 노하우를 묻자 은 변호사는 율촌의 시스템을 자랑한다.
 
“율촌의 협력 시스템은 단순 문화가 아닌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습니다. 일례로, 다른 사람들이 수임한 사건에 참여할 경우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시스템은 곧 유기적 협력의 원동력이 됩니다.”
 
다음은 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KTB투자증권 외에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 이야기를 조금 더 부탁한다.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자문을 꼽을 수 있겠다. 유학을 마치고 파트너 변호사가 된 후에 맡은 프로젝트다. 당시 유진그룹 경쟁사로 GS가 있었는데, GS 제시 인수가가 유진보다 약 1000억원 가량 높은 상황이었다. 고심 끝에 하이마트 임직원의 고용보장을 어필하기로 했다. GS는 이미 유통업을 하고 있지만, 유진그룹은 건설·시멘트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필요한 상황이었다. 이것이 주효했다. 당시 하이마트의 대주주였던 어피니티(AEP)가 내부 분쟁없이 스무스하게 딜을 마치고 싶었던 것 같다.
 
- 특별히 해결이 어려웠던 프로젝트도 있었나?
 
△큰 문제가 생긴 적은 없던 것 같다.(웃음) 굳이 말하자면…웅진홀딩스의 극동건설 인수 프로젝트를 들 수 있겠다. 클로징 직전 거래대금을 줘야 하는데, 환율 적용에 계약서 상 이론(異論)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착했다. 미미한 조항이지만, 거래규모가 66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작은 차이에도 대금의 상당한 변동이 발생해 자칫하면 클로징 지연도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문제없이 해결됐다.
 
- 20여 년간 M&A 법률 자문을 맡아왔는데, 이 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M&A 자문을 하다 보면 새로운 산업, 문화 등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같은 산업이라 해도 회사마다 문화나 경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자문을 진행하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M&A 변호사들이 IB, PEF, 혹은 기업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 M&A 변호사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나 자질이 있다면?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대개 그렇듯, M&A 법률자문에서도 이론과 실제의 괴리가 발생한다. 이론적 측면에서 리스크가 있어도 실제로 해당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가 있다. 이를 경험적으로 판단해 클라이언트와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체력도 매우 중요하다. M&A는 오랜 기간 진행되는 경우도 많고 때에 따라서 밤샘 협상도 해야 한다. 체력이 약하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강한 체력은 좋은 결과를 만든다.
 
- 업무 강도가 굉장히 센 것 같다.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스트레스 관리…어려운 일이다.(웃음) M&A 분야 업무량이 굉장히 많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단기간에 일이 몰리는 플로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한 달 일정이라고 하면 3주는 집중적으로 일하고, 1주는 쉬는 경향이 있다. 자투리 시간을 잘 이용해 취미를 즐기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일정이 항상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 향후 M&A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국내 경제가 어렵지만, 아직까지는 PEF 등 플레이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시중 유동자금도 풍부하기 때문에 관련 딜은 많이 있는 상황이다. 다만, 대기업 M&A 시장이 활성화되기에는 부족한 측면들이 있다. 내년 시장 전망은 밝지 않을 것으로 본다. ‘승자의 저주’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M&A 시장이 밝지 않다면, 율촌은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M&A 법률자문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새로운 영역을 찾기 위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율촌은 이전부터 PE 활성화를 예상해 관련 투자를 적극 진행해왔다. 특히 요즘은 글로벌 PE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포럼 운영을 들 수 있다. 모빌리티, 핀테크, 가상화폐, 스마트에너지 등 여러 가지 산업 영역에서 미래지향적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새로운 수익창출의 동력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련 법률자문도 준비하고 있다.
 
대체투자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대체투자는 저금리 환경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율촌의 대체투자 역량은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부동산 투자에서 로펌은 현지 투자구조와 조세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확한 자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율촌은 다수 대체투자에 대해 성공적 자문을 제공한 바 있다.
 
-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어려움은 없나. 국내 M&A 환경과 여러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차이가 있다. 외국과 우리나라의 법과 규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있어 불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특히 환경과 같은 분야에서는 설령 법에 요건을 맞춘다 해도 민원 등의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업에 대한 실사 등도 전면에 나서서 깊이 있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 올해 초 부문장으로 임명됐는데, 포부는?
 
△'포부'라는 말은 젊은 변호사에게 어울리는 것 같다.(웃음) 코퍼레이트 파이낸스 부문장을 맡고 있는 만큼, 후배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서포트 할 계획이다.
 
※은성욱 변호사 : △1994년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제36회 사법시험 합격 △1997년 서울대 법과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사법연수원 제26기 수료 △1997년~2002년 공군 법무관 복무 △2000년 율촌 합류 △2005년 미국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법학석사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 환경과에너지 연구위원회 위원 △(現)법무법인 율촌 코퍼레이트 파이낸스(Corperate Finance) 2부문장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