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웅진북센의 잠재적 가치와 관련해 매각 측과 인수 측의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도서 유통 시장의 미래규모에 대한 이견이 큰 상황으로 알려졌다. 희망거래액이 최대 300억원 차이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웅진북센의 매각을 위한 본 입찰에 태은물류-현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단독 응찰했다. 매각 대상은
웅진(016880) 그룹 윤석금 회장의 지분 73%다. 매각주간사인 DB금융투자와 현인베스트먼트가 현재 주도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양측은 700억~1000억원 사이에서 가격 줄다리기 중이다.
쟁점은 시장규모에 대한 전망이다. 북센은 도서 유통 시장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업계 1위의 회사이기에 시장점유율의 변화보다 시장 규모에 대한 전망이 북센의 미래가치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현재 도서 유통업의 시장규모는 2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수자 측은 도서 유통 시장의 미래 시장 규모를 3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고, 매도자 측은 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시장 규모 전망의 차이→ 가치 차이로 이어져
시장규모의 전망은 웅진 북센의 가치 측정 시 차이를 야기한다.
웅진북센의 경우, 유사기업과 유사거래가 없어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EV/EBITDA가치 평가 방법이 쓰이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동일 업종, 동일 자본구조(타인자본과 자기자본 비율) 그리고 유사 기업의 거래(Transaction multiple)가 있을 때 EV/EBITDA가 유의미하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웅진북센 딜은 이 같은 사례가 없어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말했다.
DCF는 기업의 가치 평가 시 실무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방법이다. 이론적으로도 가장 우수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잉여현금흐름(FCF), 할인율, 추정기간 이후의 영구가치(Terminal Value)가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세 가지 주요 요소다. 다만, 3가지 요소를 평가할 때 평가자의 주관성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이 단점으로 꼽힌다.
시장규모 전망은 영구가치평가에 주관성을 깊게 개입시킨다. 웅진에서 전망하는 시장 규모인 5000억원에서 현재 시장 점유율을 유지한다고 가정해 DCF(Wacc 5~6% 가정)를 할 경우 73%의 지분가치는 약 1000억~13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나머지 가정은 전부 같은데 시장 규모만 3000억원으로 바꾸면 73%의 지분가치는 약 600억~800억원으로 추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이 특이한 것은 매각자(Sell-side)쪽은 관련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인수자(Buy-side)쪽은 시장 성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인수자(Buyer)가 회사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매각자(Seller)가 회사의 성장성이 제한됐다고 생각할 때 거래가 쉽게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이유는 시장의 전망 문제고 이는 결국 시너지 밸류의 문제"라면서 "시장의 전망과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이견을 얼마만큼 좁히느냐가 딜 클로징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웅진 관계자는 "가격만 맞는다면 딜 성사 의지가 있다"면서 "공개된 딜이니만큼 성실하게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다만 웅진북센은 도서 보관과 운송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1위 회사라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매수자와 매도자 간 거래를 성사하려는 의지가 꽤 크다고 알려졌다.
도서 유통 시장, 성장하지만 제한될 것
최근 출판 산업에서 도서 유통 부문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KPIPA 출판산업 동향에 따르면, 도서 유통 부문은 지난해 상반기 84점, 하반기 90점, 올해 상반기는 81점을 기록했다. 경기 동향 지수는 100점을 기준으로 84점 이하일 경우 매우 부진, 85~94점일 경우 부진, 95~104점이면 호조, 105 이상이면 매우 호조 상태로 판단한다. 게다가 오프라인 유통 부문은 온라인 유통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도서 유통 경기동향지수. 출처/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하지만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으로 정부가 지방에 도서관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 성장을 제한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출판사와 대형서점 간 온라인 직거래의 확대다. 이는 시장 규모의 팽창을 제한하고 있다. 출판에 정통한 관계자는 "요즘은 출판사와 인터넷 대형서점이 직거래를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 경우에는 북센을 통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서 유통업은 분명히 커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태은물류-현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인수할 경우, 유통 대상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서 유통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란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태은물류가 인수 시 도서 유통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파주 물류센터를 바탕으로 유통 사업을 두루두루 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은물류는 전국 각지에 20개의 물류센터를 통해 창고 임대, 운송, 출고 및 통관 대행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다만, 경기북부 지방에는 현재 물류센터가 없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