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 초유의 대형항공사(FSC) 인수전인 아시아나항공 매각(M&A)의 막이 올랐다. 문제는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가격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수조원대의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기본 매각의 원칙으로 통매각을 천명한 상태지만 인수전이 장기화할 경우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의 분리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9월로 예정된 입찰을 앞두고 인수 후보자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M&A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인수전이 본격화되면서, 제2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사업성도 주목받고 있다. 해외여행객 증가로 매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LCC 확대로 인해 시장 점유율은 감소하고 있어 보다 확실한 위치를 점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M&A에서 피인수 기업가치를 가늠하려면 현재 재무 상황과 더불어 비즈니스 자체가 지닌 매력과 미래 수익성 등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매력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 항공 여객 시장에서 제2 국적항공사로서 입지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항공정보 포털사이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선 여객 수는 2015년 대비 40% 증가한 8593만명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아시아나항공 매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의 약 60%가 국제여객에서 비롯되는데, 지난해 국제여객 부문 매출은 2015년 대비 15.8% 늘어난 3조628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시장점유율은 하락 중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국제선 점유율은 14.7%로 지난 2015년 대비 6.3%포인트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매출 및 시장점유율.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저비용항공사(LCC)의 급성장 탓이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을 제외한 국내 항공사의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은 2015년 대비 13%포인트 늘어난 63.4%를 기록했다. 특히 정부가 올해 초에 에어로케이 등 3개 LCC업체를 추가로 허가하면서 LCC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경쟁사 대비 LCC 확장에 취약한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LCC는 주로 단거리를 취항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국제선 운송실적 70%가 일본, 중국, 동남아에서 비롯됐다. 반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국제선 운송실적 중 단거리 노선 비중은 60%가량 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보다 노선 운용 규모 등이 대략 1.5배 더 크다.
높은 단거리 노선 비중은 브랜드 가치 상승의 걸림돌도 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5년째 국제선 지연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중국 노선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운송 실적의 약 30%가 중국에서 비롯되는데, 중국 항로는 공역 대비 많은 교통량, 군사 스케줄 등 구조적인 문제로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연쇄 지연의 원인도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나항공은 가격경쟁력을 따라잡기 어려운 LCC와 출혈경쟁을 이어가거나, 프리미엄 이미지와 비즈니스 고객 기반이 더 좋은 대한항공이 있는 장거리 노선에서 차별화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사진/아시아나항공
LCC와 프리미엄 틈새...생존 전략은?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LCC와 프리미엄 항공 사이에서의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부실 노선을 정리하고, 동시에 LCC가 주력하기 어려운 장거리 노선을 확충하는 ‘두 마리 토끼 사냥’을 노리는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여객 노선 수는 70여개로 지난 2015년 대비 약 20개 줄었다. 올해만 해도 하바롭스크, 사할린, 델리 등 평균 탑승률이 70%를 밑도는 노선의 운휴를 결정했다. 올해 10월에는 시카고 노선 등도 추가 중단할 계획이다. 대신 올해 초 운수권을 받은 몽골 등에 최신 항공기를 투입할 방침이다.
유럽 등 장거리 노선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13개의 장거리 노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2022년까지 19개로 늘릴 예정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베네치아와 바르셀로나 등의 장거리 신규 노선을 취항했고, 이에 지난해 유럽 등 장거리 노선 매출 비중도 지난 2014년 대비 약 4.3%포인트 증가한 38.3%을 기록했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신규 LCC사 증가, 기존 LCC의 중거리 기재 도입 본격화 등으로 아시아 노선에서 경쟁강도가 추가 심화될 것"이라며 "노선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한 수익 및 이익창출력 개선 여부는 중요한 모니터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변동이 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출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연료유류비와 항공산업 특성상 감가상각비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4년(2015~2018) 평균 별도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5800억원을 기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