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K-패션 플랫폼 기업 무신사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준비에 착수하면서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야놀자, 바바리퍼블리카 등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해외 상장에 도전하는 가운데 무신사도 글로벌 시장 확장을 목표로 나스닥 문을 두드릴 것이란 진단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시가총액 3조2000억원을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무신사는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해외 증시 상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박준모 무신사 대표는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두 가지 옵션 모두 장단점이 있다”며 “기관 투자자 관점에서 국내사든지 해외사든지 관심을 보여주는 투자자들이 많고, 아직 어느 곳에서 상장할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무신사 측은 조만간 IPO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며, 주관사와 함께 IPO 시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무신사)
나스닥 상장 요건 충족…주관사 선정 후 협의
우선 나스닥의 경우 상장 기준을 충족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스닥 상장 기준은 글로벌 셀렉트 마켓을 기준으로 재무 및 유동성 요건 등을 따진다. 구체적으로는 세전이익을 기준으로 하거나 시가총액·매출액 기준, 또는 시가총액·현금흐름 기준, 총자산·총자본 기준 중 하나를 갖추면 된다.
세전이익 기준의 경우 최근 3회계연도 합계가 1100만달러 이상, 최근 2회계연도는 220만 달러를 넘겨야 한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3년간 약 150억원의 세전이익과 30억원의 세전이익이 2년간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전이익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시가총액 대비 매출액과 현금흐름을 본다. 매출액만 따질 경우 시가총액은 상장 전 12개월 동안 평균 8억5000만달러 이상이어야 하며 매출액은 9000만달러를 넘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가총액 5억5000만달러, 매출액이 1억1000만달러 이상에 현금흐름이 최근 3회계연도 합계가 2750만달러를 초과해야 한다.
세전이익, 매출, 현금흐름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총자산과 총자본을 따진다. 시가총액이 1억6000만달러 이상인 가운데 총자본은 5500만달러, 총자산은 8000만달러가 넘으면 상장 가능하다.
무신사는 현재 기업가치가 최소 3조5000억~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매출 규모도 2023년 8830억원으로 나스닥 상장 요건을 갖췄다. 다만 나스닥 상장 시 회계·공시·법률 비용이 국내 상장 대비 3~4배 높아 상장·유지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주가·시가총액·주주수 유지 등 관리 부담도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요소다.
나스닥 상장, 글로벌 시장 확대에 유리
무신사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들이 미국계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탈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무신사는 2019년 첫 투자 유치 당시 미국계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캐피탈로부터 시리즈A 단계서 1900억원을 유치했다. 당시 기업가치 2조원대의 버티컬 온라인 패션 최초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2021년 시리즈B 라운드에선 세쿼이아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300억원을 받아왔다. 2023년부터 이어진 시리즈C 라운드에선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웰링턴메니지먼트 등으로부터 2000억원을, 이후 추가 라운드를 통해 한국산업은행과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앞서 쿠팡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2조원을 선뜻 내놓으면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 것을 고려하면, 무신사의 나스닥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국내 상장보단 해외 상장이 기업가치 인정과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내와 달리 창업자에 대해 의결권 10배를 행사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권을 제도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무신사가 향후 글로벌 시장 확장을 목표로 상장에 도전한다는 점도 해외 상장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 상장과 비교해 기업의 성장과 글로벌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수월하기 때문이다.
앞서 박준모 대표는 "K패션 기업은 상품만 준비하면, 해외 판매 플랫폼과 물류 등 모든 지원을 무신사가 제공한다"며 "5년 내 글로벌 거래액 3조원 달성을 목표로 전략적 파트너와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신사는 온라인 부문에서는 일본·호주·캐나다·홍콩·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뉴질랜드·필리핀·싱가포르·대만·태국·미국·베트남 등 13개국을 전략 국가로 선정하고, 이후 중국 본토와 유럽·중동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부문도 2024년 상하이 매장 2~3개를 시작으로 올해 일본 오사카·나고야에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며, 2030년까지 미국·캐나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지로 판매망을 확대할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라며 "무신사가 국내 유니콘 기업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만큼 주관사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