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고환율 영향으로 올해 저비용항공사(LCC) 전반에 걸쳐 투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제주항공(089590) 역시 안전 강화를 위한 지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발생한 사고의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항공은 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신뢰도 제고를 위한 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 특히 안전 관련 지출에는 신형 항공기 도입, 부품 및 기자재 확보 등이 포함되며 대부분이 달러 기반으로 이뤄져 현금 유출 부담을 키운다. 아울러 투자 이후 회계상 재무상태에도 부담이 된다. 리스 항공기보다 취득 단가가 높은 기체가 늘면 감가상각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영업이익 축소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성 제고를 위한 선제적 투자는 운수권 배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제주항공 정비현장(사진=제주항공)
안전 투자 확대 전망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기준 1조9358억원, 영업이익은 799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연도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줄어든 모습이다. 2023년 제주항공의 매출은 1조7240억원, 영업이익은 169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원인은 높은 환율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 비용, 부품 등 구매비, 해외 중정비 등 비용을 달러로 결제한다. 항공기 제조사가 보잉, 에어버스 등 해외 기업인 까닭에 항공기 구매와 부품 등 안전 관련 투자도 달러로 결제하는 경우가 다수다. 올해 1분기 대비 2분기 환율이 하락하긴 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보다 높은 수준이 지속되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도 제주항공을 포함한 LCC업계 전반의 비용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투자 부담도 포함된다.
아울러 정부가 LCC의 안전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있어 향후 투자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는 항공사 안전 강화 대책 중 하나로 운수권 배분 시 안정성 평가에 배점(35점에서 40점으로 배점 증가)을 늘렸다. LCC업계 전반의 안전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안전성 평가 내용에는 경년항공기(운항기간이 20년을 초과한 항공기)에 대한 결함 검사 횟수를 연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예비 항공기 확보 현황, 신규 항공기 도입, 항공기당 정비 인력 확보 현황 및 인력 증가율 등이 있다.
투자가 늘면 비용이 증가한다. 보통 항공사의 안전 투자는 신규 항공기, 기자재 확보 등 유형자산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나타나거나 소모성 부품 등 재고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유형자산 증가는 감가상각비 증가로 이어져 매출원가 증가로 이어진다. 또한 재고자산 증가는 운전자본 지출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영업활동현금흐름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안전 투자 부담…장기적으로 ‘이득’
매년 제주항공의 유형자산 규모는 늘고 있다. 신규 항공기 도입 등에 따른 투자 증가가 원인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1월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는 등 순차적으로 경년항공기(연한이 20년 이상 된 항공기)를 신규 항공기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규 항공기 도입 비중이 늘수록 감가상각비는 증가한다. 중고 항공기에 비해 신형 항공기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통상 취득원가가 큰 항공기는 감가상각비도 커진다. 감가상각비는 취득원가를 내용연수(감가상각비 적용기간)로 나눠 산출된 금액을 비용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의 항공기 감가상각비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23년 신규 항공기 2대가 제주항공 명의로 등록되면서 유형자산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제주항공의 유형자산 규모는 6640억원으로 전년대비(5789억원) 늘었으며, 감가상각비도 지난해 207억원으로 전년대비(168억원) 23% 늘었다.
아울러 재고자산이 늘어나 현금흐름에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 항공사 재고자산은 주로 소모성 정비 부품 등이 주를 이룬다. 재고자산 확대는 정비 확대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제주항공의 재고자산은 349억원으로 전년대비(241억원) 44.8% 늘었다. 다만, 재고자산 증가에 108억원의 현금흐름 유출이 발생하면서 현금흐름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제주항공에서 운전자본 지출로 유출된 현금은 1303억원이다.
다만, 안전 투자 확대로 재무 부담이 예상되지만 안전성이 강조되는 현 상황에서 투자 확대는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 신뢰도 제고를 통해 매출을 늘릴 수 있고, 비경상적 비용이 발생할 여지를 줄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재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2025년 항공기 정비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늘리기로 잠정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다만, 안전성 제고를 위해 투자 규모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제주항공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는 하반기 안전 투자 공시 발표 시기 전까지 안전 투자 계획을 수립 중”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