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이후에 피인수기업 자금으로 차입금 상환하는 형식코웨이, 잉여현금흐름 초과 배당에 현금성자산 감소 전적다이닝브랜즈그룹, 현금은 줄었지만 높은 수익성 '긍정적'
국내 사모펀드(PE·Private Equity) 제도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외국 자본의 대항마를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PE 결성 규모의 증가와 신생운용사 참여 등 경쟁 심화로 투자처 발굴이 어려워지면서 운영비 절감과 비용 효율화를 통한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장성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운영 측면의 가치 제고를 PE 투자의 핵심 역량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IB토마토>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그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이 발생했는지를 되짚고 PE와 피투자기업 간의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최근 MBK파트너스(MBK)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가운데 홈플러스가 MBK에 인수된 이후 부채 등 재무부담이 심화되면서다. MBK는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한 뒤 자산을 팔아서 갚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하고 점포 매각 등으로 자금 회수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는 시장 내 경쟁력을 잃어갔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장기적인 기업성장 보다는 바이아웃(기업 인수후 재매각)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자전략을 펼치지만, 최근에는 기업공개(IPO)·인수합병(M&A) 시장이 침체되면서 운영비 절감과 비용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확대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사진=MBK파트너스)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쪼그라든 ‘현금 곳간’
15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05년부터 2023년까지 회수 완료된 135건의 PE 투자에서 피투자 기업의 기업가치 변화를 분석한 결과 국내 PE는 투자 후 평균 3.8년간 기업가치를 평균 35%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가치 증가는 매출액과 이익률, 가치평가배수 등을 기반으로 한다. 해외 PE는 세 가지가 고르게 증가하면서 기업가치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반면, 국내 피투자기업의 이익률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성장했지만 기업의 이익률은 줄었다는 의미다.
앞서 MBK에 인수됐던
코웨이(021240) 역시 잉여현금흐름을 초과하는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해오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바 있다. 코웨이는 지난 2012년 8월15일 MBK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2013년 1월 완전히 인수됐다. 이후 넷마블 그룹에 편입되기 이전인 2020년 이전까지 평균 주주환원율은 90%에 달했다.
MBK가 코웨이를 소유했을 당시 결산 배당금을 살펴보면 2013년 784억원에 불과했던 배당금은 2014년 1236억원으로 약 57.65% 증가했다. 이후 2016년부터는 잉여현금흐름(FCF)를 넘어서는 배당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배당금은 2016년 2080억원, 2017년 4092억원, 2018년 2309억원, 2019년 2599억원으로 매년 2000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잉여현금흐름은 2016년 293억원, 2017년 2168억원, 2018년 1388억원, 2019년 1487억원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2017년을 제외하고 매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당시 최대주주였던 MBK와 웅진그룹의 인수금융 자금조달을 위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 인수 후 피인수기업 자금으로 차입금 상환
이 같은 사업 방식으로 MBK는 피인수기업의 장기적 사업 경쟁력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투자금 단기 회수에만 몰두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단기 수익성 추구 배경에는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는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방식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LBO는 인수합병(M&A) 거래를 성사한 후 피인수 기업의 이익금이나 자산 매각 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인수대상이 되는 회사의 자산이 대출 담보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013년 NICE신용평가가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코웨이의 실질적인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2호 사모투자전문회사는 회사 지분 취득대금 1.2조 원 중 4000억원 상당을 자회사인 코웨이홀딩스를 통해 차입금으로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지분 보유 외 영업활동이 없는 코웨이홀딩스의 사업구조를 고려할 때, 코웨이홀딩스 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 상환 재원은 배당금 등 대부분 코웨이에 의존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NICE신용평가는 차입금 상환 부담이 코웨이에 직접적으로 이전되거나 차입금 상환 재원 마련을 위해 회사의 자산이 유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코웨이홀딩스의 차입금이 코웨이로 이전될 경우 차입금 규모는 잉여현금창출력 대비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이에 2013년 말 2387억원에 이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9년 말 60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77.26%에서 165.04%로 87.78%포인트 급증했다.
BHC그룹(현 다이닝브랜즈그룹) 인수 당시에는 MBK파트너스 SSF가 1500억원 가량의 메자닌 투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져 있다. SSF는 특수상황에 일어나는 투자기회를 말하는 것으로 회사의 구조조정이나 분할, 예상치 못했던 주주구성 변화, 자산매각 등에서 기회를 노리는 펀드다. 주로 부실채권(NPL)과 부동산 등에 절반을, 나머지는 경영권이 아닌 소수지분 거래에 투자한다.
인수 당시 박현종 회장과 조형민 전 로하틴코리아 대표가 1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 여기에 MBK파트너스 SSF가 1500억원 가량으로 메자닌 투자를 진행하고
NH투자증권(005940)이 3500억원 가량의 인수금융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이닝브랜즈그룹은 인수 이전인 2017년 말 1235억원에 이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말 615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다이닝브랜즈그룹은 당기순이익과 맞먹는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2018년 1278억원의 대규모 배당금 지급을 시작으로 2019년 497억원, 2020년 406억원, 2021년 751억원, 2022년 1568억원, 2023년 1360억원, 2024년 1220억원을 배당해왔다. 지난 2018년과 2022년은 FCF보다 높은 수준으로 배당금이 지급됐다.
다만,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의 지속과 높은 당기순이익 등으로 인해 다이닝브랜즈그룹의 이익잉여금은 596억원에서 1954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도 56.21%에 불과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사모펀드는 대개 건물 매각과 인력구조 조정 등을 통한 비용효율화 작업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은 신사업을 시도조차 못 할 상태가 된다"라며 "인수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보다는 단기적인 수익 창출만을 중시하는 탓"이라고 토로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