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존전략)②돌아온 트럼프…반도체 공급망 다시 흔들리나
트럼프 재집권에 미중 무역 갈등 심화 '우려'
중국에 대한 제재 강화될 경우 공급망 불안정 가능성 커
업계 예비 재고 확보하는 등 공급망 리스크 감소 안간힘
공개 2024-11-14 06:00:00
자동차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자율주행, 공급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다양한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경우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소비자 안전과 신뢰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 또한 문제다. 원자재와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원활한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ESG 측면에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기업 투명성 요구가 커지면서 저탄소 기술 도입, 친환경 소재 사용, 공정성 및 다양성 관리 등의 전략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B토마토>는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이러한 도전을 기회로 삼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한계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최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확정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될 우려가 커졌고, 이에 반도체 공급망 불안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로 인한 심각한 생산 차질과 비용 증가에 직면한 바 있어 글로벌 흐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리스크 대응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중 갈등 고조되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정'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에 따라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시작돼 한국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들도 주요 원자재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중국과의 무역 긴장이 높아지면 공급망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반도체 수급과 관련,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자동차 업계는 중요한 부품의 공급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수입량을 제한하기보다도, 중국의 특정 기업을 거래 제한 목록에 올리는 등으로 인해 반도체 부품이나 원자재의 가격 인상 및 공급 지연 등의 간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앞서 1기 트럼프 행정부 집권 당시 한국은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전자 부품의 주요 수급처가 중국에 집중돼 있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 내 반도체 공장들이 영향을 받거나 생산이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는 실제로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데 심각한 차질을 일으켰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에 따라 미국과 협력 관계에 있는 국가들도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압박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2019년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대기업인 하이실리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한국 기업들은 이미 하이실리콘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대처가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반도체 수급의 불안정성을 겪었고,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 규제를 또다시 단행한다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에 큰 리스크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는 차량의 핵심 부품 중 하나로, 엔진 제어, 전장화, 안전 시스템 등 차량의 전반적인 기능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만큼, 공급망이 불안정해질 경우 업계 전반에 걸쳐 큰 리스크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가 한국 자동차 업계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망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이로 인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심각한 자동차 생산 차질을 겪어야만 했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차량 출고 지연과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의 문제를 겪기도 했다. 당시 반도체 가격이 팬데믹 이전보다 40% 이상 상승하며 원가 부담도 가중됐다.
 
업계, 공급망 리스크 줄이기 위해 '노력'
 
반도체 수급 위기를 겪은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기아는 예비재고 확보에 있어 차량용 반도체 및 주요 부품을 일정량 비축해 두는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KG모빌리티(003620)도 유럽과 북미 중소 반도체 제조사와 협력을 강화하며 부품 수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향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아직 충분히 확장되지 않았고, 차량용 반도체는 기술적으로 고도의 정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공급을 증가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내 부품 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및 제조 설비 확충에 나섰으며, 현대차와 기아도 국내 부품 제조사와의 협력 강화, 국내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를 통해 장기적인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리스크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로 인해 한국 자동차 업계가 고초를 겪은 후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나 수입 다각화 노력을 한 것은 맞지만 완전히 탈중국을 하기에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앞으로 미중 갈등 심화가 예상되는 만큼 지금까지 해온 노력에 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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