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는 우리은행…건전성 챙기다 수익성 악화 '우려'
기업·가계대출 빗장 걸어…여신 건전성 관리차원
예대율 하락으로 타 시중은행과 실적 벌어질 수도
공개 2024-11-11 06:00:00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은행이 대출 빗장을 걸어 잠가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건전성을 챙기려고 가계대출 판매를 일부 중단하고 기업대출도 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이자 수익 감소와 영업 효율성 하락 가능성 등으로 타 은행과의 실적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본점.(사진=우리은행)
 
기업대출 명가 우리은행 "건전성이 먼저"
 
6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은 190조8450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크게 성장했다. 기업대출은 우리은행의 주요 전략으로, 최근 1년간 확대일로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대출 규모는 모두 크게 증가했다.
 
3분기 우리은행의 대기업대출은 54조828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1.2% 증가했으며, 중소기업은 136조170억원으로 같은 기간 8.6% 확대됐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더라고 각각 5%와 4% 규모를 키웠다.
 
 
다만 우리은행의 기업 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멈출 예정이다. 우리은행이 기업대출 잔액을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업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업대출의 잔액을 줄이는 경우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기업 대출 명가를 강조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은행은 여신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전략을 수정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환율 인상 등 대내외적 요인을 전략 수정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위험가중자산도 오르기 때문이다. 5일 원달러 환율은 1378.5원으로, 전일 대비 0.18% 올랐다. 우리은행의 3분기 원화 기업대출은 159조5490억원, 외화 기업대출은 31억2860억원이다.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할 경우 BIS총자본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위험가중자산대비 자본 비율로 계산하는데,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할수록 수치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3분기 우리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194조1120억원으로 연말 대비 10.2% 증가했다. 지난 3분기만 해도 3.3% 규모를 불렸다.
 
은행권은 환율 등 대내외적 요인이 영향을 미칠 위험도 있으나 기업 대출 축소 결정은 흔치 않은 선택이라는 평이다. 은행업권은 우리은행이 기업 대출 역성장 선택을 두고 내부적인 건전성 재평가 등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정 대출을 기점으로 기업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부적으로 기업평가 강화에 대한 압박으로 무리하게 여신을 늘리다 보니 건전성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사실 기업 대출의 경우 확대하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하는 대기업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재무 건전성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우량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은행의 3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21%다. 이중 대기업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16%, 중소기업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3%다. 대기업대출의 경우 순고정여신이 750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동기 20억원에 비해 무려 30배가 넘게 늘었다. 
 
중소기업대출 여신 건전성도 빠르게 악화됐다. 3분기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44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특히 추정손실 여신이 크게 불어나 같은 기간 600억원에서 730억원으로 28% 늘었다.
 
은행업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업대출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무리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라면서 "외화 여신과 무역 관련 대출은 타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략 철회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문턱도 높여…타 은행 대비 실적 악화 우려도
 
기업대출 외에 가계대출 문턱도 높였다. 우리은행은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이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도 내어주지 않기로 했다.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도 일부 상품에 대해 취급을 중단했으나, 기업대출까지 막은 우리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가계대출 상품 중단 계획이 없다. 연말 우리은행과 나머지 국민·신한·하나은행의 실적 차이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대출은 줄지만 수신 규모는 늘어나 예대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대율은 은행의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은행의 주요 경영지표로, 일반적으로 대출이 과도하게 실행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쓰이지만 자산 운용 효율성을 뜻하기도 한다. 
 
예대율이 높아지면 대출을 과도하게 실행해 은행의 건전성이 불안하다고 보고, 반대의 경우 효율적인 경영을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 수신 대비 대출이 줄어든다면 효율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일부 지점은 고객을 대상으로 4%대 금리를 적용한 특판 상품을 판촉하기도 했다.
 
은행의 주요 먹거리는 이자다. 3분기 우리은행의 이자이익은 누적 기준 5조6320억원이다. 전년 동기 5조6170억원 대비 0.3% 증가한 규모다. 이자이익도 전분기 대비 증가해 1조8810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당기순익도 불었다. 3분기 우리은행의 당기순익은 2조5310억원으로 1년 새 10.1% 늘었다. 하지만 4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당기순익이 가장 적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환율 인상 등 대내외적 요인과 3분기 자산 증가 등으로 연말 재무건전성을 위해 대출 성장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이성은 탄탄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