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 자본확충에도…법차손 부담에 관리종목 '그늘'
유증으로 자본잠식 해소
법차손비율 여전히 숙제
BBT-877 중심으로 L/O '총력'
공개 2024-11-07 06:00:00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288330)스(브릿지바이오)가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 위험에서 탈출했지만, 기술이전(License Out, L/O) 등을 통한 매출 확보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자본 확충을 이뤘음에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율 50% 이상' 요건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돼 '매출액 30억원 이상'에 대한 걱정은 없는 만큼, 회사는 BBT-877(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의 기술수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브릿지바이오)
 
자본잠식 숨통 텄지만…법차손 위험은 '여전'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가 올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브릿지바이오는 올해 상반기말 자본총계(125억원)가 자본금(137억원)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회사는 자본금까지 까먹는 자본잠식에 들어갔으며, 자본잠식률은 8.63%에 달했다.
 
이에 회사는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 위험에서 벗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4월24일 약 26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형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후 수요예측 과정을 거쳐 올해 7월25일 약 215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금액을 단순 계산하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금 68억5000만원(500원×1370만주)이 유입되며, 나머지 금액은 자본잉여금에 계상된다. 이를 올해 상반기말 자본금과 자본총계에 단순 가산하면 각각 약 206억원, 341억원이 된다.
 
동시에 무상증자도 진행했지만, 자본 구조가 크게 악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브릿지바이오는 보통주 1주당 0.2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결정했다. 회사는 823만1603주를 액면가 1주당 500원에 발행했고, 자본잉여금에서 약 41억원이 유출돼 자본금으로 환입됐다. 이에 자본금은 247억원, 자본총계 341억원으로 추산된다.
 
자본잠식에서는 벗어났지만, 코스닥 관리종목 지정 요건 중 하나인 법차손비율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 관리종목 지정 사유 및 퇴출 요건에 따르면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한 경우가 최근 3년간 2회 이상(기술성장기업 3개연도 미적용) △매출액 최근 사업연도 30억원 미만(기술성장기업 5개 사업연도 미적용) △최근 사업연도 말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이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2019년 12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 혁신신약 연구개발 기업이다. 기술이전을 수익 모델로 삼다 보니 불안정한 수익성이 지속됐고, 법차손 유예 기간이 적용되던 지난 2021년(61.05%)과 2022년(80.4%)에도 법차손비율은 50%를 상회했다.
 
문제는 유예 기간이 종료된 지난해에도 법차손비율이 50%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법차손 425억원이 발생했다. 같은 시점 자본총계는 197억원에 그쳤고, 이에 법차손비율은 215.29%에 달했다. 3년간 2회라는 조건 중 이미 한 번이 적용된 것이다.
 
내년까지는 법차손 50% 미만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브릿지바이오는 올해 상반기에도 법차손(112억원)이 자본총계(125억원) 수준까지 발생했고, 이에 법차손비율은 89.45%까지 확대됐다.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의 법차손이 추가로 발생한다면 유상증자 금액을 반영한 자본총계에 단순 계산해도 법차손비율은 50%를 넘게 된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진행된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215억원 수준의 자금 납입이 완료됐고, 이에 재무적 리스크를 대폭 해소했다"라며 "지난해부터 적용되고 있는 법차손 요건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임상2상 후반부의 BBT-877의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달성하고 신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전략적/재무적 투자 유치의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수년간 이어진 기술이전 공백…'BBT-877' L/O 사활
 
브릿지바이오는 다행히 매출액 30억원 이상 요건은 적용받지 않는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19일 보건복지부가 인증하는 혁신형 제약 기업에 선정됐다. 인증기간동안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53조 제1항 제1호 나 목에 따라 매출액 미달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다.
 
다만, 법차손비율 요건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술이전 등을 통한 매출 확보는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브릿지바이오는 기술이전 계약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등을 통해 2020년(63억원)과 202년(30억원)에는 매출액 30억원을 넘겨왔다.
 
매출 부진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브릿지바이오는 수익창출원(캐시카우) 확보를 위해 지난해 4월 진단장비 제조 및 판매 기업인 엘립스진단의 지분 53.9%를 취득했다. 그러나 엘립스진단을 포함한 지난해 매출은 1억원에 그쳤고,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0원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는 본업인 기술이전 부재가 길어진 영향이 컸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2018년 12월 대웅제약(069620)을 대상으로 BBT-401(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신약 후보 물질)을 기술수출했다. 총 계약 금액은 약 440억원으로, 국내를 포함한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22개국을 대상으로 설정했다.
 
이후 2019년에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BBT-877(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를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 잠재적 독성 우려 문제로 권리가 반환됐고, 이를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기술이전 계약은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기로에 선 브릿지바이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앞서 회사는 주력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기 위해 BBT-176(비소세포성 폐암 치료제)과 BBT-212(안저질환치료제)의 임상을 중단했던 바 있다. 이 기조를 이어 'BBT-877'을 중심으로 기술이전 계약에 사활할 걸 계획이다.
 
BBT-877은 신규 표적단밸지인 오토택신을 선택적으로 저해해 폐섬유화 발생을 차단하는 기전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지난 2017년 레고켐바이오로부터 기술도입했으며 현재 글로벌 다국가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다행히 넉넉한 유동성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브릿지바이오는 91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반영하면 약 306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단순 계산된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임상 2상 후반부 단계에 있는 BBT-877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위한 사업개발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4월 톱라인 데이터 확보가 예상된다"라며 "경쟁력 있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 도입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빅파마들의 관심도 또한 함께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으며, 약물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기술이전 성과를 반드시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김혜선 흥미로운 주제를 쉽게 전달하는 김혜선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