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시대가 온다)③호황 맞은 DCM…미 대선 변수 대두
리파이낸싱에 나선 기업, 발행액 1년 만에 최대치
미국 대선과 금융당국 정책 등 채권시장 변수로
발행사 규모에 따라 회사채 발행 전략 달라져
공개 2024-10-28 06:00:00
기나긴 고금리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기존 5.5%에서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하는 어렵다. 물가와 환율이 더 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존 금리를 유지하기에는 가계부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당분간 중금리시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IB토마토>는 현재의 금융 환경을 분석하고, 주요 자금조달 시장의 흐름을 검토해 향후 한국 금융 시장이 나아갈 방향을 조망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채권자본시장(DCM)에선 고금리 이전 수준으로 발행 금리가 떨어지자 기업들의 리파이낸싱이 이어졌다. 9월 발행액이 1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기조가 약해지는 분위기다. 2주가량 남은 미국 대선과 그에 따른 한미 금융당국의 정책변화 등 변수가 부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리 하락에 리파이낸싱 잇달아…9월 발행규모 급증
 
2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9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9월 전체 회사채 발행액은 31조5354억원으로 전월 대비 59.9%, 전년 동기 대비 49.6% 증가했다. 발행액 기준으로 1년 중 최고 수준이다.
 

(사진=금융감독원)
 
발행 내역별로 살펴보면 일반기업의 회사채는 총 34건 3조710억원으로 전년 기록한 1조674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채 발행액은 303건, 26조7643억원으로 1년 중 가장 많은 액수가 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회사채 발행 증가세는 최근 낮아진 발행금리로 인한 기업들의 리파이낸싱 결과다. 실제 지난 9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채권 발행금리는 고금리 기조가 시작되던 2022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지난 9월 회사채 발행 목적을 보면 발행액의 91.0%는 차환이 차지했고 운영 자금은 9.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자금 목적은 전월에 이어 한 건도 발행되지 않았다.
  

(사진=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2일 기준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5bp(bp=0.01%) 오른 연 2.942%,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7.6bp 오른 연 3.130%에 장을 마감했다. 회사채 금리는 AA-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1bp 오른 3.512%, BBB-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8bp 오른 9.319%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이는 고금리가 시작된 2022년 4월 이후 최저치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변수 등장에 '촉각'
 
한미 금융당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 발행시장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한 변수들로 인해 불안감이 감돈다. 최대 이슈는 미국 대선과 그에 따른 금융시장 변화다. 앞서 채권시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이 가장 큰 변수였다. 시장에서 가장 안 좋은 상황은 상승도 하락도 아닌 예상하지 못하는 변수의 등장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좌),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우) (사진=연합뉴스)
 
변수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과 트럼프 진영의 잇따른 실언으로 시장에선 현 기조의 금융정책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조지아와 애리조나 등 격전지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약해진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박상현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당분간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에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라며 “현재 미국 국채 금리에 트럼프 정부의 공약이 상당 부분 반영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현지시간으로 22일 미국 국채금리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마감 무렵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1.9bp 오른 4.194%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이하를 결정한 지난 3.6176% 대비 약 58bp 상승한 수치다.
 
"지금이 기회"…저등급 채권 발행 러시
 
시장 변수가 부각되고 채권금리 인상이 변수 완화 전까지 계속됨에 따라 DCM에선 발행사별 행보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저등급 발행사와 증권사의 경우 최근 부각되고 있는 국내외 변수에 대한 대비책으로 채권발행을 서두르는 한편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여유가 있는 고등급 일반 기업에선 시장변수가 완화될 때까지 채권발행을 미루는 모양새다. 
 
(사진=연합뉴스)
 
예를 들어 BBB급 AJ네트웍스와 하나증권은 나란히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BBB급으로 평가받는 AJ네트웍스는 2년물로 300억 원 규모다. 지난 7월에는 회사채 발행모집 규모 400억원의 6배에 달하는 2420억원의 주문을 받아 증액과 금리 할인에 성공한 바 있다. BBB급 채권 발행이 난항을 겪을 수 있어 비교적 유리한 환경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증권은 2년물과 3년물 총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도 가능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대형사들은 최근 들어 회사채 발행보다는 시장의 변화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한미 금융당국의 기준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고 변수가 최소화할 때까지 한발 물러선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확실히 최근 금리가 예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시기보다는 소폭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오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시장의 변화에 중소형 발행사는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대형사의 경우 시장을 관망하는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