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여신과 수신 규모를 키우면서 우리나라 금융 지형을 바꾸고 있다. 조달 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모바일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마련한 게 주효했다. 앞서 출범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도 빠르게 몸집을 불려 세계적으로도 우수 사례로 손 꼽힌다. 이에 <IB토마토>는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의 글로벌 입지와 전략적 차별점, 그리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나라
카카오뱅크(323410)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기술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터넷은행 설립이 잇따르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우리나라에 못 미친다. 특히 이달 말이면 상장사가 두 곳으로 늘어난다. 금융지주와 산업 모회사 없이도 가파르게 성장 중인 배경에는 시중은행과 달리 개발자 비중을 높여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은행 3사.(사진=각사)
인터넷은행 3사, 성장 속도 가팔라
18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323410)의 당기순이익은 2314억원이다. 1년 전 1833억원 대비 증가한 규모다. 대손준비금을 반영한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1535억원에서 2043억원으로 증가했다.
케이뱅크도 347억3800만원의 당기순익을 냈다. 토스뱅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상반기 245억원의 당기순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연간 흑자전환도 전망된다.
토스뱅크가 올해 흑자전환한다면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모두 흑자기업으로 돌아선다. 해외 국가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0년, 케이뱅크는 2021년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토스뱅크도 2021년 출범해 올해 당기순익을 낸다면 출범 3년 만에 연간 흑자를 달성하게 된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은행이 출범할 당시 해외 인터넷은행이 연간 흑자전환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5년임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가 빠르다.
연간 기준이 아닌 첫 분기 흑자를 기준을 적용하면 기간은 더 앞당겨진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1년 8개월만에 첫 흑자를 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7년 공식출범 후 2019년 1분기 67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2021년 2분기 케이뱅크도 39억원의 당기순익을 내면서 수익 실현을 본격화했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일본의 경우 흑자 전환 기간이 제각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라쿠텐은행은 흑자전환까지 8년이 걸렸다. 2001년 출범 후 2009년까지 적자경영을 이어갔다는 의미다. 라쿠텐 그룹의 자회사로써 연계 영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나 흑자까지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했다.
라쿠텐은행은 일본 인터넷은행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크다. 다만 일본의 인터넷은행 중에서도 빠르게 흑자전환한 은행도 있다. 세븐은행은 출범 후 2년, 로손은행은 1년이 소요됐으나 모두 세븐일레븐과 로손이 대주주로 출범해 연계사업 등 비이자수익이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장사 비중도 높다. 카카오뱅크에 이어 내년 초 케이뱅크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 현재 토스뱅크도 모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자 비중 절반…비대면 서비스 차별화로 모객 성공
국내 인터넷은행 3사는 시장확대 전략 차이로 이익구조도 다르다.
일본의 라쿠텐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55%, SBI스미신넷뱅크는 48%다. 이자이익 대신 비이자이익의 비중이 높다. 라쿠텐은행의 경우 예치금 규모에 따라 ATM출금 수수료가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적으로 비이자이익은 송금수수료와 ATM 수수료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은행 출범 당시부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송금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추진했다. ATM 수수료도 공짜다. 뒤를 이어 출범한 토스뱅크도 송금수수료 면제 대열에 동참했고, 편의점에서 출금할 경우 수수료를 회사가 부담했다. 이처럼 수수료 수익이 없고 출범 당시 가계대출 상품을 기반으로 여신을 늘려 이자수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로 올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영업수익 중 81.5%가 이자수익에서 나왔으며, 케이뱅크 89% 등 80% 이상을 차지한다.
카카오(035720)가 설립한 카카오뱅크처럼 금융지주가 아닌 IT기업 기반인 점도 차이점이다. 일반 은행과 달리 IT기업 특성상 개발직군 비중이 크고 입김도 세다.
금융업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는 개발직군이 전체 인력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영업점이 없는 대신 비대면 서비스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은행 3사는 게임 요소를 가미한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는 한편 조달비용을 낮춰 빠른 속도로 고객을 늘렸다.
올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788만명으로 고객 수는 2403만명이 넘는다. 케이뱅크의 경우에도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고객 성장률 422.5%를 기록하면서 1100만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했고, 토스뱅크도 올해 초 출범 3년여 만에 고객 1000만명을 모았다.
덕분에 원화예수금 잔액도 급증했다. 2020년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원화예수금 잔액이 27조3000억원에서 3년 만에 66조1000억원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비중도 2.5%에서 5.1%로 2배 이상 커졌다. 토스뱅크까지 더하면 인터넷뱅크 3사의 잔액은 89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6.9%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성장을 지속해 3사 잔액은 105조원으로 점유율 7.8%까지 치솟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수가 적어 시중은행과 비교되다 보니 실적이나 건전성이 열위해 보이지만 해외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성장 속도가 빠르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