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북미 지역 매출 중화권 매출의 80%수준으로 성장중화권 매출 직전년 대비 31% 급감…실적 감소폭 '둔화'북미 이어 유럽으로 시장 넓히며 '글로벌 리밸런싱' 집중
지난 2019년부터 글로벌 패션브랜드들의 탈중국화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중국 내 애국주의 소비와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심리 위축,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같은 지정학적 문제로 인해 국내 패션·뷰티 기업들 역시 북미와 일본 등으로 돌파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반면 중국 시장에 맞춰 제품과 마케팅 방식을 현지화하는 방법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기업도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중국 시장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성과와 사업전략을 점검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지난 2020년부터 북미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코스알엑스를 인수한 효과로 올 상반기 북미 시장 매출액이 크게 성장한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시장 실적 부진으로 인해 전체 매출액은 역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에도 재고 환입 이슈와 구조조정 영향으로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의 구조적 정상화와 함께 북미·유럽 등 시장 다변화에 나서면서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아모레퍼시픽)
북미 시장 성장세 이어지며 중화권 실적 감소 일부 상쇄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090430) 북미 시장 매출은 올해 상반기 2099억원을 기록하며 직전 연도 동기(1421억원) 대비 약 47.72% 증가했다.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777억원에서 올해 1064억원으로 36.98% 늘어난 것보다 큰 폭의 성장률이다. 1분기 보다 2분기 성장률이 더 높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상반기 북미 시장 매출액은 2099억원을 기록하면서 동기간 중화권(2599억원) 매출의 80.76%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반기 37.69%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북미 매출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셈이다.
이에 중화권 매출이 직전연도 상반기 대비 31.06%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 시장이 성장하면서 실적이 일부 상쇄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액도 1조8162억원으로 직전연도(1조8591억원) 대비 2.30%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직전연도 동기(2조1108억원) 대비 11.92%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 감소폭이 크게 줄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4조8631억원으로 최근 3개년간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2022년 4조1349억원, 2023년 3조6740억원으로 연평균 13.06%씩 실적이 감소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북미와 기타 지역 매출액이 성장하면서 감소폭이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 시장은 지난해 말 인수한 코스알엑스 실적이 올해 4월30일 이후 실적에 반영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코스알엑스는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를 주요 고객층으로 북미·동남아·유럽·일본 등 140여개 국가에 진출한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로, 최근 3개년간 2배에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1년 1233억원이던 매출액은 2022년 2044억원, 2023년 4862억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코스알엑스의 매출 중 절반이 미주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에는 노르웨이, 스웨덴, 폴란드 등 신규 국가로 접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2021년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였던 영업이익도 올해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768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702억원) 대비 9.4% 증가했다. 이에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상반기 3.78%에서 올해 4.23%로 소폭 상승했다. 판관비율이 2.57%포인트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율이 3.03%포인트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글로벌 리밸런싱 통해 수익성 강화 드라이브
이 같은 실적 개선세를 바탕으로 아모레퍼시픽은 10% 후반의 매출성장률과 한 자릿수 후반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북미와 유럽 등 신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 내 부진 점포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진을 '라네즈' 모델로 북미 시장 확대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코스알엑스 외에도 라네즈와 설화수 역시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주요 브랜드다. 특히 라네즈의 립슬립핑 마스크는 2022년부터 '아마존 프라임 데이' 뷰티 부문 판매 수량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프라임 데이'는 아마존 유료 서비스 회원을 대상으로 열리는 연중 최대 할인 행사로 올해는 7월 16~17일 이틀간 진행됐다.
라네즈는 북미뿐 아니라 프랑스 등 유럽에도 성과를 얻고 있다. 현재 유럽 내 16개국에 판매되고 있는 라네즈의 립슬리핑 제품은 지난해에는 세포라 유럽 스킨케어 브랜드(립 케어 포함) 순위 5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에는 두 단계 올라선 3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드럭스토어 '부츠(Boots)' 온·오프라인에 공식 론칭하며 채널을 다변화하고, 유럽과 중동 세포라 채널에 '바운시 앤 펌슬리핑마스크'를 판매하며 슬로우 에이징(Slow Aging)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같은 시장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리밸런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유럽(880억 유로)은 단일국으로 고려할 때 미국(970억 유로) 다음으로 큰 화장품 산업 규모로 꼽힌다.
다만, 여전히 중국 사업 정상화는 여전히 아모레퍼시픽이 풀어내야 할 숙제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내 부진 점포를 정리하는 등 구주조정을 통한 수익성 강화에 나섰지만, 전망은 비우호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온라인 거래 구조 변경에 따른 재고 환입 비용 200억원과 구조조정 비용 100억원으로 3분기 수익성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재고 환입 이슈는 3분기 중, 구조조정은 4분기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중국 지역은 부진 점포를 정리하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 다지기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라며 "이외에도 기존에 진출했지만 수익성 강화가 필요한 지역과 신규 국가 등 국가별로 세부적인 전략을 나눠 국가별로 고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