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건전성 챙기려다 수익까지 '흔들'
유의 및 부실 우려 비중 타 업권 대비 2~3배
신용등급 하락에 퇴직연금 운용 제한 '우려'
공개 2024-10-08 06:00:00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저축은행업권의 어려움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여신과 수신이 한 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일으킨 건전성 악화로 브릿지론 등의 부실 여신을 상·매각하고 있어 주요 수익원이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건전성 악화로 시작된 신용등급 하락은 퇴직연금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부동산 부실로 건전성·수익성 악화
 
2일 저축은행업권 따르면 상반기 업권의 당기순손익은 3804억원에 그쳤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는 부동산 부실 때문이다. 부동산 관련 여신에 대해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고 상각과 매각 등으로 개선에 나섰으나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특히 저축은행업권에서 실행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브릿지론과 관련된 대손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사실 저축은행의 부동산PF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서 차지하는 유의 및 부실 우려 비중이 타 업권 대비 크다. 저축은행의 부동산PF익스포저는 50~60%로 증권업권 20%대, 캐피탈 30%대에 비해 2~3배에 달한다. 브릿지론의 경우 본PF보다 회수 리스크가 높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BI저축은행 등 14개 저축은행의 상반기 말 부동산PF익스포저는 5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1조6000억원 감소한 규모다. 금융감독원 주도로 부실 자산을 정리해서다. 건전성을 위한 선택이지만 건전성과 수익성 제고는 요원하다.
  
저축은행업권의 상반기 말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9.7%다. 같은 기간 증권업권 17.5%, 여전업권 9.4% 등 저축은행 업권이 더 높다. 평균인 11.2%도 상회한다.
 
 
금융감독원도 저축은행이 보유한 부동산 여신에 대한 건전성 관리 강화를 요구했다. 기존 사업성 평가를 3단계로 나눴다면, 강화된 기준은 한 단계를 더해 4단계로 늘렸다. 저축은행업권도 이중 유의 및 부실우려로 분류된 사업장에 대해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전체 부동산PF규모는 16조6000억원이다. 사업성평가 중 유의 단계와 부실우려 단계에 해당하는 여신은 4조5000억원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건전성을 제고할 방법은 상각 또는 매각뿐이다. 다만 건전성을 제고하는 대신 수익성은 챙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의 주 수익원인 대출 규모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예수금 유출 가능성 커져
 
업권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예수금 유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강등될 경우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BBB- 등급 이상부터 퇴직연금 상품 취급이 가능한데, 신용평가업계가 부동산 여신을 중심으로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낮추고 있다. BBB에서 등급의 다음 등급은 BB등급으로, 투자가 아닌 투기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미 일부 시중은행은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서 비교적 신용등급이 낮은 저축은행의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최근 퇴직연금 상품 운용을 중단한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장기신용등급은 BBB-다. 페퍼저축은행이 처음 신용등급을 획득한 2018년보다 떨어졌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018년 기업신용등급 평가를 신청하고 기업신용등급 BBB(안정적) 등급을 획득했다. 모그룹인 호주 페퍼그룹의 지원가능성과 자산건전성의 유지 등이 작용한 결과였다.
 
당시 페퍼저축은행은 퇴직연금의 원리금보장상품 범위에 저축은행 예·적금이 추가돼 본격적으로 운용, 비교적 빠른 속도로 성과도 가시화됐다. 신용등급을 획득한 지 1년 만에 페퍼저축은행은 7318억원의 퇴직연금 예금 잔액을보유해 2019년 8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 내 퇴직연금 잔액규모 1위를 달성했다. 당시 업권 퇴직연금 규모는 4조6600억원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같은 해 11월 퇴직연금 정기예금 수신 잔액이 1조원을 돌파하면서 이를 대대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약 5년 만에 페퍼저축은행은 퇴직연금 폐지 수순을 밝고 있다. 은행 측에서 퇴직연금 상품을 지속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퇴직연금 시장 퇴출보다는 자진 중단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페퍼저축은행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축은행 업권의 퇴직연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0조5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업권 수신잔액인 107조1491억원의 28.5%이며, 상반기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30.2% 수준이다. 오케이저축은행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 퇴직연금상품 예수금 조달 잔액은 3조5000억원에 달해 전체 예수부채의 29.7%를 차지한다. 통상적으로 퇴직연금 만기가 이달부터 연말까지임을 감안하면 퇴직연금 감소는 아직 일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감소는 이자 비용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부정적이다. 저축은행업권에서 실행되는 여신 규모가 수신을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도 여신을 늘릴 수 있는 기초 체력을 잃는 셈이다.
 
다만 저축은행 업권은 건전성 개선과 수신 규모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저축은행 업권은 건전성 관리 강화의 일환으로 공동매각을 완료했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 말부터 공동 매각을 실행했으며, 이번이 세 번째다. 우리금융F&I를 비롯해 키움F&I, 대신F&I를 매수자로 하는 자산유동화방식이다.
 
제3차부실채권 자산유동화 방식 공동매각은 총 12개 저축은행에서 약 900억원 규모의 개인 및 개인사업자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6개월마다 진행했던 공동매각을 3개월 단위로 기간을 단축했다.
 
저축은행 업권 관계자는 “공동매각 추진 기간을 반기 단위에서 분기로 바꿨다”라면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등 경영 안정성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이성은 탄탄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