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건설기계, 중국 법인 유상감자…사업 비중 조절하나
중국 사업 수익성 감소에 지주사 매출 위축
부진한 중국 시장 대신해 신흥국 진출 확대
주주환원·차입금 감축 가운데 900억원대 유동성 확보
공개 2024-09-13 06:00:00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건설기계(267270)가 유상 감자를 통해 중국 사업 지주사의 자본금 일부를 회수해 매출 추이가 긍정적인 신흥국 시장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현재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건설 기계 시장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은 경제 성장과 대형 개발 사업에 힘입어 매출 신장률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기계가 출자금 일부 회수를 통해 확보하는 유동성이 900억원이 넘는 만큼 향후 신흥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유동성도 한층 넉넉해질 전망이다.
 
(사진=HD현대건설기계)
 
중국 법인 유상감자로 자본금 일부 회수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는 오는 10월30일 유상감자를 통해 중국법인인 HD현대중국투자유한회사(이하 현대중국투자)의 자본금을 1862억원에서 950억원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국투자는 현대건설기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중국 사업 지주사로 유상감자를 통해 얻은 대가는 전부 현대건설기계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을 일부 회수해 확보한 유동성 규모는 912억원의 사용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중국 내 사업 환경이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회수된 일부 출자금은 중국 사업에 투입되기보다 타 사업 지역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상감자를 통해 현대건설기계가 얻을 수 있는 유동성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764억원)을 뛰어넘는 까닭에 사업 기반을 다지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현대건설기계의 중국 지주사의 매출과 수익성도 감소하고 있다. 현대중국투자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0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53억원)에 비해 45.6% 감소했다. 매출 감소에 따라 회사의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31억원에서 16억원으로 감소했다.
 
중국 지주사의 자회사인 현대강소공정기계유한공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49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990억원)에서 50%가량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상반기 90억원, 올해는 8억원을 기록하는 등 배당을 통해 지주사 매출에 기여하기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향후 중국 사업이 회복되는 시기도 미지수다. 2021년 말부터 헝다 사태 등 중국 내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러한 침체 국면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내 부동산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중국 부동산경기지수는 2022년 1월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24개월간 100을 하회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부동산경기지수는 93.36으로, 100을 하회하면 부동산 경기 둔화를 의미한다.
 
올해 중국 내 부동산 관련 통계도 침체를 반영한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주택 가격지수는 지난 1월(전년 대비 0.4% 감소)부터 하락 폭이 커지며 지난 8월에는 전년 대비 4.9% 감소하는 등 개선 가능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건설기계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 지주사 자본금 일부를 유상감자로 회수하지만 중국 시장은 여전히 회사의 주요 시장”이라 말했다.
 
 
성장폭 큰 신흥국 시장에 집중
 
현대건설기계는 현시점에서 사업 성장이 어려운 중국 시장 대신 신흥국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춤한 중국 시장을 대신해 신흥국 시장에 집중할 경우 올해 다소 주춤한 매출과 수익성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의 매출이 중국 시장에 비해 큰 데다 성장률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북미·유럽 등 현대건설기계의 주요 시장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15%·28% 감소했다. 또한 중국 시장은 매출이 성장했지만 수익성이 낮다.
 
그에 반해 인도와 브라질 시장은 올해 2분기 매출이 각각 1136억원, 63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매출 증가율이 9%와 52%다. 두 신흥국 시장은 개발 정책 등으로 인해 건설기계 수요가 성장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이에 현대건설기계도 지난 7월과 9월 연달아 중남미 지역에 지사를 개설하며 시장을 확대 중이다.
 
인도는 연간 7%대의 경제 성장이 예상되며 브라질은 22조원을 들여 2032년 개통을 목표로 한 고속철도사업이 추진되는 등 굵직한 인프라 사업이 진행 중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현대건설기계의 인도와 브라질 시장 매출액은 7267억원으로 지난해(6100억원)보다 19%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이 올해 역성장 가능성이 예상되지만 신흥국 시장이 이를 완화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건설기계의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1조832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504억원) 10.6%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766억원에서 1122억원으로 줄었다.
 
현대건설기계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 지주사 자본금 일부 회수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은 향후 사업 불확실성 등에 대응할 방침이며, 아직까지 명확하게 어디에 투자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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