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PF부실에 외형 확장 '한계'
저축은행 업계, PF부실 규모 가장 커
처분 속도·양 따라 회복 속도 달라질 듯
공개 2024-09-06 06:00:00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저축은행의 외형 확장이 당분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 고삐를 조이면서다. 저축은행은 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관련 대출을 빠른 시일 내에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당국과의 협력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유의·부실우려 익스포저 단일 업권 중 최대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6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16조5000억원이다. PF익스포저에는 PF대출과 토지담보대출, 채무보증 익스포저가 포함됐다. 이 중 저축은행업권의 PF익스포저는 16조6000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연체와 연체유예, 만기연장을 3회 이상 실시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개선된 사업성 평가기준을 적용해 사업성 평가를 실시했다. 전체의 15.6%로, 33조7000억원 규모다.
 
이번 점검에 적용한 사업성 평가 기준은 기존의 사업성 평가 체계를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했다. 검사 후 사업성이 떨어지고 만기 연장으로 사업이 지연된 곳을 재구조화하는 등 부실사업장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1차 평가 대상인 금융권의 익스포저 중 유의·부실우려 익스포저는 21조원이다. 이는 전체 금융권 익스포저 216조5000억원 중 9.7%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은행과 보험업권의 전체 익스포저는 각각 51조 5000억원, 39조9000억원으로 저축은행 대비 월등히 많다.
 
그러나 부실 발행 우려 익스포저는 저축은행업권의 비중이 훨씬 크다. 1차 평가 결과 저축은행업권의 유의·부실우려 익스포저는 총 4조5000억원 규모다. 금융업권 전체 유의·부실 익스포저가 9.7%인데, 이 중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2.1%수준이다.  상호업권을 제외하면 단일업권으로는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특히 이로 인한 PF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업권의 PF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9%에서 29.7%로 상승했다. 상호금융권이 같은 기간 5.1%에서 19.7%로, 증권업계가 13.5%에서 17.5%로 상승한 것에 비하면 차가 크다. 상호업권보다도 10%p 높게 건전성이 악화됐다.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는 오는 6일까지 재구조화와 정리계획을 확정해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이달 말부터 사후 관리 이행실적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 업계 '발등에 불'
 
부실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나면서 저축은행 업권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저축은행 업권이 지난 2022년 말 보유하고 있던 PF와 브릿지는 25조원 규모다. 상반기 익스포저가 16조6000억원임을 감안하면 2년 반 새 9조원 축소됐다. 이 중 D등급인 부실 우려 익스포저는 3조2000억원으로 처분 대상이 됐다.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부실 여신 처분 기한도 촉박하다. 가능한 한 빨리 처분해야 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충당금보다 더 많은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반기 저축은행업권 여신은 전분기 101조3000억원에서 3개월만에 98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덩달아 수신도 같은 기간 103조7000억원 대비 100조9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여신이 축소되자 신규 자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떨어져서다.
 
상위 5대 저축은행이 상반기 기준 흑자를 냈다지만 10위권 내에 있는 저축은행들도 부동산PF관련 건전성 악화는 피하지 못했다. 상반기 기준 10대 저축은행의 부동산PF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가장 높은 저축은행은 상상인저축은행이다. 부동산PF에 실행한 여신 1939억원 중 622억원이 고정이하여신으로, 비율은 32.4%에 달했다.
 
상상인 다음으로는 페퍼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OK저축은행이 뒤를 이어 각각 31.3%, 28%, 26.9% 를 기록했다. 소형 저축은행 대비 PF자산 규모가 큰 만큼 부실 규모와 이에 따른 건전성 악화 속도도 비교적 빠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5대 저축은행이 아닌 페퍼와 상상인 등 저축은행은 건전성 악화를 견딜 기초 체력의 한계에 도달할 수 있어 빠른 속도로 부실 자산을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업권은 PF와 토지담보대출 관련 자산 정리를 통해 건전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전성 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 시기도 대규모 충당금 탓에 미뤄진 상태다. 저축은행 업권에 쌓인 충당금만 3조2000억원 규모로 잡혀있기 때문이다. 부실 채권이 매각되는 속도와 양에 따라 수익성 지표가 달라질 전망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사업장 평가를 진행해 매각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 업권도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이성은 탄탄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