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중국 법인 정리 속도…어피너티 투자금 회수 논란
유동성 위한 구조조정이라지만 상반기 유동비율 600%로 '우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양호'…사측 "당장 사용계획처 없어"
공개 2024-09-06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상장폐지를 추진 중인 락앤락(115390)이 중국 법인을 정리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경영효율화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중국 법인을 한 개로 통합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국은 국내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높은 시장인 만큼 일각에서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기업가치 제고가 아닌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락앤락 소주 생산법인. (사진=락앤락)
 
안정적 재무구조에도 중국법인 청산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락앤락은 락앤락일용품(소주)유한공사를 409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소주법인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8억원을 기록하며 중국 법인 4곳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중국 법인 가운데 상해락앤락무역유한공사 다음으로 가장 매출액이 높은 법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상해법인 매출액은 118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소주법인이 196억원, 락앤락무역(심천)유한공사 168억원, 북경락앤락무역유한공사 75억원으로 매출액이 높았다. 당기순손실은 상해법인 121억원, 심천법인 35억원, 북경법인 34억원으로 높게 발생했다. 이 가운데 소주법인은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소주법인 매각이 현실화된 가운데 심천법인과 북경법인도 올해 청산을 앞두고 있다. 특히 락앤락은 전체 매출의 약 7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어 향후 중국 시장 매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전체 매출 4848억원 중 국내 매출이 1465억원으로 30.22%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제외하면 중국이 1399억원(28.86%), 베트남 822억원(16.96%)순으로 높았다. 
 
이 가운데 락앤락은 올해 8월2일부터 생산효율 제고와 비용 절감을 위해 안성공장 운영을 중단, 국내 외주업체와 베트남·중국 소재 종속기업의 생산시설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법인 중 제품을 생산하는 법인은 소주법인이 유일하다. 
 
락앤락 측은 공시를 통해 지분매각을 통한 현금 유동성 추가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상반기 말 락앤락의 연결기준 유동비율은 601.39%로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은 200% 이상을 이상적이라고 평가하는데 락앤락은 이 기준에 3배에 달하는 높은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부채와 차입금 부담도 적은 편이다.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8.3%, 차입금의존도는 4.2%에 불과한 수준이다. 상반기 말 총차입금은 253억원으로 이로 인한 이자비용은 8억원 미만에 그쳤다.
 
올 상반기 들어 락앤락의 영업손익이 83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지만, 지난해 동기간에는 영업이익 28억원, 이자비용이 7억원으로 이자보상배율 4배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당기순손익을 기반으로 영업비용 등을 가감한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상반기 142억원이 유입되면서 플러스(+)를 유지 중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이 제품의 제조·판매 등 주요 영업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기록한 지표다.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되면 향후 차입금 상황, 영업능력 유지, 신규 투자 등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플러스 상태일 경우에는 안정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 락앤락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소주법인 지분을 매각하게 됐다"라며 "한국에서 중국 진출 시 통상적으로 한 개의 법인을 만들고 현지에 분공사를 설립하는데 락앤락은 중국에 영업법인을 여러 개 설립해 비효율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는 판단에서 상해법인으로 통합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투자금 회수 움직임 평가도…상장폐지 '코앞'
 
일각에서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올해 4월 첫 공개매수신고서가 공시된 날을 기준으로 어피너티는 투자목적 자회사 컨슈머스트렝스(Consumer Strength Limited)를 통해 락앤락 주식 3017만3960주(지분율 69.64%)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차례 공개매수를 통해 보유주식 수를 3702만447주(지분율 85.45%)까지 확대했지만,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한 지분율 95%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5월 두번째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두 차례 공개매수 진행과 지분 매입을 통해 6월 말 보유주식수는 3777만9897주(87.20%)로 확대됐다. 하지만 상장폐지에 필요한 지분율은 여전히 7.8%포인트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어피너티는 지난달 말 락앤락의 상장폐지와 완전자회사화를 위한 조치로 포괄적 주식 교환 단행에 나섰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공개매수자가 자진상장폐지 요건보다 낮은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상법상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 지분 100%를 확보할 수 있어 상장폐지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 결의가 필요하며, 총회에 참석한 주주의결권의 3분의 2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어피너티의 지분이 87%를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장애물이 없는 상황이다.
 
포괄적 주식 교환에 대한 승인 절차는 다음달 21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컨슈머피닉스와 락앤락은 1대 0.0874598 비율로 주식을 교환하게 된다. 이를 통해 어피너티는 락앤락의 비상장사화와 공개매수자 또는 그 자회사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어피너티는 지난 2017년 8월 락앤락 지분 63.56%(3496만1267주)를 주당 1만8000원씩 총 6293억원에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확산 여파와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인해 해외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락앤락의 실적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지난해에는 매출 감소와 함께 21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어피니티가 자산 매각을 통해 중간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생산 중단으로 인한 권고사직과 계약해지, 정리해고 등이 이뤄지면서 노조와 갈등도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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