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호, 에프앤아이 인수 계약금 CB로 대체…무리한 확장 '우려'
10·11회차 CB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 120억원으로 변경
율호머트리얼즈·율호 탄자니아 실적 부진에 적자 지속
에프앤아이 인수 잔금·8회차 CB 풋옵션 지급에 유동성 '악화'
공개 2024-09-02 06:00:00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율호(옛 네오디안테크놀로지(072770))가 당초 운영자금에 사용할 목적으로 발행 예정인 전환사채(CB)의 발행 규모를 축소해 에프앤아이 인수에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다소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발행 예정인 CB도 당초 납일기일이 한 차례 연기된 바 있어 향후 또 다시 운영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율호 계열사인 율호머트리얼즈, 율호 탄자니아 등은 아직 적자가 지속돼 사업을 다소 무리하게 확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과거 발행한 8회차 CB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등으로 유동성은 축소될 전망이라 재무 건전성 관리도 필요해 보인다.
 
 
전환사채 에프앤아이 인수 대금으로 사용해 운영자금 '미비'
 
29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율호는 10회차·11회차 전환사채(CB)를 운영자금에서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정정해 에프앤아이 인수 계약금을 대신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앞서 율호는 투자 자문업체 네오버스로부터 소프트웨어 자문·개발업체인 에프앤아이 주식 및 경영권을 250억원에 양수키로 했다. 계약금 120억원은 전환사채로 대용납입 지급하고, 잔금 130억원은 내년 4월30일까지 현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율호는 에프앤아이 인수 목적에 ‘사업 확장’이라고 공시한 만큼 수익 기반을 다양화할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에는 사모집합투자기구(PEF) 마카하사모투자합자회사에도 100억원을 출자해 지분 97.08%를 취득하기도 했다. 기관전용 PEF 참여로 투자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운영자금 모집이 불발되면서 이미 벌려놓은 사업들은 내실이 다소 약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원래 10회차·11회차 CB를 발행했던 목적은 운영자금 모집이었다. 각각 100억원씩 총 200억원을 모집하기로 했지만, 납입 기일이 연기되면서 자금 조달에 지장이 생긴 바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다소 무리하게 사업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8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85억원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20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판매비와관리비가 지난해 상반기 11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22억원으로 증가했는데 최근 사업 확장으로 인건비가 33억6234만원에서 35억8025만원으로 늘어난 탓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6월 전기 자동차 배터리 재활용 관련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율호머트리얼즈를 설립했지만, 본업과 달리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율호는 델(DELL) 테크놀로지스 1차 공급사로서 서버/스토리지 등 컴퓨터 사업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17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85억원,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3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2차전지 재활용업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 모두 0원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870만원에서 5억2267만원으로 28배 가까이 급증했다.
 
여기에 지난 5월에는 율호 탄자니아를 설립해 광산 및 자원개발 부문 사업까지 진출했는데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아직 0원이다. 물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해 매출이 안 나올 수는 있지만 영업손실은 4775만원이 추가됐다. 이처럼 아직 신사업들의 매출이 제대로 안 나오는 상황에서 영업 자금을 또다시 타법인 증권 취득에 사용하면서 적자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율호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자금의 사용목적이 당초 운영자금으로 발행한 것은 맞으나, 당사가 추진하고 있는 2차전지 사업 운영 준비에는 차질이 없다”라며 “당사의 주사업 분야 매출은 하반기에 중점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이므로 자금 운영에 문제가 없다. 연내 2차전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가동에 따른 수익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사진=율호)
 
현금성자산 감소·유동부채 증가에 유동성 '주의'
 
아울러 율호는 보유 자산이 줄어든 반면 사채 발행이 지속되고 있어 유동성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금성자산은 8회차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발행으로 감소하는데 유동부채는 늘어나 유동비율은 급감할 전망이다. 
 
이미 율호는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지난해 말 35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08억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공정가치금융자산 취득 금액이 지난해 상반기 3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01억원으로 늘면서 투자활동현금흐름이 -55억원에서 -85억원으로 손실이 확대된 탓이다. 이에 따라 유동자산도 지난해 말 97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96억원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유동부채도 515억원에서 지난해 392억원으로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 유동비율은 203.01%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8회차 CB 풋옵션 등으로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던 유동비율은 악화될 전망이다. 50억원 규모로 발행했던 8회차 CB의 경우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로 인해 율호는 지난 23일 20억8121만원을 지급했다. 여기에 이번에 에프앤아이를 인수하게 되면서 잔금 130억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보유한 유동자산은 645억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기존 유동부채는 392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번에 11회차·12회차 CB를 합쳐 총 120억원을 더하면 유동부채는 512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 인한 유동비율은 126.01%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사채권자가 하반기에 8회차 풋옵션을 추가로 행사한다면 약 30억원을 추가로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유동자산은 615억원으로 줄고, 유동비율은 최저치인 120.15%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율호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에프앤아이 인수 잔금 같은 경우는 지금 당장은 아니고 내년 4월까지 지급 기일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10회차, 11회차 CB 조기상환 청구권이 발행일로부터 1년6개월 후에 청구가 가능하므로 비유동부채로 회계처리가 될 것이라 하반기 유동성은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이조은 친절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