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압박에도…중소형 저축은행, '버티기' 돌입
비업무용 부동산 중소형저축은행 대부분 차지
연체율 상승으로 담보부동산 유입 늘어 관리 필요
공개 2024-08-28 06:00:00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행정지도를 통해 비업무용 부동산의 매각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소형 저축은행이 팔지 않고 버티는 모양새다. 저축은행이 대출채권을 담보부동산으로 회수하면 충당금 적립을 줄일 수 있는 데다 감정가보다 높게 취득할 경우 대출 손실을 은폐할 수도 있어서다. 
 
저축은행중앙회. (사진=저축은행중앙회)
 
금융당국 부동산 매각 주문에도 '버티기'
 
27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저축은행업권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 합계는 1237억5700만원이다. 중소형 저축은행이 보유한 물량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말 비업무용 부동산 규모는 1182억4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규모를 줄이는 듯했으나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2016년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도록 행정지도하고 있다. 이후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저축은행은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할 수 없게 됐다. 예외적으로 채권 회수 과정에서 저축은행이 담보권을 실행할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금융감독원은 ‘상호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관련 행정지도’를 통해 비업무용 부동산 유입 및 보유기간 장기화에 따른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유동성 저하를 방지하고자 행정지도 기간을 연장했다. 해당 행정지도는 지난 5월4일부터 내년 5월3일까지 1년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저축은행중앙회에 행정지도를 전달하고, 중앙회는 이를 개별 저축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행정지도를 통해 비업무용 부동산이 유입될 경우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취득하는 것을 금지시켰으며, 매 분기 공매를 실시해 신속히 매각할 것을 주문했다. 또 비업무용부동산의 회수예상가액이 장부가액을 하회할 경우 그 차액만큼 비업무용부동산손상차손을 인식하게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담보 부동산이 저축은행으로 유입되자, 금융감독원이 이를 적극 관리하라는 차원에서 재차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체율 상승으로 신규 대출을 줄이는 저축은행이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면 유동성이 확보돼 대출 등에 이용할 수 있는 가용자금을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이후 공식적으로 행정지도를 전달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 5월 연장된 상호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관련 행정지도 이외에 개별적인 행정지도 등은 실행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중소형 저축은행일수록 보유 물량 많아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비업무용 부동산이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제외하면 SBI저축은행·OK저축은행·웰컴저축은행·페퍼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의 보유물량은 전무하다. 1분기 말 가장 큰 규모로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OSB저축은행이다. OSB저축은행은 지난 3월 말 기준 299억2800만원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했다. 뒤를 이어 조흥저축은행이 152억700만원, 스마트저축은행이 115억2800만원 등 100억원대를 넘겼다.
 
 
100억원대를 넘기지는 못했으나 15개 저축은행이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98억원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8곳이 9억원에서 1억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제외하면 5대 저축은행의 보유 물량은 없다. 5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중에서도 우리금융저축은행만이 소유했을 뿐이다. 
 
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은 통상 공매를 통해 매각한다. 자사 공고나 온비드 등을 이용한다. 다만 규모 대비 공매가 활성화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업권에서 가장 큰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OSB저축은행의 경우 온비드를 통해 진행한 공매는 없다. 자사 홈페이지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5월7일 공매 공고가 마지막이다. 1분기 기준 OSB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비업무용 부동산 중 3년 이전 취득분이 173억원, 1년에서 3년 사이 취득한 토지와 건물이 32억원, 1년 내 유입된 부동산은 98억원에 달한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이 통계를 제공하는 2016년부터 비업무용 부동산의 규모가 그대로다. 당시 장부가액 기준 42억원의 비업무용 토지와 건물을 10년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비업무용 토지의 경우 장부가액은 1억2757만원으로, 현재 공시지가인 10억9556만원 대비 10분의 1수준이다.
 
OSB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 이외에도 저축은행업권의 공매는 활발하지 않다. 현재 온비드에 올라온 공매와 입찰 공고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공고뿐이며, 부동산 관련 공고는 없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이후 저축은행에서 공매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유찰되기 일쑤인 데다 제값을 못 받을 가능성도 높아 매각에도 적극성이 떨어진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중소형 저축은행이 비교적 많은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라 유입되는 부동산의 규모와 이를 관리하는 각 사의 시스템 차이의 영향일 수 있다”라면서 "저축은행마다 입장이 다르겠으나, 공매로 오히려 손실을 인식할 가능성도 있어 매각 적기를 기다리는 것이 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이성은 탄탄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