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OEM사업 부진에 자회사 손실까지 '이중고'
OEM 수요 감소 속 생산 기반 위치한 방글라데시 시위에 생산 차질
비대면 교통수단으로 각광받던 자전거…엔데믹에 커진 재고부담
공개 2024-08-27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영원무역(111770)이 주력 사업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의 수익성 저하와 프리미엄 자전거 업체인 자회사 스캇의 영업손실 발생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로 비대면 교통수단으로 인기를 끌던 자전거 수요가 감소하면서 재고 부담이 심화된 탓이다. 특히 OEM사업 부문 생산 기반을 두고 있는 방글라데시 내 반정부 시위로 인해 셧다운(운영 중단) 조치가 내려지면서 일주일간 생산손실이 발생했다. 업체 측은 현지 모든 공장이 정상화된 상태로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영원무역)
 
상반기 매출 2천억원 감소…하반기에도 짙은 '먹구름'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원무역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조6024억원으로 지난해 반기(1조8483억원) 대비 13.30% 급감했다. 
 
외형이 줄어든 가운데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까지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3777억원에서 2375억원으로 37.11% 쪼그라들었다. 올 상반기 원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2.45%포인트 증가한 68.78%, 판관비율은 3.16%포인트 늘어난 16.40%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상반기 20.44%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은 올해들어 14.82%로 5.61%포인트 줄었다. 
 
주요 사업인 OEM 부문 실적이 감소한 가운데 향후 전망도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 2위 의류수출국인 방글라데시에서 대규모 유혈시위가 일어나면서다. 현재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와 치타공 등에서 현지 인력 6만명 이상을 고용한 대규모 의류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번 시위로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셧다운 조치가 이어지면서 영원무역 역시 일주일가량 생산 손실을 본 상황이다.
 
이에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거나 현지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글로벌 패션 업체들은 성수기를 앞두고 공장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방글라데시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약 5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공무원 채용 때 독립전쟁 유공자 후손을 우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특혜 논란으로 번지면서 대학생 반대 시위가 격화되면서다. 
 
이 가운데 영원무역의 제조 OEM 사업부문 매출은 지난 2022년 4조4111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4조167억원으로 약 3944억원(8.94%)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2조251억원으로 직전연도 상반기(2조1803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지만, 현지 치안 문제 등으로 인한 불안도는 높은 상황이다. 현재 방글라데시는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반 무함마드 유누스가 반정부 시위대에 밀려 해외로 도피한 총리 대신 혼란을 수습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최근 의류업계가 방글라데시를 벗어나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지에 이미 생산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향후 부담이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자전거 수요 줄며 재고부담 '심화'
 
여기에 자회사 스캇의 실적이 감소하면서 전체 영업이익 감소에도 영향을 끼쳤다. 영원무역은 스캇의 지주회인 스캇 코퍼레이션(SCOTT CORPORATION SA)의 지분 50.01%를 보유하고 있어, 연결기준 실적은 스캇의 실적이 반영된다.  
 
스캇은 스위스 소재 프리미엄 자전거 업체로 현재 영원무역 매출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스캇의 주식 20%를 매입한 영원무역은 2015년 지분 약 30%를 추가 매입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지분 인수에만 총 1545억원을 투입됐다. 이후 스캇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자전거가 비대면 운동과 교통수단으로서 각광받으면서 높은 외형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021년 1조535억원으로 1조원대 초반에 머물렀던 매출액은 2022년 1조3975억원으로 약 3440억원(32.65%)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수요가 둔화되면서 매출액은 1조2424억원으로 직전연도 대비 11.10% 떨어졌다. 올해 들어 감소폭은 더욱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436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6388억원) 대비 약 2029억원(31.75%) 급감했다. 매출액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재고 부담도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영업이익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일각에서는 방글라데시 현지에 정치적 혼란과 스캇의 실적 부진 등으로 일각에서는 영원무역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영원무역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8월6일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망명한 후 모든 공장은 정상화돼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와 능력 있고 양심적인 참모진들이 과도정부를 이끌 예정이라 앞으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스캇의 경우 다양한 신제품 라인업을 출시하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트렌드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제품개발과 투자를 통해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해 나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박예진 쉽게 읽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