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 약속 지킨 이상준 대표…R&D 강화 초읽기
지난해 R&D 투자 100억원 넘겨
기존 주요 제품에 대한 매출 의존도 높아
H0D0-2224 임상3상 IND 신청
공개 2024-08-26 06:00:00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부진한 신약개발 활동으로 지적받던 현대약품(004310)이 연구개발(R&D) 강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력 제품의 판매 부진과 원재료값 상승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면서 R&D 투자를 늘린 것이다. 현대약품은 최근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신청을 한 HODO-2224(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 등을 통해 각종 신약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현대약품)
 
주력 제품 의존 탈피?…R&D 투자 확대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약품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율)은 53억원(6.14%)으로 직전연도 동기(51억원, 5.8%)와 비교해 소폭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시무식에서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가 신약 임상의 성공적인 진행과 미래 전략 제품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약속을 지켜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약품은 지난 2019년 연구개발비(율) 118억원(8.77%)을 투자한 이후로 점차 R&D 투자를 축소해왔다. 지난 2020년(96억원, 7.24%)을 거쳐 2021년에는 81억원(5.79%)까지 줄였다. 이후 지난해 다시 122억원(6.77%)으로 확대했고, 올해는 규모를 더 키웠다. 
 
앞서 현대약품은 동종업계와 비교해 R&D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대약품보다 매출 규모가 작은 HK이노엔(195940)의 올해 반기 연구개발비율은 9.23%(394억원)이며, 최근 3년간 7% 이상의 R&D 비율을 유지해 오고 있다. 매출 규모 격차가 크지 않은 삼진제약(005500)도 10% 이상의 R&D 비율이 이어졌다.
 
현재 현대약품은 수익성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R&D 비용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존 주요 제품에 의존하던 매출을 탈피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시각이 나오면서다. 현대약품의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59억원)보다 악화됐다. 지난 2021년 1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이후 2022년(80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지난해(69억원)부터 수익성이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R&D 투자 확대 기조를 보인 가운데, 주요 제품의 판매 부진과 원재료값 상승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약품은 주요 제품인 마이녹실과 미에로화이바, 레보투스정 등을 중심으로 외형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867억원에 그치면서, 직전연도 동기(877억원)와 비교해 소폭 줄었다.
 
 
주요 제품의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외형은 줄었다. 마이녹실 가격은 공시하지 않았지만, 주요 제품으로 분류되는 진해거담제인 레보투스정의 가격은 지난해 반기 1만836원에서 올해 1만1091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미에로화이바의 가격도 344원에서 354원이 됐다.
 
여기에 기존 주요 제품의 원재료 가격도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에 악영향을 끼쳤다. 진해거담제에 사용되는 원재료 '레보드로프로피진'의 가격은 지난해 반기 413원에서 올해 반기 471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미에로화이바 등에 사용되는 음료 공병 가격도 87원에서 93원으로 올랐다. 이에 매출원가(율)도 481억원(54.8%)에서 496억원(57.24%)으로 확대됐다.
 
자체 신약부터 개량 신약까지…파이프라인 강화 '잰걸음'
 
현대약품은 단순히 R&D 비용만 늘린 게 아니다. 보유한 파이프라인의 임상 단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개량신약 복합제 HODO-2224의 임상 3상 IND 승인 신청을 실행하면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올해 반기까지 4개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 진입이 기대된다.
 
현대약품은 지난 20일 개량신약 복합제인 HODO-2224의 제3상 임상시험에 대한 계획 승인 신청을 했다. 국내 1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임상시험 기간은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승인일로부터 48개월 동안 이뤄진 예정이다.
 
HODO-2224는 신약을 기반으로 제형을 변경하거나 약효를 강화하는 개량신약으로, 지난해 임상 1상을 진행했다. 최근 마무리한 임상 1상에서 충분한 유효성과 안전성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분석되며, 이에 임상 2상 없이 곧바로 3상에 들어간다. 이외에도 개량신약인 HODO-2305(순환기질환치료제)와 HODO-2225(내분비질환치료제)가 올해 임상 1상 IND 승인을 얻었다.
 
자체 신약 개발도 임상 진입 궤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체 신약 개발은 개량신약과 달리 연구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며,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여기에 비용도 수천억원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기업이 아니라면 활발한 R&D 활동을 이어나가긴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HDNO-1605(당뇨병치료제)와 LINO-1713(사전피임) 등 총 2개다. 현재 시판 중인 경쟁 제품이 없는 HDNO1605는 올해 임상 2b상 IND 승인을 얻었다. 사전피임약은 국내 가교임상 1상 진행을 완료한 상태다.
 
<IB토마토>는 향후 R&D 전략 등에 대해 수차례 취재 시도를 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김혜선 흥미로운 주제를 쉽게 전달하는 김혜선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