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옥석가리기)②대손충당금 부담 커지는 제2금융권
연체율 높은 증권·저축·캐피탈 영향 예의주시
단기적으로 건전성 등 재무안정성 저하 전망
공개 2024-08-21 06:00:00
부실 우려가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금융당국 압박이 거세다. 사업장 정리를 요구하면서 금융권에 미칠 영향이 초미의 관심사다. 경·공매 등 구조조정 작업이 하반기 빠르게 추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내에서는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은 제2금융에 대한 우려가 크다. 관련 손실이 올해 안에 잇따를 수 있어서다. <IB토마토>는 금융당국의 PF 연착륙 정책 현황과 방향을 알아보고 제2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연착륙 정책은 금융권 내에서도 특히 제2금융권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대출 익스포저가 높은 증권, 저축은행, 여신전문(캐피탈) 등은 새로운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라 건전성 지표가 저하되고 대손충당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전반적으로는 대응 가능하겠지만 열위한 일부 금융사는 어려운 처지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체율 높은 제2금융권…자본완충력도 미흡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의 PF대출(본PF+브릿지론) 잔액은 지난 1분기 기준 총 134조2000억원이다. 업권별로 ▲은행 46조2000억원 ▲증권 8조7000억원 ▲보험 40조7000억원 ▲저축은행 9조4000억원 ▲여신전문 25조4000억원 ▲상호금융 3조8000억원 등이다.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 가운데 특히 증권과 저축은행, 여신전문 업계는 PF대출 리스크가 큰 편으로 꼽힌다. 대출 잔액 자체는 은행이나 보험보다 규모가 작지만 연체율이 높아서다. 금융권 전체 평균 연체율은 3.6%이며 은행과 보험은 각각 0.5%, 1.2%로 낮은 상태다. 반면 증권은 17.6%로 가장 높고 저축은행 11.3%, 여신전문 5.3%, 상호금융 3.2% 순으로 나타난다.
 
 
보험과 상호금융을 제외한 제2금융권은 특히 본PF보다 잠재 위험성이 큰 브릿지론 연체율이 높은 상황이다. 브릿지론 연체율은 은행 0.6%, 보험 3.5%, 증권 20.3%, 저축은행 14.0%, 여신전문 12.6% 등이다.
 
PF대출 외에 토지담보대출도 있다. 이 역시 일부는 브릿지론 성격이며 부동산 관련 대출에 포함된다. 토지담보대출 잔액은 ▲저축은행 11조3000억원 ▲여신전문 4조6000억원 ▲상호금융 12조1000억원으로 파악된다. 은행이나 보험, 증권은 토지담보대출이 없다. 토지담보대출의 연체율 역시 높은 수준인데 저축은행 20.2%, 여신전문 11.0%, 상호금융 6.9%다.
 
여신금융과 저축은행, 증권은 자본완충력 측면에서도 다른 금융사 대비 리스크가 따른다. 자기자본 대비 PF대출 잔액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익스포저나 관리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큰 셈이다.
 
한국신용평가에 의하면 캐피탈 업계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비중이 신용등급 AA급은 87%이며 A급 이하는 123%다. 증권 업계는 대형사가 30%, 중소형사가 39%로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는 117%다.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증가 전망
 
금융당국의 연착륙 정책에 따라 제2금융권은 일차적으로 자산건전성 지표가 저하되고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성 평가 기준이 기존보다 까다로워진 만큼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부동산PF 자산의 건전성 수준을 살펴보면 올 1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캐피탈 업계는 신용등급 AA급이 3.6%, A급 이하가 10.6%로 나타난다. 증권 업계는 대형사가 8.5%, 중소형사가 15.2%다. 저축은행 업계는 본PF 부문이 9.3%, 브릿지론이 24.9%로 확인된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PF 잔액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캐피탈사의 경우 AA급이 3.6%, A급 이하가 8.1%다. AA급보단 A급에서 관련 자산을 많이 취급했던 만큼 충당금 적립률도 높게 나온다. 증권은 대형사 5.6%, 중소형사 12.9%다. 저축은행은 본PF 9.6%, 브릿지론 12.8%다.
 
부실 정리가 본격화되면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 업권은 단기적으로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충당금을 추가적으로 적립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NICE신용평가가 분석한 시나리오 리포트에 따르면 추가 적립이 필요한 충당금 규모는 작게는 3조원에서 많게는 9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본부장은 “지난해 말 기준 LTV와 물건·지역별 경락가율을 사용해 시행한 테스트에 의하면 3개 업종의 시나리오별 예상손실은 8.1조~13.8조원”이라며 “이미 적립한 5조원을 고려하면 추가 적립은 3.0조~8.7조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3개 업종의 유상증자나 순이익 규모 등을 고려하면 1~2년 안에 감내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한다”라면서도 “업계 전체적으로는 추가 적립을 감내할 수 있겠으나 대응 능력이 열위한 일부 금융사는 잠재부실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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