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전자, 최대주주 CB콜옵션 취득…'편법' 지분확대 의구심
제13회차 CB 100억원 중 40억원 콜옵션…34억원 최대주주 등 전환권 행사
나머지 6억원 최근 공시로 전환권 행사에서 재매각 및 소각 가능성 시사
일부 금액 소각할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 소폭 상승 가능성 높아
자본시장법 분리형 사모 BW 발행 금지…최대주주 콜옵션 부여로 '루프홀'
공개 2024-08-20 06:00:00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성호전자(043260)가 전환사채(CB) 콜옵션을 박성재 대표 등 특수관계인에게 넘기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CB 콜옵션을 통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분율을 늘리는 것을 막고 있다. 이에 CB를 발행할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내에서 콜옵션 비율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성호전자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내에서 콜옵션 비율을 정했지만, 전체 CB 중 일부를 소각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과적으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편법으로 늘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아울러 성호전자는 최근 3자배정 유상증자도 발행했는데 최대주주인 서룡전자가 대상자로 나서면서 서룡전자를 100% 소유한 박성재 대표의 성호전자에 대한 간접 지배력은 상승할 전망이다.
 
콜옵션부 전환사채로 최대주주·특수관계인에 신주 무상 '증여'
 
16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호전자는 100억원 규모 13회차 전환사채(CB)에 대한 매도청구권(콜옵션)을 최근 행사했다. 당초 40%를 콜옵션 비율로 정해 40억원을 취득했는데 이중 34억원은 최대주주인 서룡전자와 박성재 대표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6인이 취득했고, 나머지 6억원은 향후 재매각하거나 소각할 계획이다.
 
과거 콜옵션부 CB 발행은 콜옵션 행사자를 회사의 최대주주로 지정할 시 최대주주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취득해 지분율을 늘릴 수 있는 편법으로 악용돼 왔다. 이에 지난 2021년 금융위원회는 최대주주의 콜옵션 행사한도를 최대주주 본인의 지분율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성호전자의 경우 콜옵션 행사한도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35.77%) 이내로 제한한 것은 맞지만, 실제 성호전자의 경우 콜옵션 CB 중 나머지 6억원을 소각할 경우 결과적으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성호전자는 당초 남은 6억원에 대해 전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공시했지만, 최근 자사주로 취득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제3자에 재매각하거나 소각을 할 계획이라고 정정 공시했다.
 
여기에 성호전자는 콜옵션을 이용해 최대주주 등이 시세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최대주주 등은 주당 1282원에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는데 13일 종가는 1540원이었다. 신주 5761만7549주를 739억원에 매입해 종가를 반영한 매입가 887억원보다 약 148억원 낮은 가격에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특히 성호전자는 처음부터 콜옵션 대상자가 누구인지 주주에게 명확하게 공시하지는 않았다. 성호전자는 지난해 2월8일 13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전환사채를 100억원 규모로 발행하면서 콜옵션의 매수인은 '미정'으로 표기했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나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CB를 공시했을 당시에는 콜옵션 대상자에 대한 정보가 차단되고 사후에 알 수밖에 없던 것이다.
 
아울러 이렇게 콜옵션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넘길 경우 법의 헛점(루프홀)을 악용한 것으로 비판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채권자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분율을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법에서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의 방법으로 BW 발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콜옵션부 CB를 발행해 콜옵션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넘기면 사모의 방법으로 BW를 발행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성호전자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전환사채를 발행했을 때는 실제로 대상자가 정확하게 정해지진 않았지만, 나중에 내부적으로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보유한 지분만큼 콜옵션을 취득할 수 있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10억원 유상증자로 박성재 대표 지배권 강화 
 
아울러 성호전자는 최근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운영자금 약 10억원을 모집하기로 했다. 성호전자는 유상증자 대상자도 최대주주인 서룡전자를 선정해 박성재 대표의 '2세 경영' 체제는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지난 1984년 설립된 성호전자는 창업주인 박현남 회장이 지난 2021년 세 자녀 중 장남인 박성재 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준 이후 경영권 강화 작업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성호전자 최대주주는 서룡전자로 성호전자 지분 17.14%(967만6252주)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자는 박성재 대표를 포함해 8인이 있어 특수관계자를 합친 비율은 36.51%에 달한다. 다만, 이 중 박성재 대표의 지배권은 다소 낮은 편이었다. 박성재 대표가 100% 지분을 소유한 서룡전자를 포함해 개인 지분 5.77%를 합쳐도 22.91%에 불과하다.

 

이번에 3자배정 대상자로 서룡전자가 선정되면서 박성재 대표 간접 지배력은 강화될 전망이다. 앞서 성호전자가 발행한 13회차 전환사채(CB)에 대한 매도청구권(콜옵션)에 유상증자 지분까지 더해지면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높아졌다. 성호전자에 대한 서룡전자의 지분은 26.54%, 박성재 대표 지분은 6.19%로 늘어나면서 박 대표가 지배하는 성호전자 지분은 32.73%로 확대됐다. 여기에 특수관계자 모두의 지분을 합하면 46.75%에 달한다.
 
한편, 성호전자는 당시 전환사채를 발행한 목적을 경영권 강화 외에도 차입금 상환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CB 자금 조달한 목적은 운영자금 50억원, 채무상환자금 50억원이었다. 실제로 총차입금은 2021년 749억원에서 지난해 1200억원, 올해 상반기 1259억원으로 늘어났다. 차입금의존도는 2021년 37.67%에서 지난해 44.46%까지 높아졌다가 상반기에 38.89%로 줄었다.
 
최근에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하기도 했다. 7월17일에는 자기주식 325만4437주를 1주당 1690원에 약 55억원에 처분했다. 이후 8월7일에도 165만5295주를 처분했다. 1주당 1361원으로 처분에 총 23억원(22억5286만원)이 들었다. 
 
성호전자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콜옵션부 전환사채와 유상증자를 한 것은 최대주주가 (지분을) 가져가는 것이라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면서도 "처음에 100억원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공시한 대로 대출을 상환해 차입금을 감소시키기 위함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이조은 친절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