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인수' KCGI 향한 싸늘한 시선 이유는
본입찰 없이 우선협상대상자 KCGI 선정
지배구조 개선 명분 삼아 지분 인수 후 엑시트
공개 2024-08-09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KCGI가 한양증권 인수에 나섰다. KCGI는 소수 오너에 의해 기업 경영이 결정되는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투기에 가까운 행보로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이번 한양증권 인수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이유다. 심지어 마땅한 명분도 없고 인수 대상자를 찍어놓고 진행하는 '파킹거래'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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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증권 우선협상대상자 'KCGI'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최대주주 지분매각 관련 우선협상 대상자로 KCGI를 선정했다. 매각 대상 주식은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이 보유한 한양증권 보통주 376만6973주로 전체 지분의 29.6%다. 매각대금은 주당 6만5000원으로 총 2449억원 규모다.
 
(사진=IB토마토)
 
앞서 지난달 23일 진행된 한양증권 매각 입찰에선 인수후보자들 대다수가 1800억원 내외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증권의 지난 2023년 말 자기자본인 4898억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 내외 수준이다.
 
당초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은 LF그룹이다. LF그룹은 PBR 1.4~1.5배로 2000억원 초반대에 가격을 제출하면서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KCGI가 당초 제출한 가격으로 알려진 1800억원보다 600억원 높은 2448억원으로 제출하면서 본입찰 과정 없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치열한 경합이 있을 것이란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본입찰 과정도 없이 KCGI가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떠오르자 일각에선 한양학원과 밀접한 KCGI가 모종의 협상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매각 후에도 김종량 한양학원 이사장의 합산 지분율은 약 9%로 2대주주로 남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배구조 개선 명분, 유명무실해져
 
KCGI는 강성부 대표가 지난 2018년 설립한 행동주의 사모펀드다. 기업명인 KCGI도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로 기업 승계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가 목표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연합뉴스)
 
KCGI가 일반 대중에 처음으로 알려진 계기는 지난 2019년 발발한 한진(002320)그룹 오너 3세 경영권 분쟁이다. 2019년 4월 고 조양호 전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하고 오너 3세 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자 당시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180640)의 2대주주였던 KCGI는 반도건설과 조현아(2023년 조승연으로 개명)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함께 조원태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KCGI는 2018년 첫 지분 매입 당시 514억~676억원의 자본을 투입했다. 이어 추가적으로 31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매입하며 오너들을 압박했다. 주당 평균 매입단가는 평균 3만원 초반선이다. 하지만 2020년 11월 정부 주도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통합이 진행되면서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투입해 한진칼 지분 10.7%를 매입하고 조현아 전 부사장을 제외한 한진 오너 일가와 산업은행이 손을 잡으며 경영권 분쟁은 종료됐다.
 
경영권 다툼에선 패배했지만 KCGI는 남는 장사를 했다.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고 난 뒤 KCGI는 호반건설에 한진칼 주식을 매각해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것이다. 매각 당시 한진칼의 주가가 5만원 후반에서 6만원 초반선에서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운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한진칼로 재미를 본 KCGI는 이후로도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투자를 진행했다. 2022년엔 오너의 성비위와 횡령·배임으로 시끄러웠던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확보에 나섰다가 몇 개월 만에 발을 뺐고, 지난해에는 DB하이텍(000990)에 투자를 진행해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공개하거나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을 내다 자금 투입 9개월 만에 장외매매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지배구조 개선은 엑스트 위한 명분" 지적
 
이번 인수의 경우 지배구조 개선 등의 명분이 없는 데다 KCGI자산운용에는 규모가 큰 딜이다. 한양증권 매각가는 2449억원으로 지난 1분기 KCGI자산운용의 전체 펀드 및 투자일임 운용자산(AUM)은 2조5887억원의 10분의 1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KCGI가 위탁운용사(GP)로 등록된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약정액 합계인 3802억원에도 준하는 수치다.
 
 
현재 KCGI의 운용 자금 규모, 세간에 돌고 있는 한양증권과의 모종의 거래설까지 겹쳐 시장에선 KCGI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금융당국도 한양증권 매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깜깜이 매각'이나 '파킹거래' 등에 보다 세밀한 심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대주주 적격심사에서 정성적 요인인 사회적 신용 부분에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함께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무기로 삼아오던 KCGI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강성부 대표는 한양증권의 매각이 공식화된 7월10일에도 모 경제 유튜브에 출연해 국내 기업 오너일가의 세습을 지적키도 했다. 하지만 강 대표의 말과는 다른 행보에 지배구조 개선은 엑시트를 위한 명분 만들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간 KCGI가 출자한 기업 중에 지배구조가 개선된 사례가 없다”라며 “사실상 지배구조 개선이란 명목은 지배력이 약한 오너일가를 흔들어 한탕 해먹는 것에 부여된 도덕적인 명분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IB토마토>는 이와 관련해 KCGI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닿지 않았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