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누적 결손금 2.2조…'탈쿠팡' 노리다 적자폭 커질라
적자 지속되며 올해 1분기 결손금 2.2조 돌파
가입자 확대 통해 객단가·빈도수 확대 '선순환'
지속가능한 소비자 이용 위한 경쟁력 확보 관건
공개 2024-08-09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가 구독형 멤버십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6개월 무료 이용 프로모션에 나선다. 최근 쿠팡이 멤버십 요금을 인상하면서 '탈쿠팡'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속적인 영업손실로 컬리의 누적 결손금이 2조원을 훌쩍 넘긴 가운데 프로모션 강화로 수익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 (사진=마켓컬리)
 
1분기 결손금 2조2679억…'출혈경쟁' 우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들어 컬리의 결손금은 2조2679억원에 달했다. 결손금은 당기순손실의 누적이나 수익을 초과하는 과다한 배당으로 인해 발생하는 적자를 일컫는다. 
 
컬리는 높은 판매비와 관리비 비율과 물류센터 등 배송인프라 확대 등으로 인해 만성적인 적자를 겪고 있다. 최근 5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손실은 2019년 1013억원, 2020년 1163억원, 2021년 2177억원, 2022년 2335억원으로 지속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1436억원으로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매출원가와 판매비와 관리비를 합산한 비용이 매출액을 넘어서면서다. 지난해에도 매출원가와 판매비, 관리비를 합산한 금액이 2조2210억원에 이르면서 연간 벌어들인 매출액(2조774억원) 보다 비용 지출이 더 많은 모습을 보였다. 
 
영업이익에서 법인세, 영업외 수익과 비용 등을 가감한 당기순손실도 같은 기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2019년 2415억원, 2020년 2224억원을 기록하던 적자는 2021년 1조285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어 2022년 2232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이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197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직전연도 대비 줄었지만 여전히 2000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적자 기조는 그대로다. 1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억원과 63억원을 기록하며 직전연도 동기(영업손실 305억원, 당기순손실 331억원) 대비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수익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컬리는 비용 부담이 따르는 무료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인 '컬리 멤버스' 신규 고객 대상이다. 컬리멤버스는 월 이용료 1900원을 내면 적립금 2000원을 즉시 돌려받는 구독형 서비스로, 지난해 베타버전인 컬리베네핏을 2~3개월간 시범 운영한 후 공식 론칭됐다. 이번 프로모션 기간 동안 멤버십에 신규 가입할 경우 이용료를 받지 않고 즉시 적립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컬리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멤버십 서비스는 고객의 장보기 습관과 연결되기 때문에 가입자가 많을수록 고객들이 늘어난다"라며 "멤버스를 통해 컬리를 알고는 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았던 고객들의 장보기 빈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객 충성도 높은 쿠팡…'경쟁력' 관건 
 
관건은 소비자의 지속적인 사용 유지를 위한 경쟁력 확보다. 무제한 무료 배송과 쿠팡플레이 시청, 쿠팡이츠 할인 등을 제공하는 쿠팡와우와 달리 컬리는 무료 배송 서비스와 제품 가격 할인에 집중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 컬리는 현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멤버스 가입 고객만을 위한 인기상품 단독 특가몰 운영과 적립금 제공, CU·커피빈 등 라이프스타일 제휴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는 않지만 컬리 측은 "올 상반기 기준 컬리멤버스 가입자가 지난해 8월 말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라며 "지난 7월 개편 이후에는 가입자 수가 전월 동기 대비 30% 늘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회원수가 1200만명에 멤버스 가입자가 25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멤버십 이용료가 싼 편임에도 유료 회원 비중이 적다. 쿠팡의 경우 같은 기간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1400만명이다.  
 
특히 쿠팡은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등 관계사 혜택이 함께 제공되고 있어 고객 충성도가 높다. 이탈률이 경쟁사 대비 낮은 이유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가 조사한 통계를 살펴보면 쿠팡의 이탈률은 7월 기준 8.8%에 그쳤다. 11번가(34.6%), G마켓(28.2%), 컬리(27%)의 이탈률이 평균 29.93%에 이르는 것과 비교된다. 
 
멤버십 가격인상 등의 영향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던 쿠팡 앱 신규 설치 건수도 지난달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앞서 쿠팡은 지난 4월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 같은 달 13일부터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변경된 회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쿠팡 설치 건수는 2월 31만건에서 3월 35만건으로 크게 증가한 이후, 4월 32만건, 5월 29만건, 6월 27만건으로 줄었다가 지난달 30만건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약 4개월간 안드로이드OS 기준 쿠팡 신규 설치 건수는 평균 29.5만건으로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당장 프로모션을 통해 '탈쿠팡'을 고민하던 소비자가 유입될 수 있겠지만 현상 유지를 위해서는 취급 물품을 늘리는 등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며 "특히 상품 구매나 서비스 이용 등의 실적은 좋지 않으면서 기업이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나 각종 혜택만을 누리는 체리피커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박예진 쉽게 읽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