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속도 내는 '주식 소각'…경기 우려가 기회로
주주환원 핵심 전략 '자사주 소각'
"경기 악화돼도 주주환원 문제없어"
공개 2024-08-08 08:00:00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신한지주(055550)가 주당 가치 제고를 위한 주식 수 감축에 나섰다.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최근 호실적을 기반으로 이익 창출력을 강화하는 한편 주식 수 감축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 일찌감치 내놓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정부의 K-밸류업 정책에도 발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사진=신한금융)
 
자사주 대규모 매입 후 소각
 
6일 신한지주에 따르면 올해 주식수를 5억주 미만으로 낮춘다. 신한지주의 상장 주식 수는 5억939만3214주로 연말까지 5개월 내에 약 940만주를 소각해야 한다. 6일 종가 5만32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5000억원 규모다. 
 
신한지주는 7분기 연속 자사주를 소각해왔다. 신한지주는 지난 2022년에는 781만4685주, 2023년에는 1350만7398주를 소각했다. 올해 3월에도 336만6257주를 태웠다.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소각한 주식수만 해도 2468만8340주에 이른다. 신한지주는 7월 말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후에도 매일 40억원에서 5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신한지주의 평균 거래대금인 880억원의 4%, 5일 거래대금인 1510억6700만주 기준으로는 약 3.3%다.
 
주식을 소각하면 주당 가치와 순이익이 늘어난다.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신한지주는  2021년부터 분기 배당을 실시하는 한편, 2022년에는 기업가치 제고가 핵심인 그룹 중기전략을 이사회에서 결의, 재무 지향점을 설정했다.
 
2022년 당시 신한지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0.5%,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CE) 12%, 보통주자본비율(CET1) 12%를 중기 목표로 세웠다. 2년 뒤인 올해 2월 신한지주는 보통주자본비(CET1) 목표를 13%로 조정하고 이사회와 논의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했다.
 
신한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은 구체적인 실행 방식과 시기를 세분화한 것에 의미가 있다. 신한지주는 우선 2027년까지 ROE는 10%, ROTCE는 11.5% 달성이 목표다. 주주환원율은 5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올해는 36%에서 40%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신한지주는 자회사에 배분된 자본 대비 수익성을 측정하는 'ROC(Return on group capital)' 지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근본적으로 저수익 영역에 해당하는 한계 사업과 상품을 축소하고 자회사별 실행력을 높인다. 이와 연관돼 눈여겨볼 부분은 ROTCE로, 지주 자본에서 영업권과 무형자산을 차감해 산출한다. 신한지주는 금융그룹 최초로 실질적인 자본 수익성을 알 수 있는 지표를 도입해 자본 배분 효율성을 개선키로 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신한지주 주가로 결실을 맺었다. 지난 7월30일 기준 신한지주의 주가는 6만4200원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으로, 올 3월 같은 기간 최저점인 2만1850원과는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증가한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이 맞물려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타 지주 대비 유통 주식 수 많아
 
신한금융이 자사주 소각에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경쟁사 대비 상장 주식 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우리금융지주(316140)의 7억4259만1501주 보다는 적으나, KB금융(105560)하나금융지주(086790)보다는 많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4억351만1072주, 하나금융 2억9235만6598주가 시장에 상장돼 있다. 신한지주는 같은 시기 5억939만3214주가 상장돼 있어 차이가 크다. 신한지주는 이 같은 차이를 좁히고 주식가치를 올리고자 2027년까지 4억5000만주로 감축할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유통되는 주식을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주당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주주에 호재로 통한다.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차이 난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주식 1주당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다. 1분기 신한지주의 PBR는 0.49배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이 0.4배, 우리금융이 0.32배로 두 지주 대비 높으나 KB금융의 0.51배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신한지주는 0.8배가 되기 전까지는 자사주 소각을 빠르게 추진해 현금 배당 규모를 점진적으로 향상할 계획이다.
 
CET1은 4개 금융지주 중 상위권이다. 2분기 신한지주의 CET1은 KB금융에 이어 두 번째로 13.05%다. CET1의 비율이 높을수록 여유자금이 많아 주주환원 여력도 크다.
 
문제는 경기 악화다. 중장기적 계획인 만큼 지속성이 관건이다.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하가 점쳐지고 있어 이전 대비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신한지주는 경기가 하락하고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주식을 매입량이 늘어 오히려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타사 대비 유통 주식수가 많아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자산 소각을 우선할 계획"이라며 "만약 경기가 하락해 주가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내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달성 가능성 여부를 검토해 산출한 결과기 때문에 이행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이성은 탄탄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