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SK(034730)그룹이 에너지 계열사 합병을 추진하자 해당 기업의 재무적 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들의 입장이 제각각이라 고민이 깊어졌다.
SK그룹, 합병 밑밥 깔기 나서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034730) E&S는 합병을 위한 양사 FI 간 사전 조율작업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달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안을 의결했다. 합의가 완료되고 오는 27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이 되면 합병법인은 오는 11월1월 출범한다.
SK E&S 인천 액화수소 플랜트 (사진=SK E&S)
성공적인 합병을 위해서는 FI 동의가 절대적이다. 앞서 SK E&S는 2021년과 2023년에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으로부터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각각 2조4000억원, 7350억원 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RCPS의 기초자산은 부산도시가스와 코원에너지서비스 등 SK E&S가 지분 100%를 보유한 도시가스사업 관련 자회사 일곱 곳이다. SK E&S는 이들 자회사와 현금으로 RCPS를 상환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차전지 자회사 SK온에 대해 작년 한국투자증권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2조3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SK온은 한투PE 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에 대해 전환우선주(CPS) 1498만 7801주를 발행하고 연 7.5%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유치했다. 이어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도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드래그얼롱)을 조건으로 12억 달러(1조5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합병 이유가 SK온?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은 사실상 SK온 살리기가 목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SK온은 SK그룹의 핵심 신규사업으로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작된 2차전지 업계 불황으로 기대하던 흑자전환은 요원해졌다. 이에 꾸준히 수익을 내는 알짜 계열사인 SK E&S와 합병해 SK온에 대한 지원 여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합병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액 18조7991억원, 영업손실 45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석유사업의 경우 14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배터리 사업에선 공장 가동률 하락,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손실이 커져 영업손실은 4601억원에 달했다.
SK그룹은 에너지 부문 계열사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강조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요와 SK E&S의 구매 경쟁력을 결합해 4000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추가적으로 SK E&S의 전력 솔루션과 분산 발전 기술, SK이노베이션의 액침냉각과 배터리를 결합해 데이터센터 등에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해 1조7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를 강화하고 다가올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을 대비할 수 있는 체력을 마련하고자 한다”라며 “당면 과제 해결과 향후 주주가치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본 합병을 성사시키고 합병 기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계산서 두드리는 FI…"합병 외 방법 없어"
문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FI들의 입장이 다른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합병의 가장 큰 과제는 SK E&S에 투자한 KRR 설득이다. KRR의 경우 자금 투입 당시 매년 배당 형태로 3.99% 이자를 수취키로 했다. 여기에 5년 후 SK E&S의 7개 도시가스 자회사 인수 또는 투자 원금에 연 복리 9.9% 이자를 더한 현금 상환 조건을 걸었다. 합병할 경우 사업성 악화로 KRR의 기대수익이 보장받기 어렵다.
반면 SK온 측 FI는 합병이 간절하다. RCPS를 인수한 KKR과 달리 SK온이 적격상장 요건을 충족해야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 투자유치 당시 보장수익률은 연 복리 7.5% 수준이다. 경우에 따라 담보로 잡은 SK E&S의 지방 도시가스 사업장 인수도 가능하다. KRR의 동의가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KRR 측에서도 합병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 3년 동안 3분의 1토막으로 줄어든 SK이노베이션을 시가로 평가하면서 합병비율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잠재부실 규모를 감안하면 합병 외엔 답이 없다는 설득이 먹힌다는 것이다.
양사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다. SK이노와 SK E&S 각각의 기업가치를 근거로 산출됐다. 합병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합병신주를 발행해 SK E&S의 지주사인 SK에 4976만9267주를 교부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신주는 11월 20일 상장될 예정으로, 합병 후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