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또 발목 잡은 부동산PF…언제쯤 볕들까
충당금 적립 탓, 작년 이어 올해도 순익·영업이익 역성장
액수 규모 대비 분양 난항 지방 사업장 많아 질적 위험 높아
대형사·중소형사 간 실적 양극화 한동안 계속될 전망
공개 2024-08-01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올 2분기에도 현대차증권(001500)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증권은 2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에 대한 충당금 적립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의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는 자기자본 대비 50% 내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익스포저 상당수가 지방 사업장과 비우량 사업장이라 질적 위험이 높다는 평가다.
 
연이은 역성장 실적, 부동산이 발목 잡아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올해 상반기 잠정실적에서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5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4%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326억원으로 38.5% 줄어들었다. 다만 매출은 9094억원을 올려 12.5% 증가했다.
 
(사진=현대차증권)
 
구체적인 액수와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계속되는 저조한 실적 이유는 부동산 PF 관련 적립금 반영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증권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8.6% 줄어든 525억원, 영업이익은 43.1% 감소한 651억원이다. 1분기에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져 1분기 당기순이익은 1년 전에 비해 46.9% 하락한 192억원, 영업이익도 49.4%나 떨어져 26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적립금 반영 등의 영향에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라며 “신임 사장 취임 이후 주력하고 있는 기업 체질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액수 크지 않지만 질적 위험 높은 우발부채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현대차증권의 우발부채 잔액은 4382억원으로 대부분은 신용공여성 채무보증이다.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 규모는 34.5%고 직접 대출하거나 인수한 사모사채, 대출채권 총 3,003억원을 포함할 경우 자기자본 대비 58.1% 수준으로 나타났다.
 
절대적인 액수로 따지면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관리하고 있어 위험 부담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익스포저의 질적 위험이 높다는 점이 실적 회복에 발목을 잡았다. 우발부채 상당 부분은 중후순위성 본PF와 브릿지론 등으로 구성됐다. 매입확약을 진행한 사업장 내용에서도 상당수가 분양에 난항을 겪는 지방 사업장이거나 지식산업센터다. 상대적으로 분양에 난항을 겪고 있고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 익스포저가 많은 만큼 충당금 확충이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발채무 관련 약정사항 내역을 살펴보면 현대차증권은 지난 1분기까지 34건의 매입확약을 진행했다. 이 중 지방 분양 사업장은 9건으로 액수로는 1331억원에 달했다. 전체 우발채무 중 30%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분양에 난항을 겪고 있는 지식개발센터 익스포저도 총 6건 645억원으로 전체 우발채무 대비 14.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증권이 단일 건으로 가장 큰 규모의 매입확약을 진행한 건은 ‘팬텀가산포유제일차’다. 현대차증권은 해당 건에 대해 385억원 규모로 매입확약을 진행했다. 가산동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으로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371-36번지 일원에 지하 5층~지상 20층 규모의 지식산업센터 2개동을 조성한다.
 
지난해 11월에 착공과 분양에 돌입하면서 미착공사업장에서 벗어났지만 완판은 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는 2025년 5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예전엔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투자수요도 일부 있었지만 현재는 실수요 분양만 이뤄진 상태”라며 “현재로는 60% 내외 정도만 분양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에이치본리제일차는 현대차증권의 지방 사업장 익스포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대구광역시 달서구 본리동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 건설건으로 현대차증권은 276억원 규모 매입확약을 했다. 청약은 지난 2022년 2월 진행됐지만 공급물량 982세대에 126건 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앞서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증시 회복에 이은 전통 기업금융(IB) 실적 호조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NH투자증권(005940)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42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했다. KB증권도 당기순이익 3761억원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 대비 5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도 279.2% 증가한 13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대형사에 국한된 것으로 부동산금융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현대차증권을 비롯한 중소형 증권사는 이렇다 할만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금융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익스포저 부담으로 시장에선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양극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IB부문 확장을 한 중소형사의 경우 최근까지 이어진 부동산 경기 저하로 인해 수익창출력이 크게 훼손됐다"라며 "리스크관리와 사업다각화를 위한 전통 IB부문 확대를 시도하고 있지만 자본여력이 큰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수익성 회복에 난항을 겪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존 보유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추가적인 건전성 저하 또한 우려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