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5주년 기획:K밸류업)④코리아 디스카운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기관투자자 비중 15%에 불과…미국 보다 55%포인트 낮은 수치
이사회·기관 기능 미약…기업 지배구조 감시 할 요인 부재 원인
대기업 중심 경영환경에서 배당 높일수록 기업가치 제고 효과적
주가조작 범죄 처벌 강화·법인세 감면 시 투자자 유입 확대 전망
공개 2024-07-25 06:00:00
국내 자본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 규모임에도 그에 걸맞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증시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는 국내 주식시장 취약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첫 관찰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발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고질적인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인식이 그대로다. 정부가 제시한 세제 혜택도 입법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친 혁신기업들은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린다. K밸류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법이 될지 의문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과 현황부터 밸류업 프로그램 전략, 기대효과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국내 상장기업의 주식 가치평가 수준이 외국 기업에 비해 낮게 책정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이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와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인해 단기 투자 성향이 짙은 점 등이 저평가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높은 배당세와 양도세로 인해 투자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도 기업의 자율성에만 맡기고 있어 유동성 확대를 통한 국내 증시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열악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최우선 '과제'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시장은 열악한 지배구조 등으로 인해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이 기업경영을 감시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지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기업가치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외교부가 발표한 'OECD 기업지배구조 팩트북 2023'을 살펴보면 국가간 기관투자자의 차이가 여실하게 나타난다. 미국은 2022년 말 기준 기관투자자의 지분이 70%에 달했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는 15%에 그쳤다. 글로벌 시가총액으로 보면 기관투자자가 44%의 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큰 투자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증권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반해 외국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장기투자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VS 코리아 프리미엄'에서 "한국의 증권시장과 선물시장에서 주가와 선물가격을 결정하는데 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시장에서 주가와 선물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던 유일한 주체는 외국투자자들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대부분의 외국투자자들은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와 재벌 계열사인 대기업들에 의한 반사회적인 터널링(일감 몰아주기)과 프랍핑(부실 계열사 지원)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해왔다"라고 언급했다. 
 
(출처=외교부 'OECD 기업지배구조 팩트북 2023')

외국인투자자들의 지적처럼 지배구조 개선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연성규범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Corporate Governance Code)이 세계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은 기업의 이사회 또는 경영진이 기업가치 향상과 주주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도록 촉진하고, 이를 감독·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업들이 채택하도록 마련한 모범적 관행이다. 현재 OECD는 물론 G20 회원국 등을 포함해 전세계 많은 국가에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방안과 맞물려 실효성 있는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국내 상장기업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15개 핵심지표 준수율을 살펴본 결과, 6개 지표의 준수율이 60% 이하로 나타났다. 특히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19.5%),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47.5%),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34.5%) 지표의 준수율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준수 사유 설명 부족·힘 못 쓰는 사외이사

국내 기업들 가운데 이사회에 대한 지배주주의 과도한 영향력을 통제하기 위한 핵심지표인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미준수 사유를 설명하지 않은 곳은 전체의 98%에 달했고,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를 준수하지 않은 기 중 미준수 사유를 설명하지 않은 기업은 58%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에 지속적으로 미흡한 준수율을 보이는 일부 핵심지표에 대해서는 원칙 준수 예외설명 방식을 보완해 평가와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IB토마토>에 "향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 기업의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모범규준 이행을 통한 기업의 충실한 공시가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수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개인 지배주주가 상속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시도하는 관행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공시 의무를 확대하고, 배당을 늘리라고 압박하면서 되려 자진 상장폐지를 통해 알짜 기업을 저가에 독식하려는 대주주들도 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에만 자진 상장폐지한 기업이 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국내 경영환경에서 사외이사 제도는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인 자격 요건을 갖춘 독립적인 인사를 사외이사를 선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해당 기업의 대주주와 개인적으로 밀접한 관계 여부 또는 이사회의 결정에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는 인물이 선정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다. 이럴 경우 대주주가 원하는 경영정책을 무조건 추종함으로써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소액주주 보호 확산…갈 길 먼 지배구조 개선

최근 소액주주 보호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이사회의 책임 강화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2023 책임투자 리뷰 보고서를 살펴보면 최근 3년간 평균 사외이사 비율은 74.6%,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한 기업의 비율은 25.8%로 나타나 대부분 법적 최소요건인 사외이사 과반을 충족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대표이사 또는 지배주주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원으로서 참여하는 기업의 비중은 최근 3년간 평균 53.6%에 달했다. 대표이사 또는 지배주주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에 관여하게 되면 사외이사 후보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갖출 수 없을 가능성이 높고 이사회의 경영진 감독 역할이 저해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지배주주가 위원회 구성원일 경우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부터 선임까지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게 되면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사회 구성에서의 전문성과 다양성에 대한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주도적인 개선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지혜 한국ESG기준원 책임투자본부 책임투자팀 선임연구원은 "기관투자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적절히 기능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사외이사후보와 추천위원회를 통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보유한 이사회 구성원이 선임되는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자본시장연구원)
 
이와 함께 한국 증시가 밸류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제고, 주주환원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 복합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주총 4주전 주총 소집공고 실시’와 ‘배당정책 및 실시계획 연1회 이상 주주통지’ 등의 준수율이 각각 32.7%, 46.5%에 그치면서 주주환원 부문에서 소극적 대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 배당수익률은 1.49%에 그쳤다. 같은기간 미국(1.45%)을 제외한 독일(3.24%), 일본(2.25%), 대만(3.22%), 중국(2.69%)와 비교하면 국내 배당 수익률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깨끗한 투자 환경·세제 감면…투자자 확대 필요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 투자에 대한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세법 개정과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 자본시장 현황과 육성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2년 주가조작이 105건 적발됐지만, 검찰 불기소율은 55%에 이르렀다. 기소 후 40%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주가조작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주가조작에 대한 엄한 처벌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례로 미국의 메이도프는 징역 150년을 선고받고 옥사하기도 했다. 
 
법인세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국가별 법인세를 살펴보면 싱가포르가 17%로 가장 낮았고, 미국과 OECD 평균 21%를 기록했다. 한국은 26%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서 법인세를 OECD 평균 21%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자본이득세나 배당세·소득세 등 주식관련 세금이 하나도 없다"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세부담이 줄어야 하며 투명한 시장 환경 조성을 통해 미국 수준으로 투자자가 증가한다면 세계 시가총액 비중의 5%까지 성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정책적 지원이 아직은 부족하단 이야기가 나오지만 일본의 성공 사례를 본 기업들이 저평가 된 기업가치를 해소하기 위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고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도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참여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박예진 쉽게 읽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