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갇힌 비씨월드제약…적자전환에 유동성 '적신호'
유동성 자금의 9배에 달하는 단기금융부채
이자보상배율도 -0.38배로 음수 전환
R&D 투자 확대로 영업손실 시작
실적 악화에 영업활동현금흐름 악화
공개 2024-07-25 06:00:00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비씨월드제약(200780)이 높은 차입금의존도로 인한 유동성 악화가 우려된다.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금융부채만 유동성 자금의 9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으로 인해 영업손실로 전환되면서 현금창출력도 약화된 만큼, 수익성 개선 등을 통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네이버 지도)
 
차입 부담에 이자보상배율까지 음수 전환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씨월드제약이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83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45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81억원)과 지난해(112억원)를 거쳐 개선되는 듯했으나, 감소하는 추세로 전환됐다.
 
문제는 비씨월드제약이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금융부채가 유동성 자금을 훨씬 웃돈다는 점이다. 비씨월드제약의 단기금융부채는 단기차입금, 유동성장기차입금, 전환사채 등으로 구성됐으며, 올해 1분기 말 기준 791억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씨월드제약의 재무지표도 적정 기준에서 벗어났다. 먼저 차입금의존도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50.04%(총차입금/자산총계)로, 적정 기준인 30%를 뛰어넘었다. 같은 시점 유동비율과 부채비율도 각각 49.51%, 132.07% 달하면서 적정 기준(200% 이상, 100% 미만)에 한참 못 미친 상태다.
 
통상 기업들은 이자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차입금 상환 기간을 연장해 당장의 현금 유출을 막기도 한다. 그러나 비씨월드제약은 차입금 등에 따른 이자비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올해 1분기 이자보상배율이 음수로 전환됐다. 실제 비씨월드제약의 올해 1분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0.38배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라면 번 돈으로 이자도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해석되며, 마이너스인 경우는 영업을 통해 돈을 벌기는커녕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구체적으로 같은 기간 금융비용은 13억원이며, 이 가운데 이자비용은 11억원이다.
 
단기금융부채에 포함되는 전환사채도 차입 부담을 가중시켰다. 지난 2018년 비씨월드제약이 발행한 제1회차 전환사채의 만기일은 내년 4월19일이다. 기간이 도래하면 만기이자(분기 단위 연복리 이자율 1.5%)를 포함해 121억4058만1918원의 전환사채를 상환해야 하지만, 유동성 자금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주식으로 전환하는 전환청구권 행사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어려워 보인다. 1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제1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가격은 3만원이다. 현재 주가(22일 종가 기준 5790원)보다 가격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차익 실현이 어렵다. 주식 전환보다 만기까지 보유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다.
 
 
신약개발·실적 딜레마…영업활동현금흐름 음수 전환
 
외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실적 개선을 통해 자체 현금창출력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비씨월드제약은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인해 올해 영업손실로 전환했으며, 이에 따라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음수로 전환했다. 신약개발과 수익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비씨월드제약의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4억8226만원으로, 직전연도 동기에 1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것과 비교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는 매출액이 줄어든 가운데,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린 영향이 컸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분기에는 매출액 192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의료파업으로 인해 주력제품인 항생제 분야와 마취통증약 분야 등의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63억원에 그쳤다. 마취통증약, 순환계약, 항생제 등 의약품제조 부분에서 전체적으로 수요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기술료와 연구용역 등의 내수 매출액이 4억4353만원에서 2542만원으로 줄어든 영향도 컸다.
 
매출액 대비 높은 영업비용 비율도 적자 전환에 한몫했다. 비씨월드제약은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원가율과 판매비와 관리비율은 각각 58.18%(95억원), 44.78%(73억원)이다. 직전연도 동기 각각 57.48%(110억원), 34.08%(65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확대됐다.
 
이는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한 영향이 컸다. 통상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새로운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을 찾기 위해 신약 개발을 한다. 현재 비씨월드제약은 실적 악화와 신약개발 사이에서 선 것이다.
 
비씨월드제약은 지난 2021년 연구개발비(율)로 93억원(15.1%)을 투자하면서 영업손실 15억원이 발생했던 바 있다. 이후 2022년(84억원, 11.5%)과 지난해(61억원, 8.2%)에는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고 외형성장을 이루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올해 1분기(21억원, 13%)에 직전연도 동기간(15억원, 7.8%)보다 늘기 시작했고, 이에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손실로 전환되자 곧바로 당기순이익으로 시작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음수로 전환됐다. 비씨월드제약은 올해 1분기 영업활동으로 3억2007만원이 유출됐다. 직전연도 동기에는 13억원이 유입됐던 것과 비교해 악화됐다. 특히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줄인 2022년(69억원)과 지난해(109억원)에는 현금이 유입됐지만, 올해부터 유출이 시작됐다.
 
이에 비씨월드제약은 국내 1급 및 2급 병원을 타깃으로 영업 비중을 높이고, 해외 수출 판로를 확장해 수익성 개선을 꾀한다는 입장이다.
 
비씨월드제약 관계자는 차입금 상환 계획 등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견고한 신용등급과 수출성장력을 바탕으로 정책자금을 유치해 운용하며, 일부 차입금은 분할 상환을 진행하고 있어 차입금 비중은 1분기 말 대비 반기 말 기준 더 감소했다"라며 "사업계획 달성을 위한 적정 수준의 차입금 운용을 목표한다"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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