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한화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은
한화에너지, 24일까지 1800억원 규모 공개매수
매수 가격 낮고 세금 부담까지 있어 소액주주 '고심'
공개 2024-07-12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최근 기업금융(IB)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공개매수 시장을 독식하다시피한 NH투자증권(005940)이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000880)의 공개매수 주관도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공개매수 가격이 낮고 소액투자자들이 차익 실현할 경우 세금 부담까지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한화, 공개매수로 경영권 승계 가속화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을 공개매수 중이다. 오는 2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공개매수에서 한화에너지는 총 1800억원을 투입해 한화 지분 8.0%(600만주)를 사들이는 게 목표다. 
 
 
이번 공개매수는 한화그룹 오너 일가의 승계작업 일환으로 보인다. 통상 공개매수는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취득에 이용되기 때문이다. 상속이나 증여의 경우 가업 승계 시 상속세 65%에 주식 양도세 22% 등 총 87%의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공개 매수는 별도 세금이 발생하지 않아 막대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화에너지는 비상장사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분의 50%를 보유 중이다. 둘째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셋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본부장이 각각 25%를 갖고 있다.
 
공개매수가 성공할 경우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너지를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지분 17.7%와 더불어 현재 보유 중인 지분 4.91%로 김승연 한화 회장의 22.65%에 이어 한화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매수 가격 낮고 세금 부담까지…"낙관 어려워"
 
이번 공개매수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IB업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공개매수 시장을 빠르게 점령했다. 
 
(사진=NH투자증권)
 
대표적인 예는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건이다. 지난 2023년 진행된 딜에서 NH투자증권은 1차 공개매수에서 952만주(61.1%), 4월 2차 공개매수에서 105만주(6.7%)의 청약을 끌어냈다. 당시 공개매수를 위해 투입된 자금은 2조8000억원에 달하며 NH투자증권은 매수 수수료와 함께 브릿지론 주선을 수임할 수 있었다.
 
 
오스템임플란트 건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진행된 공개매수 27건 중 15건을 수임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6조3503억원 중 4조764억원으로 전체의 77%를 가져갔다. 
 
NH투자증권 공개매수 비즈니스의 특징은 종합 패키지 솔루션이라는 점이다. 기업금융 자문에서 시작해 회사채 발행, 공개매수를 비롯해 전반적인 IB 딜을 주관한다. 이번 건도 기존 기업금융 자문 업무에서 시작해 공개매수로 방향이 전환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의문이다. 먼저 공개매수 가격이 현재 한화의 주가에 비해 낮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개매수 가격은 보통주 한 주당 3만원으로 책정됐다. 공개매수를 결정한 5일 종가 대비 7.71% 높지만 통상 공개매수 가격이 전날 대비 20%가량 높은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낮은 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 주가는 11일 종가 기준 2만9100원이다. 공개매수가 결정된 지난 5일 기준 2만9050원으로 전날 대비 4.31% 오른 이후 횡보하는 모습이다. 한화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주가가 2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최근 2년 가까이 3만원 내외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매각할 유인이 적다. 실제 한화 주주 게시판에서는 한화그룹을 지배하는 한화의 기업가치에 비해 가격이 너무 낮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시세 차익을 가져간다 해도 세금이 부담된다. 공개매수는 현 자본시장법상 장외거래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의 공개매수에서도 양도차익을 250만원 넘게 올릴 경우 초과분에 대해 지방세를 포함해 22%의 세금이 부과된다. 소액주주가 이익을 내고 팔아도 세금을 22% 내야 한다는 의미다. 
 
매수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한화에너지는 공개매수 기간 중 응모 주식 수가 미달하더라도 전부를 매수할 예정이다. 결국 소액주주의 호응이 관건이다. 이전 NH투자증권이 기존 주관한 공개매수 건보다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한화의 경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압도적이라 시장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아마도 이번 공개매수는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경영권 확보를 위한 다른 방법이 재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