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상상인저축은행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우리금융과의 딜이 무산된 후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원인은 인수가격 눈높이 차와 각종 지표의 악화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하락한 데다 거래자 수와 여신 규모까지 작아져 수익성 제고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 내부.(사진=상상인)
인수합병 소식 아직
5일 회사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이 매각을 위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상상인그룹 계열 저축은행으로, 지난해 인수합병 시장에 새로운 매물로 떠올랐다.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주주적격성 충족 명령이 내려지면 해당 금융사는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결정일로부터 2주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간 내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 금융당국은 해당 금융사가 대주주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금융사는 보유지분을 10% 이내만 남기고 나머지 지분은 매각해야한다.
상상인저축은행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받은 배경에는 유준원 상상인 대표가 있다. 지난 2019년 금융당국은 유준원 대표가 저축은행 경영 중 불법 대출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후 유 대표가 징계에 대한 효력 정지를 신청하는 등 법정 공방이 수년간 이어졌으나, 지난해 대법원이 당국 손을 들어주면서 상상인저축은행 매각이 현실화 됐다.
시장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이 M&A매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상상인그룹의 100% 자회사로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같은 상상인 계열사 중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있으나, 규모 면에서 상상인저축은행과 두 배 차이가 나 투자업계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의 매각에 집중해왔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매각에 더욱 시선이 쏠린 이유는
우리금융지주(316140)의 영향이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상상인계열 저축은행에 대해 인수 의사를 밝혔으나, 인수가격 눈높이 차로 무산됐다. 우리금융이 최근 증권사와 보험사 M&A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자 상상인저축은행의 매각 행보에도 다시 관심이 몰렸다.
그러나 우리금융 M&A가 무산된 지 수개월이 지났으나 상상인저축은행의 매각 소식은 아직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비해 원하는 매각가가 높아 딜이 무산됐음에도 관련 지표는 지난해에 이어 지속적인 악화 추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건전성·수익성 악화일로
상상인저축은행의 건전성은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사의 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에는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연체율이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금융사는 보유하고 있는 여신을 다섯 단계(정상·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로 분류해 건전성을 관리한다.
이 중 고정분류 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되고 채무상환 저하 요인이 존재하는 채권을 뜻한다. 고정여신부터 추정손실 여신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으로 칭하고, 금융사가 보유한 총 여신 중 회수에 문제가 생긴 규모 수준을 나타내 건전성 지표로 쓰인다.
1분기 말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4.27%다. 지난해 1분기 8.11% 대비 16.16%p 오른 수치다. 총여신 2조2084억원 중 고정이하여신은 536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2348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회수의문 및 추정손실 여신의 합계인 부실여신과 순고정이하분류여신이 모두 규모를 키웠기 때문이다. 1분기 상상인저축은행의 부실여신은 1213억원, 순고정이하분류여신은 3609억원이다.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도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비율이라면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대출채권이 전체 대출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1분기 상상인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9.05%로 전년 동기 8.57%에 비해 9.48%p 올랐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주요 원인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고금리 기조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의 사업 진행 지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전성뿐만 아니라 수익성 제고 여지도 적다. 상상인저축은행의 1분기 당기순손실은 380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순손실 175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특히 총자산순이익률도 0.29%에서 –3.09%로 급락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비용이 줄어든 것에 비해 수익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1분기 상상인저축은행의 수익은 7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억원 감소했으며, 비용은 같은 기간 1115억원에서 18억원 감소에 그쳤다. 저축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원인 이자수익이 5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억원 줄어들어 분기 총수익 감소의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여신 총액의 감소 때문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총여신은 2조2084억원이다. 이 중 81.49%는 기업자금대출이다. 전년 동기 86.6%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1분기 총여신 중 부동산 관련 신용 공여액이 9562억원을 차지해 여전히 건전성과 수익성에 위협적인 상황이다. 특히 거래자 수는 지난해 1분기 16만5167명에서 1년 만에 14만9292명으로 줄어들어 수익성 개선을 위한 기반이 무너지고 있어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IB토마토>에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고 당국의 가이드 라인에 맞춰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부실채권 상·매각을 통해 2분기 건전성은 1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수익성 제고를 위해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하는 등 영업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