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천억' 오아시스, 몸값 '5천억' 11번가 새주인 될까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천억원대 불과
지분교환 활용해 재무 부담 줄인 방식 검토
오픈마켓·직구 플랫폼 사업서 시너지 기대
적정 비율 '관건'…큐텐 인수 무산 전적도
공개 2024-07-09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업체 11번가 인수에 참여한다. 오아시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000억원대에 불과한 만큼 현금 대신 주식으로 대가를 교환하는 '지분 교환 방식'의 인수가 검토되고 있다. 인수가 완료되면 신선식품 외에도 오픈마켓과 직구 플랫폼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앞서 11번가가 큐텐과 지분 교환 비율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인수가 무산된 바 있는 만큼 오아시스가 11번가의 새주인으로 오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오아시스)
 
11번가 매매가 5천억원 안팎…차입부담 심화 우려 
 
5일 유통가에 따르면 오아시스가 11번가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LOI는 공개 입찰과정에서 입찰 참여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서류로, 이를 제출하면 당국의 심사를 거쳐 매각 대상기업 실사를 허가한다. 기업이 자금 부족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타 업체에 사업권 인수를 제안할 수 있다.
 
오아시스의 현금창출력과 재무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9억원) 대비 약 7배 가까이 성장했고, 매출액은 1147억원에서 1289억원으로 12.38%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 원가율과 판매비와관리비 비율이 줄어들면서 크게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원가율은 70.63%로 직전연도 동기 대비 2.82%포인트 감소했다. 판관비율은 같은 기간 1.10%포인트 감소한 24.70%를 기록했다. 이에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0.76%에서 올해 동기 4.67%로 확대됐다.
 
재무건전성도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1분기 말 부채비율은 47.9%로 동기간 경쟁사인 컬리(582.2%) 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말 쿠팡의 부채비율은 380.7%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은 298.04%로 300%에 육박했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은 200% 이상일 때 안정적이라고 평가된다. 
 
현재 11번가의 매각가는 5000억원대 안팎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는 1분기 말 오아시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1243억원보다 약 3757억원 많은 금액이다. 
 
외부에서 약 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인수를 진행할 경우 부채비율은 단순 계산 시 85.9%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 이하일 때 안정적이라고 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채로 인한 부담은 높지 않은 편이다.
 
총자본(자산총계)은 부채가 증가하면서 약 6203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보고서에서는 발행된 사채 등이 없었지만, 약 4000억원을 빌려오게 되면 차입금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의존도는 64.48%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일 때 안정적이라고 평가되는 만큼 현금으로 11번가 인수로 인한 차입부담이 과중될 수 있다. 
 
 
 
지분 교환 방식 인수 예상…자금부담 축소 '강점'
 
이에 오아시스는 지분 교환 방식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이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의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와 같은 방식이다. 지분 교환 방식은 두 회사가 합병이나 인수 과정에서 현금 대신 주식으로 대가를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오아시스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 11번가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적정한 주식 교환 비율을 산정하기 위해 복잡한 평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지분 교환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주식 가치를 평가해 일정 비율로 주식을 교환해야 하는데 앞서 큐텐의 경우 이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 무산된 바 있다. 
 
당시 SK스퀘어는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18.18%를 큐텐에 지분 교환 방식으로 넘기는 방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11번가와 맞교환하게 될 오아시스의 지분 규모를 20~25%대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오아시스와 달리 11번가는 여전히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기업가치가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11번가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71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163억원) 대비 20.85% 쪼그라들었다.
 
11번가 인수가 완료되면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배송 중심 사업구조를 오픈마켓과 직구 플랫폼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한 뒤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오아시스는 지난해 2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부진한 결과에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다만, 오아시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아직 인수의향서만 제출한 상황이라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라며 "기업공개(IPO)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현재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답변을 아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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