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채권 공동매각 나서지만…실효성에 물음표
3차 개인사업자 부실채권 매각 수요 조사
저축은행업계 전반 건전성 악화
지난달 2차 공동 매각 계약 체결
SBI·애큐온 개인사업자 비중 높아
공개 2024-07-05 06:00:00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채권 매각에 나서고 있지만, 부실채권 규모 자체가 크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주택담보대출로 연체율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전히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부실채권 규모는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중앙회. (사진=저축은행중앙회)
 
건전성 개선 노력 이어져
  
2일 저축은행업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3차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채권 매각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의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저축은행업권은 금리 인상의 득과 실을 모두 경험하고 있다. 고금리를 바탕으로 고객에 높은 이자율을 제공해 예수금이 몰렸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대출 증가를 통해 이자 수익도 확대했다. 다만 이자수익 증가에 따른 수익성 제고는 잠시뿐이었다. 이자수익이 증가한 만큼 이자 비용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금리가 이어지자 이자 비용뿐만 아니라 충당금에 대한 부담도 증가했다. 차주의 상환 능력이 하락한 영향이다. 저축은행업권 특성상 다중채무 차주가 많아 상환해야 할 원리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연체율을 비롯해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일제히 하락했다.
 
1분기 저축은행업권 연체율은 8.8%로 지난해 말 6.55% 대비 2.25%포인트 올랐다. 지난 2021년 호황기와 비교하면 6.29%포인트 차다. 특히 기업 대출 연체율은 11%로, 지난해 말 7.28%에서 3개월만에 3.52%p 상승했다. 부동산PF대출과 새출발기금 협약에 따라 제3자 매각이 제한된 개인사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른 탓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0.32%로 전년 말 대비 2.59%p 상승했다.
 
저축은행업권이 공동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채권 규모 때문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일반 기업 대출 대비 규모가 작다. 공동 매각을 추진하면 참여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모아 팔기 때문에 비교적 규모가 커진다. 매각 대상이 되는 부실채권의 규모가 커지면 매수자 입장에서 수익성 등의 측면에서 매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저축은행업권 내에서도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차가 크기 때문에 어려움을 해소하는 장점도 있다. 대형사 입장에서는 부실채권 매각 시 품이 덜 든다는 장점이 있고, 중소형사는 규모 등 매각이 어려운 상황을 비교적 수월하게 풀 수 있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 11월 1차 개인무담보 및 개인사업자 부실채권의 자산유동화 방식 공동매각을 통해 1200억원의 부실채권을 우리F&I에 단독입찰해 매각했다. 1차 공동매각을 진행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건전성이 악화되자 업권은 지난달에도 2차 공동매각을 통해 136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팔았다. 3분기 내로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3차 공동매각의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SBI저축은행을 비롯한 대형저축은행과 중소형저축은행 18개사가 참여한 지난 2차 공동매각도 1차와 비슷한 가격으로 진행됐다. 시장가 대비 120~130% 수준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3차 공매와 관련된 사항은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로, 각 저축은행에 참여할 의사를 물어보는 수요조사 단계”라면서 “저축은행업권은 건전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매각에도 건전성 악화
 
다만, 저축은행업계의 건전성 제고 노력에도 부실채권은 속절없이 증가하고 있다. 업권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저축은행이지만, 모두 금리 인상 이후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었다. 개인사업자대출을 중심으로 대손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5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분기 ▲SBI저축은행 6.97% ▲OK저축은행 9.48% ▲웰컴저축은행 9.64% ▲한국투자저축은행 7.55% ▲애큐온저축은행 6.93%다.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악화 추이를 보였으며, 연체율도 악화일로다.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전문가의 예상과는 달리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점차 규모를 줄이고 있으나, 여전히 개인무담보 대출과 개인사업자 채권 규모가 상당해 건전성 악화의 여지가 남아 있다.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이다. 통상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토지 담보대출이나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에 비해 연체율이 낮다. 이러한 특성에 저축은행들은 코로나19발 경기침체로 자영업자 대출 수요가 증가하자 아파트 후순위 담보대출 등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 여신 규모를 확대했다. 그러나 차주 신용도 악화로 대부분의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 2022년 최고점을 찍고 1분기까지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규모가 크다.
 
5대 저축은행 중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큰 곳은 SBI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이다. 저축은행업권 1위인 SBI저축은행만 해도 1분기 개인사업자대출 규모는 3조2711억원에 달한다. 전체 여신 중 27.8%에 달하는 비중이다. 애큐온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총 여신 4조8940억원 중 1조3311억원이 개인사업자 대출이다. 비중은 SBI저축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27.2%다.
 
SBI저축은행도 2차 공동매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중소형 저축은행 18개사가 2차 공동매각에 참여했음에도 1360억원에 그친 것에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담보대출인 영향도 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개인사업자대출이 주택담보대출로 실행돼 담보를 통한 회수가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권은 채권 부실 정도 등을 고려해 공동 매각 참여 여부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에서 2금융권의 건전성을 주시하고 있고 저축은행들도 건전성과 고객 신뢰의 연관성을 고려해 다수의 저축은행이 3차 공동매각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업권을 묶어 나서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담보가 있기 때문에 경기회복을 기다릴지 채권을 매각해 건전성을 올릴지는 각 사의 선택이 다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이성은 탄탄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