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점유율 80%를 차지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엔비디아에 HBM 납품이 지연되면서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서 다소 밀려난 모습인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연합 전선을 공고히 하면서 명실상부 국내 1위 반도체 기업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AI 턴키’ 공정을 내세워 또다른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 <IB토마토>는 엔비디아 납품과 연계해 달라진 기업들의 실적 및 재무 구조를 짚어보고, 향후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지속될 수 있을지 전망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실적을 견인하며 당분간 글로벌 시장에서 HBM 주도권을 잡을 전망이다. 엔비디아에 HBM3·HBM3E를 납품하며 D램(RAM) 매출이 성장하고 영업적자에서 벗어났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올해 자본적투자(CAPEX)가 늘어날 전망이다. 현금 대비 차입금은 늘어나는 가운데 현금창출력은 다소 떨어지고 있어 개선되는 실적과 더불어 재무건전성도 점검해야 할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M15X 건설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지난해 HBM 점유율 1위·HBM4 납품으로 '선두' 지킬까
28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 매출 5조881억원보다 144.29% 증가하고 흑자 전환했다.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인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면서 실적은 빠르게 호전됐다.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매출은 7조377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조9580억원보다 149.39% 증가했다. 작년 2분기까지만 해도 적자를 기록했던 D램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10.1%, 4분기 21.2%로 증가하더니 올해 1분기 34.1%로 증가했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로 1위에 올랐고, 2위는 삼성전자(38%), 마이크론은 9%를 차지했다. 올해도 SK하이닉스는 HBM 5세대인 HBM3E 양산에 성공했고, 지난 3월부터 엔디비아에 납품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에
삼성전자(005930)가 HBM3E 12단을 납품하더라도 SK하이닉스의 HBM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이사(CEO)는 2026년 양산할 차세대 인공지능(AI) GPU ‘루빈’에 HBM4를 채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시장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 제품이 2025년까지 대부분 매진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이르면 내년 말 HBM4 반도체 양산을 시작해 공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3월27일 열린 제7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HBM3 매출액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했다. 내년에도 HBM은 굉장히 수요가 타이트하다. 앞으로 AI 선도 기업과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HBM 1등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차입금·CAPEX 증가에 재무건전성 관리 필요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현금에 비해 차입금 비율이 확대되고 있어 재무건전성을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적자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줄면서 현금창출력이 다소 떨어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자본적 투자(CAPEX)를 지난해보다 늘릴 계획인 가운데 점진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0조원인데 차입금은 30조원으로 약 3배에 달한다. 차입금은 2021년 17.62조원에서 2022년 23.00조원, 지난해 29.47조원으로 증가했다. 현금성자산은 2022년부터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총차입금을 자본총계로 나눈 차입금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2021년 28%에서 2022년 36%, 2023년 55%로 증가했다. 올 1분기엔 53%로 소폭 감소했지만, 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5일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로 총 7500억원을 빌렸는데 모두 채무 상환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에 유동성은 다소 떨어지고 부채 부담은 높아지고 있다. 유동비율은 2021년까지만 해도 182.60%였는데 지난해 145.03%로 하락했다. 반면, 2021년 54.92%에 머물렀던 부채비율은 2022년 64.12%, 지난해 87.52%로 상승했다. 통상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가면 안정적인 수준을 벗어났다고 평가한다.
실적 부진으로 줄어든 현금창출력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1년 19조7976억원에서 2022년 14조7805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영업손실 영향으로 4조2782억원으로 축소됐다. CAPEX가 2022년 19조103억원에서 지난해 8조3251억원으로 감소한 덕에 잉여현금흐름(FCF)은 2022년 -4.23조원으로 적자 전환한 이후 2023년 -4조원으로 손실이 줄었다.
올 1분기엔 실적 호조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5.4조원으로 늘면서 FCF는 2.3조원으로 다시 흑자를 냈지만, 올해 연간 CAPEX는 지난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부터 청주캠퍼스에 신규 반도체 생산 팹(Fab) M15X를 건설해 2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벤스 패키징 생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약 38억7000만달러(한화 약 5조3677억)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업황 개선에 따른 영업현금흐름 창출로 차입금은 점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라며 “최근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따라 올해 HBM을 비롯해 일반 D램 공급도 시장 수요에 맞춰 늘려갈 방침이다. 캐펙스(CAPEX)는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을 고려하면서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