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인공지능(AI)으로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로보어드바이저(RA)'가 자산관리(WM)로 쓰임새를 전화하는 모양새다. 단순 종목 추천보다는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성은 물론, 투자까지 일임하는 방식이다.
가입자 신기록에도 불구 로보어드바이저 조직 재구성
27일
삼성증권(016360)은 자사 ‘로보굴링’ 서비스 가입자가 지난 5월 기준 3만8000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로보굴링’은 삼성증권의 디지털 포트폴리오 투자서비스다. 사용고객이 투자목표와 투자기간을 설정하면 로보굴링 서비스가 설정값에 맞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한다. 투자자는 특정 테마와 연관성이 높은 종목들을 추천받은 후 종목 편입 여부와 수량을 정해 투자할 수 있다.
(사진=삼성증권)
삼성증권 측은 "최근 높은 시장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라며 가입자 증가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삼성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조직 개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이 예상보다 미진해 관련 TF를 해산하고 관련 조직 업무 조율을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로보굴링의 경우 포트폴리오 추천 수준 서비스로 완전한 로보어드바이저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사실상 인건비를 줄여 수익성을 내는 사업인데 절감한 인건비 만큼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AI 투자, 수익성은 '아직'
AI를 활용한 증권 서비스는 지난 2022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고객별 맞춤 추천과 포트폴리오 구성 서비스가 시장의 파란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각 증권사들은 앞다퉈 IT기업과 협업하는 등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지난해부터 정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6일 코스콤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등록 알고리즘 기준 운용자산(AUM)은 지난 5월 기준 839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기록한 1조9426억원 대비 절반이 넘는 56.8% 감소한 수치로 서비스 계약자도 같은 기간 37만7126명에서 31만1993명으로 줄었다.
갑작스러운 시장의 외면은 로보어드바이저 ‘핀트’의 운영사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이 경영난 끝에 사모펀드에 넘어간 게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씨소프트의 창립자 김택진 대표가 2013년 설립한 디셈버앤컴퍼니는 적자가 지속되자 2022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결국 2023년 9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에 매각됐다. AI를 통한 투자 수익실현을 추구하는 기업이 본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한 것이다. 실제 핀트 매각 이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정체기를 맞았고 서비스 확대보다는 기술력 축척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로보어드바이저 사업과 같은 경우 당장의 사업성보다는 먼 미래의 성과를 기대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라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는 만큼 현재 수준의 사업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새로운 돌파구 '기대'
증권업계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정체한 가운데 퇴직연금 분야가 AI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단순 추천에서 매수와 매도 등 투자 자체를 일임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는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 일임 서비스 규제 샌드박스(유예) 실증특례를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제시는 가능했지만, 매수·매도 등 투자 일임은 불가능했다.
(사진=픽사베이)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하반기 퇴직연금 로보일임 서비스와 개인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AI가 투자자별 성향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게 우선 목표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9월 출시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가입 계좌 수가 1만을 넘기는 등 올 하반기 시장 선두 지위 굳히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AI 개발과 서비스를 총괄하는 'AI솔루션본부'를 신설하고 AI전문가 포함 12명을 배치했다.
아직 정식 출범 전이지만 우리금융지주의 '우리투자증권'도 퇴직연금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할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인 포스증권은 로드어드바이저 서비스 제공 업체 파운트의 2대 주주다. 파운트는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퇴직연금 일임 운용에 대한 혁신금융 서비스 심사에 대비해 지난해 12월부터 ‘코스콤 제22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정기심사’에서 총 9개의 알고리즘을 운용 중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에서도 최근 정책 변화로 로보어드바이저가 퇴직연금에 적용될 수 있어 다행”이라며 “미국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가 퇴직연금에서 자리를 잡아 사업 영역을 확대했듯이 한국도 퇴직연금 시장 안착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