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주도권 경쟁)②삼성전자, 엔비디아 테스트 '막바지'…'AI 턴키'로 공략 전환
HBM3E 12단 엔비디아에 올 3분기 내로 승인·납품 기대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원스톱 공급해 비용·시간 효율화 전망
공개 2024-06-26 06:00:00
지난해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점유율 80%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 납품이 지연되면서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서 다소 밀려난 모습인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연합 전선을 공고히 하면서 명실상부 국내 1위 반도체 기업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AI 턴키’ 공정을 내세워 또다른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 <IB토마토>는 엔비디아 납품과 연계해 달라진 기업들의 실적 및 재무 구조를 짚어보고, 향후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지속될 수 있을지 전망해 보고자 한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반도체(DS)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 납품을 확정하고 주도권을 찾고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여기에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아우르는 ‘AI 턴키’ 전략으로 새로운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을 잡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메모리 덕에 DS 흑자 전환했지만 HBM3 엔비디아 납품은 '주춤'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 1조910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5분기 만에 적자를 벗어난 것으로 메모리 매출이 지난해 1분기 8조92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7조4900억원으로 96% 상승한 결과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규모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HBM3E 사업화는 고객사 타임라인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2분기 말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DS 부문 흑자를 이끌고 있는 것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하이엔드(고가격·고품질) 제품인 만큼 HBM 경쟁력을 높이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AI 반도체 업체 AMD 등에 HBM3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HBM3와 HBM3E 모두 글로벌 GPU 시장 점유율 1위인 엔비디아로부터 품질 인증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제기됐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모두에 칩을 제공받겠다고 한 만큼 중요한 고객사다. 
 
이에 삼성전자는 400명에 달하는 HBM 개발 전담팀을 꾸리고 HBM3E 12단으로 전세를 역전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HBM3E는 HBM3 8단보다 용량이 50% 이상 향상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HBM3E 12단의 경우 3분기 내 8~9월에 맞춰 엔비디아 테스트를 통과하고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측은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으며 HBM의 품질과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SK하이닉스만이 아니라 삼성전자에서 HBM을 공급받을 경우 가격 측면에서도 좋을 것"이라며 "HBM3E 공급은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둘 다 원하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다. 다만 삼성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 대비 HBM 공급량을 얼마나 늘리는지에서 진정한 승부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을 한 번에 'AI 턴키' 전환점 될까  
 
삼성전자는 HBM은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의 경우 TSMC에 다소 밀려 각각 점유율 2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는 올해 더욱 격차가 커져 뒤쫓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업들 중에서도 메모리 분야와 파운드리 분야를 모두 담당할 역량이 있는 만큼 이를 이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점유율은 TSMC가 61.7%, 삼성전자가 11%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TSMC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한 5926억4400만 대만달러(약 25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점유율을 환산해 약 33억5700만달러(한화 약 4조6000억원)로 추정된다. TSMC와 5배 이상 격차가 나는 셈이다. TSMC가 이처럼 매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유는 엔비디아와 애플, 퀄컴 등 대형 고객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수주 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삼성전자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또 하나의 히든카드로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AI 턴키’를 내세웠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파운드리 포럼에서 AI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게이트 올어라운드(GAA) 공정 기술로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지 업체를 각각 사용하는 것보다 칩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반도체 기업들과 스킨십을 넓혀 가고 있다. 지난 2주간 이어진 미국 출장에서 AI 반도체 관련 인사들 미팅했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를 만나 반도체 협력 논의,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사장 겸 CEO와도 AI 반도체, 차세대 통신 칩에 대한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CEO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extreme ultraviolet) 기술 협력을 논의했다. 
 
이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주로 하는 빅테크 기업의 경우 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를 둘 다 해주면서 패키징까지 완료해 최적화해주는 작업을 한번에 해준다면 여러 측면에서 좋은 전략임에 틀림 없다"라며 "앞으로 얼마나 큰 빅테크 기업들이 관심을 갖게 될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이조은 친절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